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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달별꽃 Sep 14. 2021

어머 깜짝이야! 바디프로필 촬영 D-2

인생 첫 다이어트! 6개월의 기록 [1]


하루. 


내가 물 마시는 걸 참아야 하는 시간. 


몇 달 간 매일 2L 정도 되는 양을 벌컥벌컥 마시다가 지난 며칠 동안엔 500ml를 마셨는데, 이젠 아예 물을 마시면 안 된다고 하니 참담하다. 물이 이렇게도 몸에 중요한 존재였나. 


제한이 없었을 땐 갈증도 안 나더니 조금만 마셔야한다고 하니 1분마다 목이 마르는 느낌이다. 건강검진을 받으러 갈 때도 물을 조금은 목에 축일 수 있게 해주는데... 운동하고 땀을 흘리면서도 물을 마실 수가 없으니 이건 뭐 생 지옥이 따로없다.


하루.


바디프로필을 찍기 까지 남은 시간. D-2 Free. 카카오톡 프로필에 등록해둔 문구가 그 사실을 알려줬다. 100이 넘었던 숫자는 50이 됐다가 14가 됐다가 2로 줄었다. 


숫자가 변하는 동안 나는 허리를 삐끗했다가 회복했고, 장염을 앓았다가 이틀 만에 2kg가 빠졌고, 또 헬스장에 확진자가 나오는 바람에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 


도저히 올 것 같지 않던 그날이 곧 오다니! 수능을 하루 앞둔 수험생처럼 멍하다. 초조하고 긴장되는 느낌은 없다. 


주위에 바디프로필을 찍어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얼른 찍고 맛있는 거 먹으러 가야지’라는 생각으로 버텼다고 하는데, 난 그보다는 소박한 꿈을 정했다.


‘얼른 찍고 시원한 물 한잔 마셔야지’


◇ 다이어트 일기를 이제야 쓰는 이유


다이어트 할 때 몸의 변화, 감정 등을 세세히 기록하라는 조언을 들은 적이 있다. 그런데 나는 기록해놓은 게 없다. 평소 특별한 기억이 있을 때 글이든 사진이든 영상이든 남기는 걸 좋아하는 나지만 일부러 참았다. 


기록을 하는 게 뭔가 허례허식처럼 느껴져서다. 여행을 가서 사진에 집착하면 사진을 위해 내가 존재하는 것이지 온전히 순간순간을 즐기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것처럼 기록을 하는 순간 거기에 목매게 되고 시간이 흐르면서 부담감과 피로감을 느낄 수 있겠다 싶었다. 


혹시 앞으로 다이어트를 한 기억이 사라지더라도 어떤가. 이번엔 좀 가볍고 편안한 마음으로 눈앞에 놓인 것에만, 알맹이에만 집중하고 싶었다. 


대신 ‘퇴근하면 헬스장’이란 습관을 만들어 철저히 지켰다. 나의 상태는 헬스장 가는 중, 헬스장에서 운동하는 중, 그리고 운동을 마치고 집에 가는 중. 이렇게 세 가지만 존재한다고 생각했다. 


헬스장에 꼭 가야한다고 생각하면 일처럼 느껴지고 거부감이 생긴다. 그래서 운동을 삼시세끼 먹듯 일상의 일부분으로 만들고, 헬스장을 오가는 행위 자체에 재미를 느끼려고 노력했다. 


예를 들면 헬스장을 오갈 때 좋아하는 따릉이를 탄다. 때로는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들으면서. 


헬스장 어플에 기록된 출석 기록도 운동에 재미를 붙이는 데 한몫했다. 초중고 모두 개근상을 받은 나의 기질이 이번에도 발휘됐다. 헬스장 입구에서 바코드를 찍으면 출석 기록용 달력에 점이 하나 찍히는데 그 점들이 빼곡해지는 걸 보는 것에서 보람을 느꼈다.


댄스학원을 병행하며 다니던 3월~4월에는 헬스장에 일주일에 3번을 갔고, 본격적으로 다이어트를 결심한 5월~7월에는 최소 4번은 꼭 헬스장에 방문했으며 8월부터는 헬스장에서 살다 시피했다. 최근 3주는 매일 운동을 했다. 


헬스장 직원들이 ‘저녁이면 헬스장에서 이 회원님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하도록 만들었다. 자연스레 나와 동선이 맞는 회원들도 생겼다. 내가 갈 때마다 옆에서 운동을 하고 있는 또래 회원을 흘끗 보기도 하고, 라이벌 의식도 느꼈다. 그게 은근히 묘한 전우애와 함께 특별한 기분을 선사했다. 


나는 종종 선수촌에서 훈련하는 국가대표가 된 착각에 빠졌고, 그렇게 3월부터 9월까지 만 6개월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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