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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달별꽃 Aug 01. 2021

쓴 맛보단 담백한 맛이 좋아! 현명한 면접의 기술

면접은 쌍방향 대화다

“일 안 할 땐 주로 뭘 하세요?”
“독서 모임을 하고 있습니다”


평범하디 평범한 나의 답변에 A 회사 면접관은 이렇게 반문했다.


“독서 모임을 하면 회사에 급한 일이 생겼을 때 처리를 못 하겠네?
혹시 요즘 젊은 친구들처럼 일 끝나면 추가근무는 절대 안한다는 생각 갖고있어요?”


와, 이 말에 이렇게 받아친다고? 면접관이 던진 질문이 야근을 종용하는 의미일 줄이야! 고루하디 고루한 전개에 할 말을 잃었다. 마음 같아서는 요즘도 이런 무례한 말을 하는 면접관이 있냐면서 화를 낸 후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고 싶었지만, 급한 일이 생긴다면 주말에도 업무를 할 책임감은 있다면서 무난히 넘겼다.   


과거 C라는 회사 면접을 봤을 때에는 카페에서 편히 대화를 나누는 분위기였다. 긴장이 덜 되어 편하긴 했는데 면접관이 계속 개인전화를 받는 바람에 정신없었던 기억이 난다. 면접관이 4~5명이나 됐던 D라는 회사는 진부한 질문을 던지기보다는 생산적인 아이디어를 요구해서 내가 대화를 나누는 동안 신이 났다.


한국에서 입사할 때 치르는 면접은 영어로 인터뷰(interview), 즉 서로(inter) 본다(view)는 의미다. 면접관이 지원자만 판단하는 일방적인 행위가 아니라, 지원자도 면접관을 통해 회사를 판단하는 쌍방향적인 교류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회사의 ‘어른’들이 이 부분을 간과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멍청하게도, 조만간 자신의 식구가 될지도 모를 사람을 ‘을’로 인식하고 있다.


최근에 내가 만난 A 회사의 경우, 면접관들이 본인이 누군지조차 밝히지 않고 다짜고짜 질문을 던졌다. 업계 실무 지식 관련 물음에 내가 답하지 못했을 때에는 조소를 보냈고, 내가 현재 다니는 회사의 직원 수를 물어보면서 당신 회사의 직원 수나 업무 체계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설명해주지 않았다.


반면 B 회사는 나와 소통하려는 태도를 보였다. B 회사의 면접관들은 코로나 시대에 거리두기를 해야한다면서 나와 10m쯤 떨어진 책상으로 앉은 다음, 거리가 제법 있으니 마스크를 벗고 편히 말해도 된다고 말하면서 면접을 시작했다. 물론 자기소개도 해줬다.


내가 사전에 보낸 자기소개서와 이력서를 제대로 읽지 않은 듯한 질문을 하는 A 회사 면접관들과 달리, 내가 그동안 일해 온 맥락을 파악하고 있다는 기분을 안겼다. 또 B 회사 면접관들은 자신들이 고민하고 있는 업무상 문제에 대해 내 의견을 물었다. 물론 당황한 나는 더듬거리면서 서툰 언변을 들키고 말았지만, 그들은 끝까지 경청했다. 눈을 맞추고, ‘그렇게도 생각할 수 있겠다’라면서 리액션을 해줬다.


면접 시간은 동일한 30분이었지만, A회사와 B회사는 내게 상반된 이미지를 선물했다. 당연히 나는 B회사에 마음이 끌렸다. A회사에 대해선 ‘꼰대’라는 관념이 덧입혀졌다. 대체 왜 내가 아닌, 내 퇴근 후 일상과 내 회사에 대해 궁금한 건지 또 나에 대해 알고 싶기는 한 건지 의문이 들었다.


이번 면접을 계기로 ‘좋은 회사’를 판별하는 내 인식체계에 약간의 변화가 생겼다.


이전에 나는 페이(연봉), 나의 성장성, 집과 회사의 거리, 업무의 자율성, 네임벨류 등을 고려했다. 그런데 실질적으로 중요한 것은 이 회사가 나를 얼마나 필요로 하느냐, 그리고 나를 어떤 태도로 대하느냐라는 걸 알게 됐다. 아무리 돈을 많이 주고 유명한 회사라 할지라도 직원을 ‘사람’이 아닌 ‘돈’ 또는 ‘기계’로 여긴다면 그 회사는 꽝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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