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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시골앓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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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화 Aug 06. 2021

귀농. 귀촌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닌가 봐요.

 땅을 알아봤습니다. 한적한 시골의 조그마한 땅이요. 시간 날 때마다 가서 텃밭도 가꾸고, 가끔 텃밭 채소에 곁들여 먹을 고기를 숯불구이 할 수 있는 작은 땅이 갖고 싶었습니다. 여름이 되니 아이들이 시원하게 놀 수 있는 자그마한 풀장이라도 설치할 수 있는 땅이 더 갖고 싶어 졌어요. 1년이 걸리든 10년이 걸리든 우리가 살 집도 손수 지을 수 있는 땅을 갖고 싶었습니다.


 집 가까이에 있는 땅이어야 힘들지 않게 자주 왔다 갔다 할 수 있겠다 싶어, 집 근처의 한적한 땅부터 알아봤습니다. 저희 집은 수도권에 있습니다. 수도권 가까이에 있는 땅이라...... 아무리 한갓진 땅이라도 수도권에서 가까운 땅은 가격이 비싸더라고요. 가격에 맞춰서 조금 더 저렴한 땅을 찾아보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그 땅은 점점 집에서 멀어졌습니다. 어느 순간 저 멀리 거제도 땅까지 보고 있게 되었습니다. 집에서 너무 멀어져 걱정스럽다가도, 바다도 보이고 산도 있고 밭도 있으니 금상첨화라고 스스로 위안을 삼으며 남해 근처의 땅도 보게 되었습니다.


 시골 땅을 보다 보니, 귀농 혜택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집에 있는 다육이 화분 하나도 잘 간수하지 못하는 손이라서, 농사는 생각도 하지 않았는데 말이죠. 지자체마다 많은 혜택을 주더라고요. 만 40세 미만은 청년 농업인 이라면서 받을 수 있는 혜택이 더 많았습니다. '어차피 시골로 갈 거면, 젊을 때 지원받으면서 확 귀농해 버릴까.' 땅을 보다가 갑자기 귀농 관련 정보들을 알아보기 시작합니다. 농사의 '농'자도 모르면서, 어떤 작물을 키워볼까 고민도 해봅니다. 괜찮은 밭이나 논도 알아보기 시작합니다.


 그러다가 딱 한 줄의 기사를 보게 되었습니다. 'OO지역의 귀촌 학생들은 교육 지원을 풍족히 받는다. 대학 등록금도 전액 지원해준다.' 세상에. 대학 등록금 전액 지원이라니. 전 학기 학점이 2.5 이상만 되면, 부모 소득 상관없이 등록금 전액을 지원해 준답니다. 타 지역에서 대학 생활을 하면, 거주공간 지원금도 더 준다고 하네요. 저희 집에 아이들이 셋인데 세 명의 아이들 대학 등록금을 모두 지원받는다면, 지금처럼 아등바등 살 필요 없이 쉬엄쉬엄 살아도 되겠다 싶더라고요. 강원도 지역이었어요. 지금까지 훑었던 전국 방방곡곡의 땅은 다시 리셋하고, 다시 강원도 땅을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당장 귀촌이든 귀농이든 하려면 아이들 학교 문제도 있으니, 대학 등록금 전액을 지원해주는 지역의 고등학교, 중학교, 초등학교를 훑어보았습니다. 와, 초등학교 친구들도 지원이 빵빵했습니다. 원어민 영어 교사, 승마, 1인 1 악기 방과 후 수업 지원. 이것도 훌륭하다고 생각했는데, 해외연수도 지원해주고 있었습니다. 코로나 이전에는 영미권 나라로 해외연수를 무료로 갔다 더라고요. 중학교, 고등학교도 살펴봤습니다. 학교 홈페이지마다 모두 들어가서 세세히 살펴봤습니다. 전교생수, 학교생활, 진학률.


 그 지역의 교육 상황을 알아볼수록, 대학교 등록금 전액 지원이 가능했던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더라고요. 물론 지자체의 노력도 한몫했지만, 고등학생수가 거의 없었습니다. 고등학교가 두 세 곳 있었는데, 전교생수가 수도권 학교의 한 학년 학생수보다 훨씬 적었습니다. 대학교 진학률도 낮았습니다. sky진학률이 아닌, 그냥 대학교에 가는 친구들이 적었어요.


 공기 좋은 시골에서 한량하게 생활하면서, 아이들 교육도 풍족하게 시키려는 헛된 꿈이 와르르 무너졌습니다. 제가 너무 무임승차만 하려고 했나 봐요. 농사도 힘들고, 아이들 교육도 힘든 일인데 말이죠.


 수도권 근처의 작은 땅 찾기  → 서해안 땅 찾기  → 남해안 땅 찾기  → 귀농 알아보기  → 강원도 땅 알아보기 → 강원도 학교 알아보기 →  지금 생활에 만족하자.

  한 달 동안 제가 한 허튼짓입니다. 이번 한 달 동안의 검색으로 제가 얻은 거라고는 단 하나입니다. 귀농과 귀촌은 어려운 일이니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깨우침이요.


 청년 귀농인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나이가 딱 내년까지 인데 말이죠. 제가 용기가 없습니다. 일반적인 틀을 깨부술 용기가 도저히 안 나더라고요. 팔다리 멀쩡한데, 힘든 농사 꾹 참고 하면 되겠지요. 아이들 교육이야, 자기들이 스스로 하는 건데 학교가 무슨 상관이겠어요. 잘하는 아이들은 어딜 가도 잘하고, 못하는 아이들은 어딜가도 못하는데 말이죠. 말은 쉬운데, 실제로 하려니 도저히 못 하겠더라고요.


 지금 살고 있는 곳에서 꼭 살 필요도, 살 이유도 없는데 말이죠. 학교가 상관없었던 아이들 어릴 때 시골 생활 좀 해봤으면, 우리 가족이 시골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는지 알 수 있었을 텐데 라는 쓸데없는 생각도 해봅니다. 하루에도 수십 번 생각만 이랬다 저랬다 합니다. 직접 뭘 해봐야 진짜 알 수 있을 텐데 말이지요.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용기가 생겨서 진짜로 귀농하는 사건이 일어날 수도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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