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으로 찾은 삶의 의미...기본에 충실하고 싶어요"

러닝으로 '사유'하는 전은택 러너②

by 아임유어엠버

전은택 러너는 6~7년 전, 이데일리 주관의 대회 ‘그린리본 마라톤’ 10km로 첫 러닝대회 신고식을 치렀다. 러닝과의 대면 이후 그의 삶은 180도 달라졌다.


러닝을 알고 나서 삶의 태도가 어떻게 변화했어요?

그전까진 비유를 많이 쓰던 사람이라면, 이젠 누구나 쉽게 알아들을 수 있게 의사를 전달하는 수단을 생각해요. ‘지위나 나이를 떠나 그냥 다 같은 사람이구나~’ 이런 생각을 하게 됐거든요. 어렵고 심각하게 살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타인에게 질문도 종종 하려고 하고 나와의 진솔한 대화도 합니다. 불편한 상황에서는 ‘내가 좀 참으면 되지’라고 생각해요. 그런 점에서 삶을 대하는 태도가 많이 자유로워진 거 같아요.


일상달리기6.jpg 전은택 러너는 대회를 위해 달리기보다는 아내 다혜씨와 함께 일상 속에서 소소한 러닝을 즐긴다.<사진 전은택>


◆ 기본에 대한 전문가


전 러너는 어렸을 때 운동 중에서도 공놀이를 좋아하는 초등학생이었다. 탁구(중학생), 농구(고등학생), 당구(대학생) 등 구기 종목은 가리지 않고 했다.


시간이 흘러 성인이 되어서는 단순히 땀을 내고 체력을 단련하기 위해 운동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해부학’으로 관심이 옮겨갔다. 근육이나 신경 조직체계를 공부하면서 ‘우리 몸의 작용은 이렇구나’를 이해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흥미롭게도 이 배움이 삶의 행동, 공동체의 운영 원리와 연결되는 지점이 있다는 걸 캐치했다.


전 러너는 몸을 움직이는 것에서 쾌감을 느낀다기보다는 기술이나 자세에 대해 고민하는 걸 좋아하는 전략가에 가깝다. 두뇌게임을 좋아해서 초딩 시절에는 보드게임을 직접 그려서 만들기도 했고 20대 때는 ‘방 탈출’을 즐겼다.


“저는 요즘 운동을 하면서 ‘과거에 내가 이런 걸 좋아했었지~’를 깨닫는 중이에요. 러닝도 ‘모든 운동의 기본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해서 과거에도 하긴 했지만, 요즘 들어 새로운 재미를 느끼고 있네요. 일의 수단으로 운동을 다룬 적도 있어서 그럴까요? ‘의무감’이 아니라 ‘순수한 열정’으로 러닝을 하고 있고 그 과정이 행복해요.”


“인터벌과 LSD를 할 때 근육의 쓰임이 다르잖아요. 저는 지구력이 부족하니 장거리 러닝이 약점에 해당해서 피해왔는데, 강점만 너무 강화하지 말고 약점도 보완해보자는 생각을 해봤어요. 풀마라톤 완주 이후로는 10k 달리기 기량을 향상하는데 집중하려고요."

전 러너는 러닝 외에도 용산 아이파크몰 풋살장에서 열리는 소셜 매치에 참가한다거나, 바다에 뛰어들어 수영을 하는 등 여러 시도로 몸과 마음에 건강한 자극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요즘엔 ‘과거에 내가 이런 걸 좋아했었지~’를 깨닫는 중이요. 러닝도 ‘모든 운동의 기본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해서 과거에도 하긴 했지만, 그동안 몰랐던 새로운 재미를 느끼고 있단다.


“일의 수단으로 운동을 다룬 적도 있어서 그럴까요? 이제는 ‘의무감’이 아니라 ‘순수한 열정’으로 러닝을 하고 있고 그 과정이 행복해요.”


그는 운동 전문가로서 러닝을 업무 수단으로 다루기보다는, 삶을 통해 러닝과 공존하는 방식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필자는 이 생각이 무슨 의미인지 더 정확히 알고 싶어 물었다.

러닝을 일상에 잘 녹이면서 살고 싶다는 의미에요. 보통은 운동과 삶을 구분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대부분 본업을 하고 남는 시간에 운동을 하죠. 하지만 저는 이걸 구분하지 않고 싶어요. 러닝으로 제 삶이 풍요로워지는 모습을 대중에 보여주고 싶어요. '섭3' 이런 기록 달성에 러닝의 초점을 맞추고 싶지는 않아요.


대회 준비나 기록 성장에 초점을 맞춰 러닝을 대하는 여타의 러너들과 좀 다른 지점이네요.

맞아요. 저는 어떤 생각을 말할 때 비유하는 걸 좋아하고 상황의 의미를 해석하는 습관이 있어요.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거나 할 때도 의미를 찾아요. 어찌보면 피곤한 스타일이죠. 가정문제, 퇴사 등 그동안 인생의 여러 어려움을 극복해오면서 ‘이게 내 인생에서 어떤 의미가 있을까’를 생각했어요. 그런데 러닝을 대할 때도 무작정 임하기보단 이렇게 끊임없이 고민하고 의미를 찾는 편이었어요.


러너로서 그의 궁극적인 바람은 ‘멋있게 사는 것’이다. 그리고 그가 생각하는 ‘멋’은 본질에 대한 전문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한마디를 하더라도, 뭘 입더라도 기본이 뭔지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한다. 전 러너는 이 기본은 대중성을 전제로 해야한다고 말한다. 대중과 연결되는 지점을 찾아 공감요소를 넣어야 본인의 행보가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말이었다. 현재 전 러너는 자신이 스포츠로 얻은 통찰을 나만의 콘텐츠로 만들고 싶다는 꿈을 꾸고 있다.


러닝을 대하는 이러한 마음가짐은 그가 러닝화 고르는 기준에도 잘 나타난다.

“전 러닝 장비에 큰 욕심도 없고 잘 몰랐던 사람이에요. 집에 있는 운동화 신고 무작정 뛰었죠. 카본화, 데일리화 등 세부 분류를 알게 된 후에도 남들이 사려고 하는 러닝화를 사기보다는 ‘내 수준에 맞는 걸 사자’고 생각했어요.”


한반도섬러닝.jpg 아내와 강원도 양구군 한반도섬에 러닝트립을 갔을 때의 모습. <사진 전은택>


전 러너랑 잘 맞는 러닝화는 어떤 거에요?

발이 바닥의 감촉을 느낄 수 있는 러닝화요.

한번은 일본에 가서 면세 혜택 받고 쿠션이 많이 들어간 러닝화를 사서 신어봤거든요? 뛰는데 기분이 너무 나쁘더라고요. 발바닥의 감각이 하나도 안느껴지고 답답했어요. 쿠션에 의지해 뛰고 있는 느낌이었죠. 제가 지금껏 추구했던 운동 방향과 다르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발 기능이 살아나야 달리기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발이 약한 상태에서 아이언맨 수트처럼 러닝화의 보조 기능만 강화하면 부상당하기 쉽다고 생각해서요.


‘마인드풀 러닝’으로 유명한 김성우 코치님의 글을 읽어보니, ‘베어풋 러닝화’ 라는게 있더라고요. 아웃솔의 쿠션이 거의 없는 제품이라, 바닥의 감각이 발바닥에 다 느껴진다고 하는데 시도해보려고 합니다.
지금은 적당한 쿠션이 있는 제품(뉴발란스 레벨4)으로 오랫동안 신고 있어요. 그거랑 아디다스 세션 참석을 위해 산 러닝화(보스턴 13) 이렇게 두 켤레를 자주 신어요.


◆ 아내와 함께 제주에서 연 인생 제 2막

이러한 고민 끝에 전 러너의 부부는 서울 용산에서의 삶을 정리하고 지난해 말, 제주로 거처를 옮겼다.

“전 <알쓸신잡> 같은 지식 토크쇼를 볼 때 속시원함을 느끼는 사람이에요. 오늘 있었던 느낌을 메모를 해두는 편이고요. 그런데 시간내서 작업하지 않으면 오늘 하루가 기록되지 않은 채 흘러가잖아요. 되돌리고 싶어도 기억을 할 수 없는 소중한 하루를 잃고 싶지 않아서 결정했어요”


그의 생활권 이동에는 지난해 경험한 ‘마인드풀 러닝’도 큰 영향을 미쳤다.

“김성우님이 운영하는 ‘마인드풀 러닝’에서 ‘5분 달리기’ 훈련에 참여했어요. 매일 미션이 있고 그걸 비대면으로 수행하고 인증했는데 동기부여가 됐어요.”


전 러너는 자연과 어울리는 활동으로 몸의 활기를 깨우기 위해 앞으로는 아내와 등산을 즐기며 트레일 러닝도 도전하려고 계획 중이다. 아내와 공동 운영하는 사진 관련 사업도 도메인 연결 문제가 해결되는 대로 업데이트를 계속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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