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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달별꽃 Mar 13. 2022

이게 왜 업무 외적인 관계지?

한 달의 휴식, 그 후(2)

A와의 만남은 필연적으로 이뤄졌다.


내가 병가를 낸 동안에 기존 부서에는 나를 대신할 세 명의 직원이 들어왔다.      


입사해서 나와 한 달 정도 같이 일한 부장 B가 나를 내치고 본인 입맛에 맞는 전 직장 인력들을 불렀다. 그리고 내게 한 마디 알리지도 않은 채 회사는 내 자리를 없앴다.


복직 의사를 전했을 때, 편집국장이라는 사람은 내가 자리를 비워서 인력을 새로 뽑았으니 부서이동을 하라고 했다. 처음부터 인력을 새로 뽑을 생각이었던 걸 알고 있었지만, 억울하게 내쳐질 수 없어 결국 그 제안을 택했다.     


B는 내가 자리를 비운 동안 편집국장에게는 물론이고 A에게도 내 험담을 늘어놓았다는 걸 알게 됐다. 당연히 험담의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나의 새 부서 부장인 A는 우리 회사에서 일하다가 퇴사를 한 후 재입사를 한 인물이었다. 그 이유에 대해 궁금하지 않았지만, A는 굳이 그 이유를 설명하려 애썼다. B 때문에 이전 회사에서 쫓겨나 지금의 회사를 왔는데, B와 또 만났다면서 그를 욕했다.     


이후로 A는 자꾸 나와의 대화시간을 늘려나갔다. 특히 사무실이 아닌, 사무실과 30분쯤 떨어진 곳으로 나를 불러 비밀 이야기를 하듯 슬슬 본인의 속내를 꺼내기 시작했다.


내 전 부서 부장 B와 오랜 악연이 있었다는 것과 지금 부서 팀원들이 자신을 향해 욕을 쏟아붇고 퇴사했다는 것 등을 알게 되었다.

         

점심시간이 되기도 전에 불러내고는 4시간이나 일을 못하도록 나를 붙잡아 둔 적도 있다.      


A는 나의 또 다른 부서원 C에게는 말을 하지 않고, 편집국장에게는 외부 미팅하는 것처럼 해놓고 나를 만났다. 부하 직원으로서 그 지시를 거부할 수가 없어 가만히 들어주었고, 몇 번의 만남이 지속됐다.      


그는 나와 떨어져 있을 때에는 카톡으로만 대화하길 원했다. 전화를 하려해도 거부했다. ‘소통이 잘 되지 않으니 나오라’고 해놓고선 늘 그렇듯 사무실과 떨어진 곳으로 나를 불렀다.      


사무실로 출근을 하겠다고 하면, 본인은 그쪽이 싫다고 답했다. 이유를 알 수 없었지만 그의 뜻에 따랐다.      


그날에도 업무 관련 의논을 해야한다는 이유로 나를 카페로 불렀다. 또 그놈의 ‘사랑과 배려’ 타령이었다. 회사 사람들 앞에서 티가 날 정도로 나를 사랑과 배려로 감싸안고 있다고 자화자찬을 해댔다. 그리고 A는 밑도 끝도 없이 이런 말을 내뱉었다.     


“너, 내가 이렇게 너를 대하는 거 부담스럽지 않아?”     

“뭐가요?”     

“아니, 이렇게 카페에서 차도 사주고 대화도 하는 거.”     


이게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됐다. 진심으로.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저는 부장을 업무적으로 대하고 있고, 부장도 저를 업무적으로만 대하고 계셔서 뭐가 문제인지 잘 모르겠어요.”     


내 말에 그는 할말을 잃은 듯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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