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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달별꽃 Dec 25. 2021

비자발적 고독은 싫어!

한 달의 휴식, Day6

요새 ‘고독’과 가장 어울리는 말이 코로나19일 것이다.


확진자는 누구에게도 쉽게 자신이 코로나 양성이라는 말을 밝히지 못한다. 또 가족과도 격리된 채 약 2주의 시간을 홀로 이겨내야 한다. 피할 수도 없고 의지대로 극복할 수도 없는 신기한 나와의 싸움이다.


바쁜 업무를 떠안을 책임에서 빠져나온 벌을 받는 것일까. 일을 쉰 지 6일 만에 그 고독한 싸움을 할 기회가 나에게도 닥쳤다. 정확히는 우리 아빠에게.  


외출할 준비를 하는데, 안방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아빠는 방에서 누군가의 전화를 받고 있었다. 막 통화를 끝낸 아빠가 나를 불렀다. 살짝 짜증이 난 상태로 아빠에게로 갔다.


“아빠가 코로나 확진이래. 양성이래”


아빠는 요며칠 감기 증세로 일을 쉬었는데, 병원에 가서 독감판정을 받았다면서 약을 먹고 계속 방에만 있었다. 어젯밤 케이크를 먹을 때에도 당신은 내일 먹겠다면서 한사코 거절해서 왜 그런가 싶었는데, 알고 보니 어제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던 거였다.


크리스마스에 받은 비보... 믿고 싶지 않았다. 하필 왜 친구와 오래전 잡은 등산 약속이 있는 오늘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생일을 하루 앞두고! 여행도 다니고 평소 하고팠지만 미뤄온 취미활동도 마음껏 하려고 회사도 쉬는 건데 그 모든 것들을 한동안 할 수 없다고 생각하니 아빠가 원망스러웠다. 정확히는 코로나19가.


얼이 빠져서 “어떡해”라는 말만 반복하다가 마음을 굳게 먹었다. 자고 있는 엄마와 동생을 깨워 사실을 알렸다. 패닉 상태로 보건소에 갈 준비를 했다.


“줄이 길테니 옷을 두껍게 껴 입어야 해.”


귀마개에 장갑도 꼈다. 얼마 전 다니던 헬스장에 확진자가 다녀가는 바람에 코로나 검사를 했는데, 그때 2시간 가까이 기다리면서 얻은 교훈이었다.


보건소 줄은 겉으로 보기엔 짧아보였다. 그런데 웬걸. 건물 뒤편에 천막 몇 대가 있고 그 안으로 길게 줄이 늘어져있었다. 역시 모든 건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 QR코드로 문진표를 작성하고 그때부턴 버티기에 돌입했다.


플래카드에 통화 하지 말고, 대화하지 말고, 1m이상 간격 지키라고 돼 있었는데 그걸 지키는 사람이 많이 없었다. 앞사람과 뒷사람의 간격이 좁았다. 심지어 내 바로 뒤에 있는 남자는 줄 서있는 내내 중국어로 통화를 하다가, 의료진이 보이는 데에서만 아무것도 안한 척 쇼를 했다.


1시간 가까이 추위에 떨다가 드디어 내 차례가 왔다. 이번 의료진은 손이 매웠다.


하루종일 아무것도 못먹었는데 배가 안고팠다. 검사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지만 속이 복잡했다.


아빠는 이제 어떻게 되는 걸까, 나도 양성이면 어떡하지?


가족과 함께 보내야 할 날인데 한 집에 아빠, 엄마, 동생, 내가 각자 떨어져 있었다. 초저녁쯤 되자 구청에서 자가격리용 키트를 보냈다. 배달원은 현관문 앞에 짐을 두고 후다닥 사라졌다. 구청에서 왔다는 목소리만 들었다.


사람 마음이 참 신기한 게, 괜히 목이 따끔거리는 것 같고 콧물과 가래가 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잠이 오는 것도 추위 때문이 아니라 코로나19 때문인 것만 같아 무서웠다. 하루 확진자 수치를 매일 확인하면서도 주위에 양성 판정 받은 사람이 없으니 대체 누가 걸리는 건가 싶었다.


다른 사람의 일이 아닌, 내 일이 되니 이제야 내가 코로나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게 실감이 났다.  


내가 원한 건 자발적 고독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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