사이키델릭 록 밴드 도어즈(The Doors)
제목이 '히피의 영웅'입니다. 1960년대는 미국의 베트남전 반대와 히피문화, 무정부주의 그리고 젊은 층의 허무주의 등이 맞물려있던 때이지요.
셀 수도 없는 많은 천재가 등장했다 사라지는 1960년대 말, 히피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록 계에 '성스러운 3J'라 불리는 이들이 있었습니다. 천재 기타리스트 지미 헨드릭스(Johnny Allen Hendrix), 히피의 상징 여성 로커 재니스 조플린(Janis Lyn Joplin) 그리고 도어즈의 짐 모리슨(James Douglas Morrison)이 그들입니다.
우연도 이런 우연이 있을 수 있을까요? 이들은 이니셜이 'J'로 시작하고, 70년대 초 27세의 나이로 모두 사망합니다. 27세에 요절한 아티스트가 꽤 많지요. 일명 '27세 클럽'. 도어즈의 데뷔 앨범 The Doors를 발표한 1967년 너바나(Nirvana)의 커트 코베인(Kurt Cobain)이 태어났고, 코베인 역시 27세의 나이로... 이건 그냥 기록일 뿐, 27세의 여러분 부디 오해 없으시길... ㅠ
짐 모리슨으로 90%가 설명되는 도어즈를 소개합니다~
도어즈는 1943년생 짐 모리슨(James Douglas-Jim- Morrison/ 보컬), 1939년생 레이 만자렉(Raymond Daniel Manczarek, Jr./ 키보드), 1944년생 존 덴스모어(John Paul Densmore/ 드럼), 1946년생 로비 크리거(Robert Alan-Robby- Krieger/ 기타)로 1965년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에서 결성된 미국의 록 밴드입니다.
캘리포니아대학(UCLA)에서 영화학을 전공하던 모리슨이 같은 학교 출신인 만자렉에게 로스앤젤레스의 해변
베니스 비치(Venice Beach)에서 자신의 시를 낭독한 것이 계기가 되어 밴드 구성의 단추를 끼우게 되는데,
모리슨과 만자렉 그리고 만자렉의 동생인 릭이 의기 투합해 밴드 릭 앤 레이븐스(Rick & The Ravens)를 결성합니다. 이후 사이키델릭 레인저스(The Psychedelic Rangers)에서 활동 중이던 존 덴스모어와 로비 크리거의 합류로 만자렉의 동생이 탈퇴하면서 밴드 명을 도어즈로 바꿉니다.
밴드 명 Doors는 올더스 헉슬리(Aldous leonard huxley)의 책 'The Doors of Perception(지각의 문, 1954년 저서)'에서 따온 것이고, 헉슬리 또한 윌리엄 블레이크(William Blake) 시의 한 구절인 'If the doors of perception were cleansed All things would appear infinite' (지각(知覺)의 문이 깨끗이 닦이면 모든 것이 무한히 드러나리라)를 인용한 것입니다.
1966년 LA 클럽인 London Fog와 유명 클럽 Whisky a Go Go에서 공연하며 독특한 락 사운드로 주목받기 시작합니다. 도어즈 하면 짐 모리슨에게 집중될 수밖에 없는데요, 이들의 장르는 클래식과 블루스의 결합, 생소한 독일 카바레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나 딱 생각나는 장르는 사이키델릭 록이지요.
사이키델릭, 그리스어로 '정신'을 뜻하는 'psyche', '분명한'의 의미인 'd'elsos'가 결합한 단어로 환각제를 한듯한 몽롱하고 도취적인 사운드라고 보시면 됩니다. 위에 구성원을 유심히 보신 분은 눈치채셨겠지만, 베이스가 빠져있지요. 네, 베이스 대신 그 자리를 키보드가 대신합니다. 키보디스트 레이 만자렉의 연주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다고 봐야 하겠지요. 여기에 모리슨의 건조하고 관능적인 보컬이 잘 어우러져 후에도 수많은 뮤지션에게 영향을 준 거물 밴드가 되었고요.
히피(hippie, hippy). 기존의 가치관, 사회적 관습, 제도 등을 부정하는 정치적 이방인?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요? 짐 모리슨은 자유를 원했고, 이것은 곧 무대 위에서 술과 약에 취해 강렬하고 선정적인 퍼포먼스로 이어지면서 지탄의 대상이 되기도 했습니다.
1969년 3월 1일. 급기야 일이 터지고 마는데,
마이애미에 있는 디너 키 오디토리움(Dinner Key Auditorium)에서 공연 중 외설스러운 행동으로 구속되어
결국 재판에서 유죄를 선고받게 됩니다. 이 외에도 공연 도중 숱한 문제를 일으키며 광기 어린 모습을 자주 보여주었습니다.
1967년 큰 화제를 모았던 데뷔 앨범 The Doors 발매 후 1971년 여섯 번째 앨범 L.A. Woman을 끝으로 짐 모리슨은 도어즈에서 탈퇴하여 연인과 함께 파리로 떠나 2권의 시집(American Prayer, Ghost Song)을 낸 후 1971년 7월 3일 자택 욕조에서 시신으로 발견됩니다. 사인은 약물 중독에 의한 심장마비였고요.
이후 도어즈는 앨범 Other Voices (1971)와 Full Circle (1972) 두 장을 발매하였고, 짐 모리슨이 없는 도어즈는 도어즈가 아니라며 레이 만자렉의 제의로 해체합니다. 1978년 이들이 잠시 모여 모리슨이 사망 전 녹음한 시에 음을 입혀 마지막 스튜디오 앨범 An American Prayer (1978)를 발매합니다. 기행을 일삼고 광기와 약에 취해 살면서 결국 27세의 나이로 영원히 '지각의 문'을 닫아버렸습니다.
올리버 스톤 감독, 발 킬머 주연의 영화 도어즈(The Doors, 1991)를 보면 어린 시절 목격한 늙은 인디언의 죽음으로 삶과 죽음의 경계에 대해 파고들기 시작합니다. 이것은 곧 모리슨에게 깊은 영감을 주게 되고 샤머니즘적 자아로 3집 앨범 Waiting for the Sun에 The Celebration of the Lizard King(도마뱀 왕의 축사)이라는 자작시를 넣기도 했습니다. 그의 별칭이 'The Lizard King'이기도 하고요.
도어즈의 앨범은 짐 모리슨 사망 후 80년대에 더욱 인기를 끌었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젊은이들의 우상이지요. 끝없는 자유를 갈망하였고, 짧지만 강렬하게 한 시대를 풍미한 록 가수 그리고 시인으로 짐 모리슨이라는 인물은 후대에도 두고두고 회자될 것 같습니다. 도어즈의 음악을 듣다 보면 조이 디비전의 이안 커티스의 음색이 묘하게 교차합니다. 조이 디비전 게시글에도 썼던 내용이지만, 이안은 짐 모리슨을 존경하였죠. 그의 죽음조차.
짐 모리슨에 대해 조금 더 알아볼까요? 그는 문학청년이었지요. 십대 시절부터 프랑스의 시인 장 니콜라 아르튀르 랭보(Jean Nicolas Arthur Rimbaud), 독일의 철학자이자 시인인 프리드리히 니체(Friedrich Wilhelm Nietzsche), 미국의 비트 작가 잭 케루악(Jack Kerouac) 등의 저서를 읽으며 자랐습니다.
짐 모리슨은 랭보 전집을 번역한 랭보 연구의 권위자인 윌리스 파울리(Wallace Fowlie)에게 한 장의 엽서를 보냅니다. '랭보 번역집을 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불어 실력이 신통찮은 관계로 이런 게 꼭 필요했거든요.
저는 록 가수입니다. 교수님이 번역하신 책은 언제나 저와 함께 있습니다.'
윌리스 파울리의 저서 '반역의 시인 랭보와 짐 모리슨(Rimbaud and Jim Morrison : The Rebel as Poet)'이라고 들어 보셨는지요?
미국의 불문학자인 윌리스 파울리가 일흔이 넘는 나이에 모리슨의 엽서를 통해 그를 알게 되고 - 엽서를 학생들에게 보여주고 나서야 모리슨이 유명인이라는 걸 알게 되었답니다. - 랭보와 모리슨의 공통점을 파악, 분석해 흥미로운 전개로 써 내려간 책입니다.
이들의 공통점이라면 우선, 활동 기간이 4년이라는 점과 방랑 생활을 했다는 것이죠. 시 쓰기를 그만둔 랭보는 무역상이 되어 아프리카로, 모리슨은 시인이 되어 파리로. 그리고 '천재', '반항' 저자는 모리슨의 시적인 가사를 해독하는 열쇠가 시인 랭보에게 있다고 주장합니다. 모리슨이 학창시절 랭보의 시를 탐독했다는 건 많이 알려진 사실이고요.
곡의 가사는 쓴 사람이 입장이 되지 않고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습니다. 많은 송라이터들이 그러했고 특히나 짐 모리슨이 쓴 가사를 살펴보면 매우 시적이지요. 정말 이해하기 까다로운 가사입니다. 위에 책을 읽어 보신다면 조금 이해가 될까요? 친구들(미국인이나 영국인)에게 이 의미는 대체 뭐냐고 물으니 자신들도 잘 모르겠답니다. 역시 노래 가사를 완벽하게 이해하기란 무척 어려운 것 같아요. ㅠ 짐 모리슨에 대해 관심 있는 분은 위에 책을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여건이 되신다면 원서로 읽어보실 것을 권장합니다. ^^
마지막으로,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Francis Ford Coppola) 감독의 영화 '지옥의 묵시록(Apocalypse Now, 1979)' 사운드 트랙에 시작과 엔딩으로 도어즈의 The End (1집 마지막 트랙)가 흐르죠. 가사와 함께 한 번 들어보시죠~
The Doors - The End (original)
This is the end
Beautiful friend
This is the end
My only friend, the end
이것이 끝이야
아름다운 친구여
이것이 끝이야
유일한 친구여, 끝이야
Of our elaborate plans, the end
Of everything that stands, the end
No safety or surprise, the end
I'll never look into your eyes... again
애 써 만든 우리의 계획들의 끝이야
모든 이뤄진 것들의 끝이야
아무런 안정도 놀람도 없는 끝이야
나는 너의 눈을 마주 보지 않을 거야.. 다시는
Can you picture what will be
So limitless and free
Desperately in need... of some... stranger's hand
In a... desperate land
어떨 것인지 상상할 수 있니
한계가 없고 자유롭지
미지 의자의 손이 몹시나 필요한
절망의 땅
Lost in a roman... wilderness of pain
And all the children are insane
All the children are insane
Waiting for the summer rain, yeah
고통의 황무지에서 낙오되었고
모든 아이들은 미쳤어
모든 아이들은 미쳤어
여름 비를 기다리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