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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달별꽃 Mar 13. 2022

똥차라 불리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군!

한 달의 휴식, 그 후(1)

“퇴사한다는 말, 내가 먼저 위에다 말할 거야. 넌 내가 나간 다음에 나가”     


그는 본인이 남겨지는 게 싫다고 했다. 내가 퇴사를 하는 게 자신 때문이라고 사람들이 생각할 것이므로 그 시선을 책임지지 않겠다는 것이다.      


A가 이 부서 부장으로 발령받은 것은 약 2달 전. 그 얼마 안 되는 기간에 5명의 팀원이 나갔다. 모두들 각자의 핑계가 있었지만, A는 모든 게 본인 때문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겉으로 내색을 못했을 뿐 실제로 그들이 떠난 건 A때문이었다. A와 3주 동안 일을 하면서 이유가 없이 퇴사를 하는 직원은 없다는 걸 깨달았다.      


A는 선포를 마치고는 욕을 하기 시작했다.      


“무서워요 부장, 저한테 이러지 마세요. 저 그냥 사무실로 갈게요”     


내가 옆에 사람들이 있다는 의식도 못하고 떨리는 어조로 말했다. 그리곤 옷을 주섬주섬 입고 노트북 가방을 메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건 꿈일 거야!     


내가 세게 나오자, A는 험상궂던 얼굴을 싹 펴더니 다시 온화한 50대 남성으로 돌아갔다. 사람들이 흘끗 쳐다보는 걸 인지한 듯, 나를 달랬다.     


“미안해, 얼른 자리에 앉아. 부탁이야”     


그러나 이미 버스는 떠났다. 나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아니에요. 저 부장이 너무 무서워서 못 앉겠어요. 죄송합니다.”     


다시금 앉으라는 재촉에 의자를 그와 멀찍이 떨어뜨려 앉았다. 그는 끝까지 내게 이상한 프레임을 씌워서, 자신만의 상상 속 인물에 대해 이야기하듯 면전에 대고 내 욕을 했다. 뭉뚱그려서 성실하지 않고, 당돌하고, 어른 위할 줄 모른다는 내용이었다.     


더 이상 이야기를 들어줄 이유가 없었다.        


“저 먼저 사무실 들어가볼게요.”     


망설임 없이 카페를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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