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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달별꽃 Aug 01. 2021

한바탕 웃고 가세요~ 시트콤 같은 내 인생!

자기 전 피식ㅣ1화

사람들을 많이 만나면서 에피소드를 푸는(?) 기술이 늘었다.


이 사람과 친해진다는 마음으로 전래동화 이야기를 하듯 내 이야기를 해준다. 그럼 상대는 배가 앞을 정도로 깔깔 웃으며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냐며, 만화 같다고 한다. 최근에 만난 어떤 사람은 시트콤이나 일상툰으로 만들어도 될 정도로 코믹하다고, 어디에다가 정식으로 공개하면 대박 날 것 같다고 했다.


사실 몇 년 전에 스타들의 관찰 예능이 막 뜨는 걸 보면서 VJ가 나를 따라다녀서 일상을 촬영하면 참 웃긴 장면이 나오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그런데 내가 아닌 사람들이 그렇게 말을 해주니까 정말 내 일상이 그렇게 웃긴가? 싶어졌다.


유튜브에 내 일상을 올리면 인위적으로 연출을 해야 하고, 또 그림을 그리는 건 자신이 없기 때문에 브런치가 떠올랐다.


일상에 재미를 못 느끼는 이들이 자기 전 ‘피식’하고 미소지을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짧은 특별 기획 [자기 전 피식]을 쓴다.


[1슬리퍼가 망가졌다(1)]


10년 전쯤 일어난 일이다. 편해서 매일 신은, 시장에서 산 슬리퍼가 있었다. 밑창과 이어지는 슬리퍼의 가장자리 부분이 덜렁거렸는데, 본드를 발라 자체 공사를 하고 다녔다. 내 발에 잘 맞는 몇 안 되는 신발이기에 버리지 않고 애지중지 신었다.


그러던 어느 날, 먹을 걸 사러 동네에 나갔다가 일이 터지고 말았다. 본드로 간신히 붙여둔 부분이 떨어지면서 신발 밑창과 발등을 감싸는 천이 분리된 것이다. 한 마디로, 슬리퍼가 망가져 아예 걸을 수 없게 되었다.


맨발로 덩그러니 길 한편에 서서 머리를 굴렸다.


‘어떻게 집에 가지?’


집까지 가려면 걸리는 시간은 최소 20분. 휴대폰을 갖고 나오지 않아 가족들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도 없었고, 이미 장을 보려고 챙겨온 현금을 다 써버려서 택시를 탈 수도 없었다.


설상가상,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은 짝다리를 짚고 서 있는 나를 흘끗흘끗 쳐다봤다. 그 시선에 나도 눈을 어디로 둬야할지 난감하고 식은땀이 났다.

 

그때 눈에 ‘조개구이’집 간판이 들어왔다. 사장님으로 보이는 한 중년여성이 셔터를 올리고는 저녁 장사 준비를 하고 있었다.


‘저기에 가서 도움을 요청해볼까?’


망설여졌다. 평소 시장을 오며가며 자주 지나간 식당이지만 한 번도 안에서 식사를 해본 적은 없었다. 처음 보는 내 말을 들어주기나 할까 싶었지만, 다른 대안이 없었다.


절뚝거리면서 조개구이집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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