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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달별꽃 Feb 28. 2020

기안84가 칭찬을 먹고 박태준이 욕먹는 이유[2]

웹툰을 보고서2

“기안84 진심 창의력 터진다”, “기안이 요즘 물 올랐네”, “레전드 써가는 중”.. 

                                                              - 웹툰 ‘회춘’, ‘복학왕’ 댓글       


기안84가 매회 레전드를 써 가고 있다. 혹자는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하며 쌓은 인지도가 웹툰의 인기에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방송이 웹툰 인기의 영향을 받고 있는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요즘 기안84의 작품들은 반짝반짝 빛난다. ‘외모지상주의’의 박태준 작가가 캐릭터 놀이를 잘 해낸다면, 기안84는 기발함과 진솔함으로 승부한다. 현실에 기반한 자신의 이야기로 판타지적인 발상을 구현해낸다. 그의 작품은 거침없다. 철이 들지 않은 어린아이의 시선만큼이나 순수하고 경계와 한계가 없다. 그래서 허를 찌른다.     


새 작품 ‘회춘’은 사람이 나이 들어가면서 회춘한다는 발상으로 꾸며진 이야기다. ‘두 번째 청춘을 맞이한다’는 콘셉트는 드라마 ‘두 번째 스무살’, ‘고백부부’, 영화 ‘수상한 그녀’ 등에서 다뤄져온 재료지만, 이를 버무리는 레시피는 전혀 다르다. 판타지적 설정이 실제 현실과 닮아있다. 회춘한 양호쌤이 아들에게 버려져 교장쌤과 함께 폐휴지를 줍는 이야기는 부모가 나이들었다고 돌보지 않는 젊은 세대를 반성케 한다. 회춘 후, 가족을 버리고 학창시절 짝사랑했던 교생쌤과 새 삶을 시작하는 방나래는 누구에게나 주어진 권리인 ‘행복’을 추구하는 한 여자로서 지지를 받는다. ‘청춘’이란 소재를 이토록 구수하고 깊이있는 철학으로 버무릴 수 있다는 게 놀라울 지경이다. 우리가 아는 어설프고 바보같은 기안84가 맞나 싶을 정도로 농익은 작품이다.    

  



최근 ‘복학왕’의 ‘기안84’ 에피소드를 보면 웹툰작가로서의 반성도 엿보인다. 극에 인기 웹툰작가로 ‘기안84’가 등장해 김희민을 되돌아본다. 마치 김광석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의 가사처럼, 화자가 자신을 객관화 해 관조하는 형식이다. 이는 기안84이기에 도전할 수 있는 세계관이다. 극 중 작은 사무실에서 일을 시작한 기안84는 명예를 얻게 되면서 힘들 때 자신을 도와준 동료들을 함부로 대할 정도로 거만해 진다. 성공으로 인도해주는 네비게이션에 의지하던 그는, 불현 듯 ‘누가 내 앞길을 알려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건가?’라며 목적지가 없어도 달리는 게 즐거웠던 과거를 떠올린다. 아마 기안84가 하고 있는 고민인 듯하다.     



오락성으로 우리를 즐겁게 해주는 웹툰은 끝도 없이 나온다. 하지만 우리 자신을 되돌아보게 해주고, 삶의 이면을 작품에 담아 메시지로 전하는 작품은 보기 드물다. 기안84는 그걸 해냈다. ‘감동과 교훈’이라는 무거움을, 거부감없이 이야기 하는 능력만큼은 박수를 쳐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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