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더딘 기다림을 견뎌내야 해

다이어트의 숙명

by 아임유어엠버


12.

헬스장에 가면 40분 정도 러닝머신을 탄다.


러닝머신 위에 오르기 전에는 인내심을 빵빵하게 충전해야 한다. 매일 걷는 걸음을 또 하는 것이니 지루할 수밖에 없다. 시간이 어찌나 더디게 가는지.


처음 10분은 그럭저럭 흘러간다. 내일 해야 할 업무에 대해 생각도 하고 곡도 흥얼거린다. 그런데 그 이후로는 계기판의 숫자만 쳐다보게 된다.


속도는 9와 6을 반복하는데, 이것도 단조롭다는 생각이 들어서 9.5도 했다가 10도 했다가 3도 한다.


사실 러닝머신을 타는 것은 아주 많은 전제조건이 달린 운동이다.


허리를 꼿꼿이 펴고 턱에 힘을 주고 시선은 정면을 바라보고, 속도에 몸을 맡기면 된다. 발은 뒤꿈치부터 지면에 닿게, 힘은 발바닥 전체에 고루 줘야 한다.


생각 없이 막 걷는 게 아니라 몸의 움직임에 집중하면서 걸어야 한다. 그러나 이런 다짐쯤은 곧 잊어버린다.


13.


“1등 하시면 30만 원을 줘요. 횐님은 어차피 바디프로필 찍을 거니까 1등 확률이 높죠”


트레이너 쌤이 여름을 앞두고 ‘챌린지’ 도전을 권유했다. 3개월 후 인바디 기계로 측정한 체지방률과 근육량의 변화가 가장 큰 회원한테 상금을 몰빵하는 이벤트다.


문제는 회원들이 각자 5만 원씩을 내야한다는 것인데, 왜 헬스장 측에서 돈을 쓰지 않는지 의문이 들었다.


트레이너는 작년에도 이렇게 했고, 회원들이 참가비를 내야 더 열심히 운동을 한다면서 그럴 듯한 이유를 댔다. 일종의 상술이었지만 나는 속는 척 넘어갔다.


점수를 측정하는 조건에는 출석도 포함됐다. 일주일에 최소 네 번은 헬스장에 방문을 해야 점수를 얻는다. 챌린지에 도전하기 전에도 일주일에 네 번 이상 헬스장에 얼굴을 비췄으므로 문제될 게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한 달, 두 달 지나가면서 이 조건이 하나의 압박감으로 작용했다. 야근을 하는 날, 몸이 아픈 날, 저녁 약속이 있는 날 등을 고려하면 은근 빠듯한 일정이었다.


운동이 습관이 아닌 의무로 바뀌면 스트레스가 된다는 것을 챌린지를 시작할 땐 알지 못했다.


출석도 출석이지만, 인바디 결과에 연연하는 내 자신을 발견했다. 그놈의 숫자가 뭔지, 0.1kg에 기분이 들떴다가 또 축 처졌다.


5만 원이면 커피를 10잔은 마실 수 있는 돈인데 이걸 다른 사람을 위해 낭비한다는 건 상상 못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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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에는 일하기가 싫다. 월요일에는 주말에 확인 못 한 업무들까지 쌓여 다른 날 보다 일이 많다. 그냥 확 연차를 쓰고 휴대폰과 노트북을 등지고 싶다.

그런데 회사 윗분들은 주말에 쉬었으니 월요일에 에너지가 충만할 거로 생각하는 것 같다.

금요일에도 일하기가 싫다. 꼭 주말에 일할 수밖에 없게끔 추가 업무를 준다.

어느 회사는 금요일이라고 3~4시면 퇴근을 시켜준다는데, 울 회사는 꼬박꼬박 퇴근 시간 지키는 것도 불만이다.

월요일도, 금요일도 직장인들에게는 벅찬 하루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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