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 사례를 각색했습니다.
잘 놀고 잘 먹고 잘 자면 육아에 걱정이 없을 줄 알았어요.
저희 아이는 고맙게도 정말 잘 먹고 정말 잘 자요.
잘 놀기도 하는데 문제는 너무 몸으로만 놀려고 한다는 것이에요.
남자아이임을 고려해도 너무너무.. 몸을 써서 노는 것만 좋아합니다.
집에서도 한시도 쉬지 않고 뛰어다니고 공 차고 매번 안아서 흔들고 돌려달라고 해요.
하다못해 장난감도 가지고 논다기보다는 들고뛰네요.
이제 세돌이 지나서 무게도 꽤 나가는 데다가 아이가 뛰놀면서 어지른 것 치우는 것만 해도 정신이 없어서
아이 들고 몇 번 뛰고 나면 진짜 죽을 것 같아요.
책 읽기나 역할놀이 같이 잠시라도 앉아서 하는 놀이에는 아예 관심을 보이지 않아요.
남편도 퇴근하고 오면 아이 들고 뛰느라 녹초가 되어서 10시면 잡니다.
아직 어려서 태권도 같은데 보내기는 좀 걱정되고 어떻게든 저희가 해결해야 할 문제예요.
육아는 체력전이라고들 하고 각오도 되어있는데 이 놀이에 너무 체력을 소진하는 것 같아요.
말씀하신 것처럼 육아는 부모님들의 체력을 많이 필요로 합니다. 아이들도 신체가 발달하고 성장하면서 일정 부분 활동이 필요하고요.
아이가 몸을 쓰는 놀이만 좋아하는 것이 부모님을 체력적으로도 힘들게 하지만 놀이의 다양성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는 않습니다.
먼저 아이가 가지고 뛰는 장난감들을 유심히 관찰해 보세요. 분명히 아이가 선호하는 장난감의 종류가 있을 거예요. 예를 들어 그것이 자동차라고 한다면 아이는 자동차에 관심이 많은 것이기에 자동차와 관련된 책을 준비해서 보여주거나 도로 모양의 카펫을 깔아서 앉아서 자동차를 손으로 움직이게 하는 등의 놀이로 유도할 수 있습니다. 또 자동차 정비소 방문 같은 역할 놀이도 할 수 있겠죠. 이렇게 몸을 덜 쓰거나 쓰지 않는 놀이를 경험하고도 즐겁다는 인식이 생기면 아이도 기분에 따라 몸 컨디션에 따라 꼭 뛰어노는 놀이뿐만이 아닌 다양한 놀이를 스스로 하거나 엄마 아빠에게 부탁할 수 있습니다.
또 아이의 주체 못 하는 에너지를 생산적으로 바꾸는 방법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이에게 청소기나 걸레 등을 손에 쥐어주고 청소 놀이처럼 알려주세요. 그러면 아이가 적은 부분이나마 청소를 도울 수도 있고 본인이 원하는 육체 활동도 할 수 있습니다. 또 요리 준비를 같이 할 수도 있겠죠. 밀가루 반죽 같은 것을 같이 만들면서 아이는 놀이 욕구를 충족시키고 엄마는 음식 준비를 빨리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아이가 무작정 집에서 뛰어노는 것은 안전사고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는 않습니다. 무조건 집에서는 못하게 할 수 없겠지만 그 경계를 설정해야겠죠. 외출해서는 공원이나 숲 등에서 마음껏 뛰어놀게 하시고 집에 들어와서는 다른 놀이들을 하게 하는 것이죠. 아이에게도 집은 책을 보고 엄마아빠랑 대화하고 밥 먹고 장난감 가지고 노는 장소이고 넓은 공간과 자연이 확보된 외부는 마음껏 뛰어노는 장소이다라는 인식이 생기면 자연스럽게 따르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엄마아빠가 아이와의 놀이에서 체력을 보존하려면 아이가 혼자 노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엄마아빠와 놀되 점차 그 시간을 줄여가시고 같이 노는 상황에서도 아이의 놀이에 먼저 개입하지 마시고 아이가 필요한 상황에서만 개입해 주세요. 그러다 보면 아이가 스스로 머릿속으로 상상을 하며 혼자 놀게 되는 시간이 있습니다. 이 독립적인 놀이 시간에는 엄마 아빠도 충분한 휴식을 취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