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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밖에서는 천사, 집 안에서는 악마

by 곰아빠

*상담 사례를 각색했습니다.


이제 막 3살이 넘은 저희 아이가 밖에서 칭찬을 정말 많이 들어요. 너무 순하고 양보도 잘하고 엄마 말도 잘 듣고 어쩜 그리 착하냐는 말들을 해요. 짜증도 없이 의젓한 아이의 모습을 보면 저도 기분이 좋습니다.


하지만 이 기분은 딱 밖에서만 유지가 되어요. 집에만 오면 짜증에 떼쓰기에 정말 같이 아이 맞나 싶을 정도로 달라집니다. 그렇게 순하던 아이가 장난감을 집어던지고 뭐든 하기 싫다 고집을 부리고 마치 지킬 앤 하이드 같은 느낌이랄까요.


제 훈육 방식이 잘못되었나 하는 회의감도 듭니다. 저는 단호하게 훈육을 하는 편이라 아이가 떼를 써도 필요한 것은 하게끔 하는 편인데 그래서 더 반발심이 생기나 싶어요. 밖에서 다들 오냐오냐 해줄 때는 말을 잘 들으니까요.


아이의 성향일까요? 아니면 정말 제 훈육 방식이 잘못되었을까요?




아이의 그런 행동에는 다양한 이유가 존재합니다.


먼저 아직 속단하기 이르지만 기질이나 성향 자체가 주변의 기대와 상황에 맞춰서 자신의 행동을 조절하려고 하는 사회적 민감도가 높은 아이일 수 있어요. 그래서 주변에서 먼저 착하다 순하다 그런 이야기를 하면 그런 말에 민감해지고 가급적 그것에 맞춰 행동을 하려고 하지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본인의 욕구를 참고 아닌 척하게 됩니다. 그 억눌린 것이 집에 와서 폭발을 하는 것이지요. 참느라 소진한 에너지도 보충하고 비로소 본인이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하게 되는 것입니다. 마침 그 대상이 엄마이고 편안한 대상인 것이지요.


만약 아이의 기질이 이런 것 같다고 판단이 되신다면 그것을 억지로 고치려고 하기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아이를 인정해 주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 집에 와서는 난리 친다 가 아닌 밖에서 참느라 힘들었겠구나 생각하시면서 엄마 앞에서는 편안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이해해 주세요.

물론 자연스레 생기는 감정은 인정해 주시되 잘못된 표현이나 행동에 대해서는 공감과 함께 교정을 해주셔야 합니다.

예를 들어 장난감이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데 울거나 떼를 쓰는 모습이 계속되면 '울지 마' 보다는 '이걸 움직이기가 힘들었구나. 그럴 때는 엄마한테 도와주세요 하는 거야'하고 말씀을 해주시는 거죠. 거기서 무작정 울면 어떡하니, 떼쓴다고 다 되는 건 아니야라고 제한을 해버리신다면 가뜩이나 억눌려있던 아이의 감정이 잘못된 방향으로 분출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3살이면 이제 자기의 생각이 잡히고 말도 어느 정도 가능하기에 자기주장이 강해지는 시기예요. 아이의 말에 지치지 마시고 시기에 맞게 잘 발달하고 있다고 생각해 주시고 여유를 가져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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