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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달별꽃 Dec 25. 2021

'미주 신경성 실신'이 준 연대감

한 달의 휴식, Day5

미주 신경성 실신.


실신 중 가장 흔한 유형으로 신경 심장성 실신이라고도 한다. 극심한 신체적 또는 정신적 긴장으로 인해 혈관이 확장되고 심장 박동이 느려져 혈압이 낮아지는 현상이 갑자기 나타나는데, 급격히 낮아진 혈압 때문에 뇌로 가는 혈류량이 감소해 일시적으로 의식을 잃는다.


지난해 이맘때 쯤 경험한 일인데, 원인도 해결책도 없다고 한다. 스트레스가 심할 때 나타난다는 게 그나마 공통적인 결론이라고 한다.


오전에 집에서 쓰러진 후 병원에 갔을 때 혈압이 40~50대였다. 의사는 꽤 시간이 지난 후에도 이정도로 혈압이 낮은데, 쓰러질 당시에는 더 심했을 거라고 말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오늘, 점심에 같은 병을 앓고 있는 사람 둘을 만났다.


A가 말을 꺼내면서 자연스럽게 각자의 경험을 고백했는데 B도 대학생 때부터 그랬다고 했다. 일부러 모으려 해도 이런 인연 어렵겠다면서 신나게 미주 신경성 실신에 대해 이야기했다.


우리의 MBTI 유형 뒤 세자리는 STP와 NFJ로 많이 달랐지만, 공통 경험 덕에 서로 하나가 됐다.


영화 <안녕 헤이즐>에는 암투병 하는 사람들의 모임이 등장한다. 주인공인 헤이즐은 병에 걸린 후로 누구에게도 마음을 열지 않았으나 해당 모임에 참석해 친구를 사귀고 서서히 마음을 치유해간다.


병 관련이 아니더라도 이렇게 아픔을 공유하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모임이 한국에도 대중화됐으면 하고 바랐는데, 그게 현실이 된 것이다.


아픔에 대해 고백하는 일은 큰 용기를 필요로 한다. 적자생존, 약육강식의 법칙에 따르면 약점을 드러내는 건 공격의 빌미를 제공하는 것이니까. 약점을 드러냈지만 생존할 수 있다면 인류는 지금보다 더 솔직해졌을지도 모른다.


이번에 내가 미주 신경성 실신에 대해 말할 수 있던 것은 “힘들었겠네요”라고 답해준 상대덕분이다. 만약 상대가 “그게 무슨 병인데?”라고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을 계속 하거나, “그게 뭐 별거냐. 나는 더 큰 병을 앓고 있다”라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면 나는 입을 다물었을 것이다.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경험이 많다는 건 그만큼 다양한 사람들을 이해하는 포용력과 공감력을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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