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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달별꽃 Mar 25. 2021

비우는 게 다가 아냐

당근마켓 처음 써본 후기


- 당근마켓 고수님, 어떻게 대체 해야 거래에 성공하나요?


당근마켓 거래를 자주 한다는 친구에게 SOS를 쳤더니 이런 답장이 왔다.


빨리 처리하고 싶은 건 가격을 많이 싸게 내놔야 해. 좀 여유를 두고 천천히 팔고 싶은 물건이면 오래 기다려야 하고. 아니면 니가 있는 동네에서 수요가 없는 것일 수 있으니 위치를 다른 동네로 설정해 봐.



앱을 깔아놓고 해봐야지, 생각만 하다가 게시글을 올린 지 일주일이 지났건만 채팅방이 고요하다.


내가 올린 게시 글은 총 9개. 캠핑용 콜드컵, 텀블러를 비롯해 명품 가방, 명품 지갑, 전기 손난로 등 종류도 가지가지다.


이것들을 내놓기까지 쉽지 않았다. 모두 선물 받고 애지중지 하던 것들이다.


‘언젠간 써야지’ 하고 놔뒀는데 먼지만 쌓여가는 걸 보면서 제 쓰임을 다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안쓰러운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내가 쓰지 않는 건 비우자고 마음을 정하니까 거래할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문제는 모두 새 상품인데다 아주 저렴하게 내놨는데도 사려는 사람이 없다는 거였다. 심지어 하트나 댓글이 아예 없는 것들도 수두룩했다.


이유가 뭘까?


내 게시물의 하트가 몇 개인지 확인하는 시간보다 다른 게시물들을 관찰하는 시간이 점점 늘었다.


하트가 많은 게시물을 보면 대부분 인기템이다. 육아용품, 수납함, 탁자 등 사려면 돈이 많이 드는 것들.


아, 일단은 사고 싶어 하는 물건을 내놔야 하는 구나.


이전에 알라딘에 집에 있는 책들을 팔러 갔다가 허탕을 치고 온 일이 떠오른다. 알랭드보통의 ‘나는 왜 너를 사랑하는가’를 가져갔는데 ‘중’ 등급을 받아서 3000원 좀 넘게 팔렸다.


한번도 제대로 완독하지 않은, 새 책이나 다름없는 아이인데 고물 취급을 받아 억울했다. 이유를 물으니 종이 몇 장이 미세하게 접혀있어 그렇다고 한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같은 베스트셀러 몇 권은 아예 접수 조차 실패했다. 이미 서점에 너무 많아서 그렇단다.


조금 흠집이 나도, 팔려는 사람이 너무 많아도 값어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구나.    


내가 내놓은 물건들은 이미 집안에 너무 많아서 사야지 하는 생각이 안 들거나, 그 돈을 주고서라도 사야지라고 생각 들게끔 매력적이지 않아서 안 팔리는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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