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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아빠 Jun 25. 2024

너의 유치원 생활이 궁금해

*상담사례를 각색했습니다


저희 아이는 너무 수다쟁이어서 문제였어요. 쉴 새 없이 말하고 조그만 일이 있어도 저한테 와서 한 시간이고 반복하면서 말하는 걸 좋아하는 아이였어요. 제가 화장실 다녀오는 그 잠깐동안 거실에서 날파리를 잡았다고 30분 넘게 말하기도 하는 아이였으니까요.

힘들기도 했지만 예쁜 마음에 어린이집은 안 보내고 보육을 하다가 유치원을 보내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유치원에 들어가고 나서는 말이 부쩍 줄었어요. 유치원을 다녀와서 오늘 재미있어니라고 물어보면 응, 모르겠어 정도가 전부이고 정확히 무슨 활동을 했는지 누구와 어떻게 놀았는지 말해주지를 않아요.

혹시 유치원에서 적응을 못하나 걱정되어서 선생님께 연락을 드려보니 유치원 생활은 아주 잘하고 있더라고요. 친구들과도 잘 놀고요.

감당 안될 정도로 수다쟁이 었던 저희 아이 왜 이렇게 변한 걸까요?




아이의 조잘거리는 말소리만큼 아름다운 소리가 없지요. 

아이의 갑작스러운 행동변화는 두 가지 측면에서 생각해 볼 부분이 있습니다.


먼저 하루종일 엄마와 같이 있던, 엄마와의 삶이 세상의 전부였던 아이가 유치원이라는 새로운 세상을 만난 것이지요. 엄마 이외의 사람들과 매일 소통하고 어울리는 것이 아이에게는 신기한 경험이자 엄마가 없는 자기의 세상이 존재함을 인지하게 되는 순간입니다. 나의 모든 행동을 엄마에게 보여줄 수밖에 없던 환경이었는데 짧은 시간이나마 본인만의 비밀이 생겨버린 것이지요. 아이가 별 의도가 없더라도 이런 새로운 자신의 세계를 인지하고 그로 인해 생긴 본인의 비밀을 본능적으로 엄마에게 숨기고 싶은 마음에 나타나는 현상일 수 있습니다. 아이가 본인의 영역을 인지하게 되는, 정서적으로 성장하는 매우 중요한 단계이니 속상해하시거나 어떻게든 알아내시려고 아이를 닦달하지 마시고 아이의 성장을 흐뭇하게 지켜봐 주세요.


두 번째는 엄마의 소통 방법의 문제일 수 있어요. 아이가 그전까지 수다쟁이였다고 말씀하시는 것으로 추측건대 힘이 들거나 처리해야 할 급한 일이 있을 때는 아이의 말에 건성으로 대답하시거나 반응을 해주시는 경우가 종종 있지 않았나 합니다. 아이는 엄마의 그런 모습이 반복될수록 엄마와 소통하는 재미를 잃어버리고 차라리 혼자 놀거나 유치원에서 그 소통의 욕구를 모두 쏟아낼 수 있습니다. 이제 아이의 떨어져 있는 시간이 생긴 만큼 더 정성스럽게 집중해서 아이와 소통해 주세요.

그리고 하원 후 아이에게 무작정 오늘 어땠어? 재미있었어?라고 물어보시면 아이에게서 긴 대화를 이끌어내시기 쉽지 않습니다. 그 상황과 맥락을 잘 고려해보셔야 해요. 아이가 유치원에 다녀와서 오랜만에 만나는 본인의 공간과 장난감에 정신이 팔려있는데 유치원에 대해 물어보시면 아이는 당연히 시큰둥하게 반응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이의 간식 타임 등 유치원에 대한 이야기를 물어보는 시간을 정해두시고 조금씩 시도를 해보세요. 그리고 무작정 재미있었니 등의 추상적인 질문이 아니라 오늘 시장놀이 했다던데 사고 싶은 거 있었어? 같이 구체적인 질문을 해주셔야 아이가 유치원 생활도 다시 떠 울리고 재미있었던 경험을 이야기할 원동력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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