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나와의 약속 지키기

내가 나를 포기하면 안 되지

by 아임유어엠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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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넵병’이라는 게 있다. 상사에게 ‘네’(넵)라고만 답을 하는 젊은 세대의 언어습관을 말하는 것인데, 문제는 넵병이 걸릴 수밖에 없게 하는 상사의 태도다. 부장인 우리 홍길동 씨의 경우, 내가 전화를 받으면서 ‘네 부장’이라고 하지 않았을 때 노발대발했다. 또 카톡 대화에서 본인의 지시에 긍정적인 답을 하지 않을 경우 신경질을 냈다.



9.

잘 참다가 터져 나오는 용암처럼 식욕이 터지고 말았다.


에라 모르겠다. 한번 사는 인생 먹고 싶은 거 먹자.


식단 인증 사진을 허위로 보내기로 마음을 먹고, 냄비에 물을 끓였다. 가족들이 잠이 든 새벽, 누가 깰세라 은밀히 작업이 이뤄졌다.


보글보글 기포가 올라오면 수프를 넣는다. 면을 넣고, ‘송송’ 썬 파를 넣고, 마지막에 계란을 하나 탁! 깨서 넣는다.


쟁반 하나를 놓고 냄비를 놓은 다음 수저와 김치도 챙긴다. 미리 방문을 열어놓고 도둑고양이처럼 준비된 쟁반을 들고 방 안으로 쏙 들어간다.


면발을 후후 불어 딱 한입 흡입하는 순간, 깜짝 놀랐다. 너무 맛이 없었기 때문이다. 소금처럼 짜고 매워서 도저히 목 뒤로 음식물을 삼킬 수가 없었다.


내가 알던 라면이 이런 맛이었나. 냄비 하나를 그냥 설거지통에 버렸다. 아깝다는 생각이 하나도 들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간이 거의 안 돼 있는 음식들만 먹었기 때문이다. 샐러드를 주문할 때도, 서브웨이 샌드위치를 먹을 때에도 소스를 빼달라고 했다. 국물이 있는 음식도 거의 안 먹었다.


잠깐의 환경 변화에 이렇게 쉽게 입맛이 바뀌다니! 신기했다.


잠시나마 딴 생각을 품었던 미약한 나를 반성했다.


'니가 너를 포기하는데 누가 널 지켜주겠니?'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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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공들여 완성한 업무를 홍길동 씨가 가로챈 적이 있다. 그는 권위를 내세우며 나의 항의를 묵살했다. 사소한 걸로 신경 쓰지 말라면서, 나를 쓸데없는 일에 집착하는 사람으로 만들었다. 이 일로 ‘나는 내가 지켜야 한다’라는 신념이 뚜렷해졌다.

험난한 직장생활에 나를 잘 지키는 방법은 단 하나, 일을 잘하는 것이다. 그 누구도 내게 딴지를 걸 수 없도록 완벽하고 야무지게 일을 해내는 게 최선의 방어임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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