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으로 '사유'하는 전은택 러너①
전은택 러너에게 러닝은 단순한 건강유지용 운동이 아니다. 제2의 인생을 열어준 통로이다.
전 러너는 ‘전전’ 직장을 광복절인 8월 15일에 나왔다. 직장을 나올 결심을 하며 ‘해방’의 기쁨을 얻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고 그는 회고했다.
운동관리사로 일을 시작한 것은 20대 후반에서 서른이 될 무렵(35세 퇴사)이었다. 물리치료사로부터 30분 도수치료를 받은 환자들에게 회복 운동을 교육시키는 일을 했다. 자격증이나 운동에 대한 기초 없이 그저 운동을 좋아해서 시작한 일이다보니, 초창기(20대 후반)에는 자괴감이 자주 들었다. 회원들이 모르는 걸 전달하고 가르쳐주는 입장이면서도 몸과 건강에 관한 문제는 확신을 갖고 답을 내리기가 어렵기에 조심스러웠다고. 앞으로 그가 하고 싶은 일의 형태에 대한 전문성을 발휘하고 의미있는 일을 한다는 성취감을 느낄 수도 없었다고 전 러너는 덧붙였다.
한마디로 그는 자신의 가치를 제대로 증명할 ‘또다른’ 무대를 찾아 퇴사를 결심했다. 운동업계에 몸담고 있었지만 단순이 몸을 쓰는 게 좋았던 게 아니라, 깊이있는 배움에 대한 열망이 컸기 때문이다.
“저는 체대생은 아니에요. 현재 상황은 잘 모르지만 당시엔 스포츠를 업으로 삼기 위한 교육은 공인 교육기관이 아닌 사설 업체들이 많이들 담당하고 있었어요. 그러다보니 스포츠교육 관련 지식이나 체제를 접하려면 배우려면 발로 뛰어다녀야 했어요. 그러다 대학원을 다녔어요.”
하지만 전 러너는 대학원에서도 벽을 맞닥뜨렸다. 학문을 탐구한다는 것이 배운 것을 실제의 삶(또는 현업)에 적용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당시의 그는 신체운동에 관한 탐구가 ‘내 몸을 건강하게 만드는 것’에서 그치지 않기를 바랐다. 운동을 할 때 삶에 관해 고민하는 시간이 동반돼야한다는 의견이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가고, 내 성장을 위해 어떻게 쓸 건지 고민하는 데까지 이어져야한다고 생각해요. 무조건 그래야 한다는 게 아니라, 그런 형태의 태도도 있으면 좋겠다는 의미에요.”
하지만 당시 이 소신을 누구한테 말을 하고, 공감시키기가 어려웠다고 한다.
“누군가가 제게 ‘대체 무엇을 하고 싶은 거야?’라고 물으면 느낌적으로 설명했어요. 제가 추구하는 삶이 뭔지 저도 단어를 설명 못하겠더라고요. 자꾸 헛물을 켜는 기분으로 몇 년이 흘렀죠.”
그의 성장통은 대학원에서 끝나지 않았다. 대학원 지인이 추천해 일하게 된 병원에서 ‘나를 건강하게 만드는 삶’에 대한 갈증이 더 심해졌다. 인공관절 수술을 하고 재활 치료를 해주는 병원이었다. 환자(주로 어머님들)과 교류하고 함께 아픔을 이겨내면서 보람도 많이 느꼈지만 때로는 소모되고 지치는 느낌도 받았다고 한다.
“서비스의 퀄리티를 높여야한다는 조급함과 제한된 시간 안에서 제 생각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없었기 때문에 힘들었어요. 환자들은 건강 회복을 위해 병원을 옮겨다니며 돈을 몇 백, 몇 천씩 쓰는 분들이잖아요. 그러다 희망을 안고 병원을 찾아오셨을테니 그들의 문제를 해결해주고 싶은데 현실적인 여건 때문에 그러지 못하는 부분도 있어 미안함이 공존했죠.”
그는 이후 팀트레이닝센터 ‘A’ 코치로서 마이크를 차고 그룹 운동을 진행하는 일도 했다. 하지만 일한 지 3개월 만에 계약만료로 퇴사를 했다. 내면의 욕구와 현실 사이의 괴리를 느껴서였다. 그럴수록 전 러너는 교육을 들으러 다니며 더욱 내실다지기에 매진했다.
여러 번의 담금질을 하면서 전 러너의 방향성은 오히려 확고해졌다. 당장 눈앞에 있는 환자(고객)들을 상대하는 신체적 작업이 아니라, 운동을 삶과 연관지어 긍정적인 활력으로 만드는 넓은 범위의 작업을 하는 사람이길 알게 된 것이다.
◆운동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 러너
“어떤 운동이든 하다보면 무의식적으로 ‘삶의 태도’를 배우게 되요.”
전 러너가 인체학 중에서도 소마틱스에 관심이 많은 것도 이와 맥락을 같이 한다. 소마틱스는 인간의 신경계, 뇌과학과 연관된 학문이다.
“행동으로 통증이나 마음의 문제를 변화시킬 수 있어요. 예를 들어 누워서 특정 동작들을 반복적으로 훈련 한 후 달릴 때 자세를 조정해 러닝의 질을 개선시키는 것도 이와 연관이 있죠. 달리는 동안에 즉흥적으로 자세를 바꾸는 개념이랑은 달라요. 평소에 편안한 상태에서 손가락을 돌리거나 손목을 움직임을 의식해 올바르게 조정해두고 나중에 무의식적으로 변화하게 하는 거에요. 더 큰 움직임을 자동으로 잘하게 만들려고 작은 움직임을 미리 설계해두는 원리라고 설명하면 조금 더 이해가 되실까요?”
전 러너는 이 학문을 나 자신과의 관계. 사회 안에서의 관계에 적용했다. 그는 필자에게 소마틱스가 삶에서 ‘관계’에 대해 생각해볼 여지를 줬다고 설명했다.
“물리치료 센터에서 환자들을 대할 때의 일을 예시로 말해볼게요. 저는 어르신이랑 지내는 경험이 많이 없었다보니 60~80대 어머님들과 교류하는 게 어색했어요. 타인에 대해 섣불리 뭔가 판단하거나 타인에게 말을 걸거나 그렇지 못하고 조용하게 성격인데요. 속으로는 표현할 단어나 문장을 찾느라 생각을 많이 하거든요? 그런 저와 달리 밝고 싹싹하게 어르신을 대하는 동료들을 관찰하면서 ‘내 고정관념을 내려놓고 진심으로 소통하자’라고 다짐했어요. 소마틱스로 따지면 작은 움직임의 변화를 시도한 거죠. 그랬더니 어르신들이 저한테 친절한 태도로 화답해주시더라고요. 큰 케이스 스터디를 했다고 생각해요.”
병원에서 일했던 시간, ‘생각할 시간이 없는’ 삶을 살았다고 전 러너는 한마디로 정리했다.
“생각을 파고 들어서 발견해내는 기쁨을 병원에서 일하는 2년 동안엔 느끼지 못했어요. 그 시기는 저한테 상실감을 줬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