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여행 일정이 1박 2일이든 4박 5일이든 여행만 다녀오면 아이가 한 일주일은 골골대는 것 같아요.
아프다기보다는 계속 피곤하다 그러고 누워 있고 투정도 많아지고.. 외출도 싫다고 합니다.
전반적으로 기운이 없어지니까 괜히 걱정도 되고 그러네요.
친정 엄마는 아이가 체력이 약해 보인다는데 보통 다 이런가요?
아니면 제 여행 방식이 잘못되었는지도 궁금합니다.
보통 숙소에서 휴식하는 날은 잘 없고 하루에 아이가 좋아하는 스팟은 한 곳이라도 꼭 가고 밥은 잘 먹여요.
주로 차로 이동하고 아이가 지치지 않도록 낮잠시간에 맞춰 이동하는 편이고요.
숙소에도 늦어도 8시 전에는 들어가서 잘 준비를 하거든요.
솔직히 아무리 복기를 해봐도 무리되는 일정은 아닌 것 같은데.. 제 방식이 잘못되었을까요?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쉽게 지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동 나이대 아이들과 같은 활동을 하더라도 조금 더 빨리 지치거나 활동 후에는 꼭 휴식이 필요한 아이들이지요. 이게 꼭 체력적인 문제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심리적인 것에도 해당이 됩니다. 아이의 경우 익숙한 생활 루틴을 벗어나는 것이기도 하고 평소보다 더 많고 새로운 자극에 노출이 되는 것이지요. 그래서 쉽게 지치는 기질을 가진 아이의 경우 여행 시 많은 신체적 정신적 에너지를 소모하게 되고 여행 도중 혹은 여행 후에 충전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러다 보니 피곤하다고 표현하거나 누워서 쉬려는 모습이 종종 보일 수 있어요.
아이의 이런 모습으로 인해 여행 방식을 바꾸거나 여행을 다니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아니에요. 다만 아이의 이런 성향과 에너지 수준을 알고 있는 것과 모르는 것은 큰 차이가 있기 때문에 파악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아이의 기질과 에너지 수준을 잘 모르면 자꾸 지쳐하는 것 같고 너무 피곤해해서 왜 이럴까 의문이 들 수 있지만, 아이가 잘 지치고 에너지 효율이 낮다는 것을 알고 계신다면 ‘그럴 수 있지’, ‘여행 후에 당분간 큰 일정을 잡지 말아야겠어’ , ‘여행 중간중간 쉬는 타임이 필요한 아이야’라는 생각으로 아이를 바라볼 수 있게 됩니다.
하나 꼭 경계하셔야 할 부분이 있어요. 여행이라는 특별한 경험과 새로운 곳을 아이에게 보여줄 수 있다는 기대로 아이를 몰아붙이면 안 된다는 것이에요. 이왕 멀리 온 거 아이에게 좀 더 많은 경험, 색다른 경험을 하게 해 주고자 나도 모르게 타이트한 일정을 아이에게 강요하는 경우가 많아요. 전형적인 부모 만족형 행동이지요. 그러면 아이는 점점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게 됩니다.
여행이라는 설레는 시간 동안 아이도 부모도 분명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생깁니다. 아이의 새로운 모습도 발견하고 부모로서 새로운 역할도 경험할 수 있지요. 어렵게 아이와 오랜 시간을 보내는 경험인 만큼 서로가 행복한 추억만 쌓고 올 수 있도록 노력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