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 사례를 각색했습니다.
기질 자체가 예민하고 조심성 많고 겁이 많은 아기에요.
모든 행동이 좀 까다롭고 하기는 한데 유독 저를 힘들게 하는게 있어요.
집에선 아무문제 없이 잘 걷는데요.
밖에만 나가면 안겨 있으려고 하고 걷는건 고사하고 땅에 발 닿는 것도 싫어해요.
내리려고 하면 밑에 무슨 뜨거운 용암이라도 있는 듯이 다리 올리고 난리가 나요.
예쁜 신발도 신겨줘보고 과자나 영상으로 유혹해도 다 안통해요..
그냥 아예 내려놓는 시늉만 해도 울어요.
이거 언제쯤 괜찮아지나요?
아기의 기질은 타고나는 것이고, 조심성이 많고 겁이 많은 아기들은 새로운 환경이나 낯선 자극에 대해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경계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집이라는 익숙하고 안전한 공간에서는 자유롭게 탐색하고 움직이지만, 밖이라는 예측 불가능하고 다양한 자극(소리, 냄새, 움직이는 사물, 울퉁불퉁한 지면 등)이 가득한 공간에서는 불안함을 느끼고 움츠러들 수 있어요. 땅에 발을 딛는 것 자체가 '안전하지 않다'고 느껴지는 자극일 수 있습니다.
신발을 바꿔보거나 과자로 유혹하는 등의 방법이 통하지 않는 것은, 이게 배고픔이나 불편함의 문제가 아니라 '두려움'의 문제이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두려움을 느끼는 아기에게는 아무리 좋은 것이나 편안한 것을 제공해도 그 두려움 자체가 해소되지 않으면 행동 변화로 이어지기 어렵습니다. 유모차에서 내리는 시늉만 해도 우는 것은 그만큼 '밖에 발을 딛는 상황' 자체에 대한 강한 거부감과 두려움을 보여주는 것이죠.
아이가 밖이라는 환경에 대해 '안전하고 익숙한 곳'이라고 인식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건 강제로 밀어붙이거나 다그친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 아이 스스로 탐색하고 경험하면서 불안감을 낮춰가는 과정이에요.
이 시기에 부모님이 해주실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역할은 '기다려주고, 아이의 두려움을 이해해주며, 안전한 환경에서 점진적으로 노출시켜주는 것'입니다.
먼저 아기의 두려움을 인정하고 공감해주세요. "밖에 나가는 게 무서워? 땅에 발 딛는 게 싫구나" 와 같이 아이의 감정을 읽어주고 말로 표현해 주세요. "별것도 아닌데 왜 그래?", "겁이 왜 이렇게 많아!" 와 같이 다그치거나 아이의 두려움을 하찮게 여기는 태도는 아이를 더 불안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엄마/아빠가 옆에 있어. 괜찮아" 와 같이 안정감을 주는 말도 함께 해주세요.
그리고 아주 짧은 시간부터, 부담 없이 시작하세요. 처음에는 유모차에서 잠깐 (정말 10초라도) 발만 살짝 땅에 대보는 시도부터 시작할 수 있습니다. 아이가 울거나 힘들어하면 바로 안아 올려주세요. 성공하면 크게 칭찬해주고요. 목표를 아주 작게 잡고, 아이가 성공하는 경험을 쌓게 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더불어 친숙하고 안전한 공간에서 시도하세요. 처음부터 넓고 사람이 많은 공원보다는, 집 앞 마당이나 아주 한적한 골목길 등 아이에게 비교적 덜 위협적으로 느껴지는 공간에서 땅에 발을 딛는 연습을 해보세요.
또 아이와 함께 땅을 탐색해보세요. 엄마나 아빠가 먼저 땅에 발을 딛고 "어? 여기 돌멩이가 있네?", "풀이 간질간질하다!" 와 같이 즐겁게 이야기하며 땅을 탐색하는 모습을 보여주세요. 아이가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유도하되, 강요는 하지 마세요.
마지막으로 좋아하는 장난감이나 물건을 활용해보세요 아이가 좋아하는 장난감을 땅에 내려놓고 "어? 곰돌이가 땅에 앉아있네? 우리 곰돌이 만나러 가볼까?" 와 같이 자연스럽게 땅에 시선을 돌리고 흥미를 느끼게 해주는 것도 방법입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아이는 '아, 밖도 생각보다 괜찮구나', '땅에 발을 딛어도 안전하구나', '엄마/아빠가 내 옆에 있으니 무섭지 않다'는 것을 서서히 배우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