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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화 Feb 23. 2024

나 속상해서 빵 샀어

 

 "나 속상해서 빵 샀어."


 라는 말을 들으면 이어서 무슨 말을 해야 할까요...


 한동안 유행하던 질문이라고 합니다. MBTI 중 T와 F를 알 수 있는 질문이라고 해요.


 "무슨 빵 샀어?"라고 대답하면, 상대방의 감정에 공감하지 못하는 지극히 이성적인 T라고 하고요.

 "왜 속상했는데?"라고 대답하면, 상대방의 감정에 잘 공감하는 F라고 합니다.


 MBTI가 익숙하신 분도 계시고, 생소하신 분도 계실 거예요.


 저 같은 경우는요, '혈액형이 뭐예요?'가 더 익숙한 세대입니다. 친구들끼리 혈액형을 물어보고, 재미로 성격을 짐작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A형은 소심하잖아. B형 남자는 나쁜 남자래. 재미 삼아 이런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기도 했고요. 그러다 40대가 되었는데 20대의 젊은 친구들과 함께 일할 기회가 생기다 보니, MBTI를 알아야 대화가 되겠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MBTI를 공부해서 알게 되었습니다.


 20대 친구들은 혈액형을 안 물어보더라고요. 굳이 혈액형을 물어볼 필요는 없지만, MBTI는 자주 물어보는데 혈액형을 물어보지 않는 상황이 처음에는 생소했어요. 그리고 이야기하다가 자주 이런 말이 언급됩니다.

 "너 E 같은데 I라고?"

 "여행 갈 때 J랑 다니면 피곤해. 나는 P거든"

 "역시 T였어."

  이런 비슷한 말들이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겁니다.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저는 가만히 있었어요. 사실, 몰랐거든요. E가 뭔지. T는 뭔지. 왜 알파벳 갖고 그런 말들을 하는지 몰 랐습니다. 검색을 해보고 한참 후에나 전에 나눴던 대화들을 뒤늦게 쫓아가는 상황이었어요.


 이제는 MBTI에 대해 어느 정도 알게 되었습니다. 대화할 때 따라갈 수 있을 정도는요. 처음에는 대화를 따라가기가 벅차서 MBTI에 대해 이야기할 때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갔는데. 대화를 따라갈 수 있게 되니 문맥이 보이고, MBTI를 말하는 사람의 생각이 보이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MBTI로 사람을 맹목적으로 나누려고 하는 사람도 보였고요. 선을 냉정하게 긋더라고요.   '나는 F라서 T 하고는 전혀 맞지 않아.' 이런 식으로 말이죠.  가볍게 사람의 성향을 분류하는 것은 얼마든지 할 수 있죠. 하지만 그 분류에 맹목적으로 빠져들어서 MBTI 별로 사람을 나누고 편협하게 판단하려는 사람이 있더라고요.


 복잡한 감정을 지닌 사람이 어떻게 정해진 틀에 맞춰서 분류되겠어요. 혈액형  4개로만 사람의 성격을 규정지을 수 없듯이. MBTI 16개로도 사람을 정확하게 규정지을 수는 없잖아요. 물론 MBTI의 여러 검사항목에 답을 하며 검사하는 사람의 성향이 반영될 수는 있겠죠. 하지만 지문을 읽고 답을 하는 것뿐이잖아요. 검사를 할 때마다 결과가 조금씩 달라지는 사람도 있고요. 영원한 ESTJ가 어디 있고, 영원한 INFP가 어디 있겠어요. 그리고 E가 더 좋다라든지, F가 더 좋다라든지 사람의 성향에 우위는 어디 있겠습니까. 다만 서로 다를 뿐이지요.


 가볍게 '사람의 성향을 나누었구나.'라는 정도로만 받아들이면 될 것 같아요. MBTI로 사람의 성격을 단정 짓고 그 사람의 인생을 판단하지도 말고요. MBTI로 그 사람의 직업 능력을 판단하지 말고요. MBTI로 인기 있는 사람이나 아웃사이더라고 판단하지 말고요. 사람은 16개로 나누어 설명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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