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리(夢離) : 떠나버린 꿈

꿈에 대한 이야기

by 흰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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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리(夢離) : 떠나버린 꿈



피고를 직무유기로 유죄 판결하고 벌금을 1000만원을 부과한다.



"헉!" 식은 땀을 흘리며 눈을 뜬다. 오랜만에 꾼 꿈인데 악몽이라니 기분이 꿀꿀하다. 멜랑꼴리한 기분을 날리기 위해 좋아하는 재즈 곡인 The gril From Ipanema를 튼다. '왜 벌금을 받은 거지?' 곰곰이 생각해 보다가 기억이 나지 않아 음악을 들으며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고 커피머신을 향해 커피를 내린다.



"개꿈이야. 개꿈" 혼잣말을 하며 커피를 마신다.



무몽(無夢): 없는 꿈



어렸을 때 우리집은 관광호텔 두 개를 운영했다. 나는 꽤나 유복한 환경에서 살고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초등학생 때는 공부를 할 필요성과 절박함이 없었다.



"승준아, 이제는 공부를 해야 한단다." 어머님께서 우시면서 갑자기 나를 붙잡고 이야기를 하셨다. 유복한 집안도 IMF를 피할 수 없었다. 얼어붙은 경기에 사람들은 여행이나 관광에 돈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다. 집이 점점 작아지는 경험을 하게 되었고 나도 상황의 심각성을 알게 되었다. 어머님의 눈물을 보며 정신을 차리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어머님을 기쁘게 해드리고 싶었다. 나는 나의 꿈보다 우선적으로 어머니의 바램을 이뤄 드리기로 했다.



당시 반에서 뒤에서 3에서 4등을 달리고 있던 나에게 공부는 쉬운 것이 아니었다. 우선 공부를 하는 방법을 몰랐었다. 그러니 참고서를 꺼내서 문제를 풀고 답안을 고대로 백지에 적는 게 나의 공부 방식이었다. 그렇게 무식하게 새벽 두 시까지 공부를 했다. 하위권 학생이 상위권 학생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두 배 혹은 세 배이상으로 공부의 양이 많아야 한다. 그렇게 첫 중학교 2학년 첫 중간고사 시험에서 반 15등이 되었다. 맨 뒷자락에 있던 학생 치고는 급격한 성적의 향상이었다.



성적이 오르니 공부하는 것에 재미가 붙었다. 나의 목표는 새벽 두 시까지 공부를 하고 새벽 두 시에 진행하는 103.5 MHz SBS 러브 FM의 김소원 아나운서의 뮤직토피아를 듣는 것이었다. 이 프로그램은 1시간 정도 진행 되는데 프로그램 끝자락에 시를 읽어주는 다소 감성적인 프로그램이었다. 나는 라디오를 듣다가 잠에 들기 때문에 카세트 테이프로 프로그램을 녹음하고 잠이 들곤 했다. 녹음된 테이프로 뒤에 나오는 끝자락의 시를 손으로 옮겨 적는 것은 외롭게 공부하던 시절에 즐거운 낙이었다.



여름 방학이 끝나고 2학기 중간고사가 되자 나의 성적은 반 3등이 되었다. 어느 순간 나는 하위권 학생에서 상위권 학생이 되어 있었다. 처음에는 갑자기 공부타령이라며 나를 무시하고 괴롭혔던 친구들도 나를 인정하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 라디오에서 흘러 나오는 시를 옮겨 적은 노트가 꽉차기 시작했다. 그때가 2학기 기말고사 시험이 있던 즈음이었다. 나의 성적이 반에서 1등이 되었고 전교 13등이 되어 있었다. 어머님은 무척이나 기뻐하셨다. 이제 어머님의 꿈을 이뤄드린 것 같았다. 근데 '내가 하고 싶었던 건 뭐였지?'



실몽(失夢): 잃어버린 꿈



예선전 24강 김승준 vs 최민성 (실제 이름을 각색처리하였습니다.)



GSL(Global Starcraft2 league) 예선전 36강에서 상대 선수를 이겼다. 상대 선수가 나에게 와 격려를 해줬다. 접전 끝에 승리한 것이라 기분이 좋았다. 서로가 서로를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낭만이 있던 시절이었다. 이후 본선 진출을 위해 최민성이라는 선수와 붙게 되었다. 전(前)프로게이머라고 한다. 초반 경기가 나에게 우세하였으나 후반 운영전에서 패했다. 모든 걸 걸고 준비했었고 프로게이머가 되기에는 적은 나이가 아니라서 나는 게임을 포기했다. 추후에 같이 연습했던 동생들이 다 우승자가 되었던 걸 보고 꿈을 너무 빠르게 포기하지 않았나 싶었지만 실력의 격차를 인정해야 했다. 처음으로 꿈을 잃어버렸다.



역전의 용사들이 멋있어 보였다. 그들을 동경했고 그들처럼 되고 싶었다. 그러나 나는 해내지 못 했다.




우몽(愚夢): 어리석은 꿈



"TO 부정사는...." 나는 학생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어 있었다. 꿈을 잃어버린 이후에 진로에 대한 고민이 있었고 으레 부모님 세대가 좋아하는 직업을 가지기로 하였다. 나름 재미도 있었다. 제자들을 키우는 재미도 있었고 성인이 된 제자들이 나를 찾아와 추억을 쌓기도 했다. 그러나 나는 남들이 보기에 그럴듯한 사(士)자 직업을 가지고 싶었다. 내 마음 속 꿈을 찾기 보다 그럴듯 해 보이는 꿈을 찾기 시작했다. 어리석은 동기는 좋지 않은 결과를 가지고 온다. 나는 운이 좋게도 1차 시험에 합격을 했지만 2차 시험에서 낙방을 했다. 3년 간에 수험기간을 마치고 나는 직장도 소중한 사람도 잃어버려 홀로 남게 되었다. 어리석은 꿈을 꾼 결과값이라 생각했다. 그래도 후회는 없었다. 몸도 마음도 망가져 버린 상황에서도 나는 다시 꿈이 필요했다. 내가 향할 별이 필요했다. 막막한 건 무서우니깐..




범용지몽 (凡庸之夢): 평범한 꿈



"평범하게 사는 게 가장 어렵다." 친구들과 술 한 잔을 걸치며 이야기 중 나온 말이었다. 인생의 방황을 어느 정도 하고 나서 하는 우리 내 대화는 재테크, 정치, 회사생활을 주제로 평범해졌다. '어려운 걸 해낸 것 같은데 왜 사는 게 어려운 거지?' 문득 의문이 들었다. 이제는 승진, 결혼 평범한 꿈을 꾸며 살아가기로 결정하고 실행하고 있었다. 이때부터 잠을 자도 꿈을 꾸지 않게 되었다. 어두컴컴한 눈을 뜨면 아침을 맞이하는 삶의 반복이었다.



"Cut-off list에 저와.. 승준님이 들어갔어요."



소속 팀장이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을 전해 들고 왔다. '회사 성장에 기여하고 매출도 1등이었는데 나와 팀장이 권고사직이라니?' 의문이 들었다. '신은 나에게 평범한 삶을 원치 않는 것일까?' 괴로웠다. 꽤나 큰 싱가포르 회사에서 인정받고 회사 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갑작스레 한국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하니.. 이제 내가 필요 없어진 모양이었다. 이때부터 나는 평범하게 살 수 있는 운명이 아니겠구나 싶었다. 이럴꺼면 차라리 비범하게 살자고 결심했다.



추몽인생(追夢之生): 꿈을 좇는 삶



'추몽(追夢)하지 않은 것 치고는 천만원이면 싸게 먹히는 벌금 아닌가?' 커피를 마시며 곰곰이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오랜만에 악몽이라도 꾼 게 다행이다 싶었다. 생각해보니 글을 쓰기 시작한 순간부터 꿈을 꾸기 시작했다. 신기한 건 대부분 좋은 꿈이 아니라 악몽이라는 점이다. 잠시 꿈과 이별한 직무유기 값으로 악몽을 받았다 생각해도 이건 나쁜 형벌은 아니다. 나는 이제 꿈을 글로 적기 시작하고 있다. 글로 적다보니 내 삶이 구체화되고 방황하지 않게 되었다. 하늘의 별을 나침반 삼아 나아가듯 하루 하루의 꿈을 글로 적는다. 그동안 잠시 이별했던 꿈과 재회하고 있다. 책을 쓰고 싶다는 그 꿈을 이루기 위해 한걸음 달려 나가고 있다. '그래도 다행이다 이제라도 떠났던 꿈과 재회 했으니깐..'




The girl From Ipanema



Olha que coisa mais linda mais cheia de graça


우아함으로 가득한 가장 아름다운 존재를 봐요



É ela menina que vem que passa


바로 저기 오는 저 소녀 말이에요.



Num doce balanço caminho do mar


해변가를 지나며 사랑스럽게 흔들거리죠.



Moça do corpo dourado do sol de Ipanema


이파네마의 햇빛을 받은 황금빛 몸을 가진 소녀



O seu balançado é mais que um poema


당신은 어떤 시보다도 더 반듯이 균형이 잡혀있죠.



É a coisa mais linda que eu já vi passar


내가 평생 본 것 중 가장 아름다워요.



Ah, porque estou tão sozinho


아, 내가 혼자이기 때문일까요?



Ah, porque tudo é tão triste


왜 이렇게 전부 슬프게 느껴지는지 모르겠네요.



Ah, a beleza que existe


그렇게 남겨진 아름다움은



A beleza que não é só minha


그 아름다움은 나만의 것이 아니네요.



중략



Que quando ela passa


당신이 지나갈 때마다


O mundo sorrindo se enche de graça


미소짓는 세계는 기쁨으로 가득차고


E fica mais lindo por causa do amor


사랑으로 더욱 더 아름다워지는 걸요.




중략



But each day, when she walks to the sea


하지만 매일매일, 그녀가 바다를 향해 걸으면



She looks straight ahead, not at him


그 소녀는 그가 아니라 앞만 바라본다네.




중략



Tall, and tan, and young, and lovely


큰 키에 그을린 피부, 어리고 사랑스러운



The girl from Ipanema goes walking


이파네마의 소녀가 걸어가네



And when she passes he smiles, but she doesn't see


그 소녀가 지나갈 때 그는 미소를 보내지만 그 아이는 보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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