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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육아에 갇히다

by 곰아빠

*상담 사례를 각색했습니다.


아직 100일도 안된 아기를 키우는 전업 주부입니다.


반복되는 육아에 우울증이 온 것 같아요.


남편은 사업으로 원래부터 바쁘고 집에 들어오는 날이 많지 않았아요.

아기가 태어나고 뭔가 더 커진 책임감에 일을 더 벌리기도 했고요.


안타깝게도 친정 부모님이나 시댁에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 매일 아기를 혼자 돌보고 있어요.


물론 옛날부터 다 엄마들이 혼자 아기 돌봤는데 뭔 유난이냐 할 수도 있지만 매일 똑같은 육아 그리고 매일같이 벌어지는 사건사고들 때문에 정말 기운이 하나도 없어요.


새벽에 수유하고 울면 달래주고 기저귀 갈아주고 재우고 또 수유하고 좀 놀아주다가 기저귀 갈아주고 아기 잘때 쓰러져 같이 잠들고 또 수유하고 재우고..


제대로 씻어본게 언제인지 기억도 안나고 제대로 밥 먹은 것도 언제인지 기억이 안나요.


요즘 육아를 하면서 계속 우는데 이게 아기한테도 안좋은 영향을 미칠 것 같아 걱정이 됩니다.


선택지가 없는 지금 제가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육아를 하며 느끼는 우울감은 정말 힘든 경험이에요. 혼자서 하루 종일 육아를 책임지는 것은 매우 고된 일이죠. 육아는 신체적으로도, 정서적으로도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는 일이며 그로 인해 고립감과 무기력함을 느끼기 쉬운 환경이기에 사연자분이 연약하거나 그런건 절대 아니에요. 하루하루 반복되는 육아의 일상 속에서 자신을 잃어버린 기분이 드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죠.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느끼는 우울감은 단순히 육아의 피로감에서 오는 것이 아니에요. 지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자신이 감당해야 할 책임이 너무 크고 무거운데서 오는 감정적인 고립감이 더 크죠.


먼저 자기 돌봄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육아에 몰두하는 것 자체가 중요한 일이지만 자신을 돌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자녀가 낮잠을 자거나 혼자 놀 때 짧은 시간을 활용해 자신만의 활동을 해보세요. 물론 잠으로 피로를 푸는 것도 좋지만 예를 들어 간단한 스트레칭이나 요가, 독서 혹은 좋아하는 음악을 듣는 것과 같은 작은 활동들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간단한 것 같지만 이러한 자기 돌봄은 정신적으로 리프레시할 수 있는 큰 기회에요.


또한 소통의 기회를 찾는 것도 중요합니다. 믿을 수 있는 친구나 지인과의 대화는 큰 위안이 될 수 있습니다. 육아에 대한 고민이나 일상적인 이야기를 나누면서 지지를 받고, 공감할 수 있는 사람들과의 연결은 감정적으로 큰 도움이 됩니다. 육아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나 포럼에 참여하는 것도 좋습니다. 다른 부모들과의 대화는 혼자라는 느낌을 줄여 줄 수 있고 다양한 경험과 조언을 나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그리고 긴급 돌봄 서비스를 활용해보시는 것도 추천드립니다. 오랜 시간 육아를 맡길 수는 없겠지만 종종 서비스를 통해 한 두시간만이라도 외출을 하고 친구를 만나고 산책을 하는 등 육아 이전의 삶을 조금씩 회복하면서 육아를 할 수 있는 힘을 축적할 수 있어요.


육아는 터널과 같다고 합니다. 들어가면 깜깜하지만 결국 출구가 있고 빛이 보이지요.

아이들은 놀랍게도 빠르게 자라며 많이 손이 갔던 그 시절이 기억이 안날정도로 앞가림을 하기 시작합니다.


소중한 존재인 사연자분도 본인을 잃지 않으면서 아이가 커가는 모습도 기쁘게 지켜볼 수 있는 시간이 되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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