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사랑의 콜센타입니다"가 듣고 싶다고!
예능을 보고서 6
월요일 오전 9시. 휴대폰을 켜고 1544-7666을 누른다.
통화연결음도 없이 “띠릭”하고 계속 튕겨나온다. 전화가 끊기면 다시 통화버튼을 누른다. 10번에 한번 꼴로 “죄송합니다”로 시작하는 안내 음성이 나오면 들린다. 이번에는 통화연결음이 나온다. 혹시 교환원이 내 전화를 받는 게 아닐까 하고 설렌다. 10초쯤 지났을까, 뚝 끊긴다. 허무함을 넘어 배신감까지 든다. 시작한 지 30분도 안 됐는데 통화 횟수는 200을 훌쩍 넘어간다. 시간이 지나면서 오기가 생긴다. 니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해보자! 기계적으로 통화버튼을 눌렀다.
1544-7666은 다름 아닌 TV조선 예능프로그램 ‘사랑의 콜센타’ 신청 번호다. 매번 방송 시청만 하다가 <꿈> 특집부터 신청 대열에 합류했다. 수화기 저편에서 김성주가 "여기는 사랑의 콜센타입니다!"라고 말하는 걸 들으면 얼마나 기쁠까. 아아악! 하고 기쁨의 돌고래 소리를 지르는 상상도 해본다.
첫 시도에서는 200번 조금 넘게 통화를 해보고는 포기했다. 4000번 통화 끝에 연결이 됐다는 어느 ‘고객’의 말을 떠올리며 그런 간절함이 없기에 난 해봤자 안될 거라고 생각했다.
미스터트롯 Top7과 통화를 하는 일은 아파트 청약에 당첨되는 것보다도, 이상형과 결혼하는 것보다도 어려운 일이다. 전국 시청자들이 하루 단 두 시간 동안 전화를 해대는데 수신 번호는 하나다. 그렇다고 상담원이 수십명 되는 것도 아니다. 10번가량 시도 끝에 성공한 고객이 있는 걸 보면 전화를 많이 한다고 당첨 확률이 높아지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접수되길 바라는 건 너무 부질없지 않나.
라고 생각했으나 결국 지난 신청일에 약 2000통의 전화를 걸고 말았다. 오전에는 1255번, 오후에는 733번. 도합 6시간을 휴대폰 화면에 눈을 고정하고 귀를 쫑긋 기울였다. 이렇게 미련하게 도전하게 될 줄은 나 조차도 몰랐다.
<사랑의 콜센타>는 나 같은 비관론자도 전화를 하게 만드는 특별한 마력이 있다.
사연과 신청곡을 말하고 노래를 듣는 포맷 자체는 라디오와 별다를 게 없다. 포인트는 내가 원하는 사람을 고를 수 있고 그 가수가 나만을 위해 부르는 노래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신청곡은 사실상 스튜디오에 있는 제작진 모두, 나아가 시청자 모두가 듣게 되는 셈이지만, 가수가 앞으로 나와 고객의 이름을 부르고 몇 마디 대화를 나누는 행위로 인해 둘만의 독립적인 공간에 있는 것 같은 상황이 만들어진다.
제작진이 시청자들과 소통하는 방법으로 온라인에 글을 남기는 방식이나 화상통화 방식을 취했다면 이 프로그램은 이만큼 성공하지 못했을지 모른다. 주 시청층이 홈쇼핑 방송을 보고 전화 주문하는 것에 익숙한 아줌마 세대이기에 먹힌 것이다. 전화 참여로 수화기를 부여잡고 밤새우던 과거의 아날로그 감성을 일깨울 수 있다.
또 한 가지 이유는 출연자들이 프로그램에 임하는 진정성에 있다. 경연 이후 매일 잠을 2~3시간 잘 정도로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는 걸로 알려진 멤버들은 매 신청곡을 허투루 부르지 않는다. 매회 선보이는 오프닝 무대는 연말 가요무대 급으로 제법 알차다.
멤버들은 고객과 통화할 때마다 서로 자기가 부르겠다고 신경전을 벌인다. 다른 멤버가 노래를 부를 때에도 ‘꽁트’를 하고, 화음을 쌓기도 하며 자신의 무대보다 더 신나고 요란하게 춤을 추기도 한다. 마치 오늘이 마지막 무대라는 듯 에너지를 쏟는 이들을 보면 ‘가짜’나 ‘쇼’라는 생각이 싹 사라진다.
어디 이뿐인가. 고객들의 사연을 귀 귀울여 듣고 농담도 건네며 때로는 눈물도 흘린다. 통화가 끝날 때 즈음 건네는 “앞으로 좋은 곡 많이 들려드리겠다”라는 인사는 초심을 잃지 않겠다는 약속으로 들린다.
코로나19라는 시기적 맞물림도 한몫했다. 이 프로그램은 노래로 여행을 떠나게 해주고, 보고픈 이에게 안부도 대신 전해준다. 고객들은 “미스터트롯 덕분에 힘든 시기를 버텼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이 외에 100점 곡을 신청한 고객에게 경품을 증정한다는 것, Top7의 다양한 매력을 만나볼 수 있다는 것도 많은 이들이 <사랑의 콜센타>를 시청하는 요인일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사랑의 콜센타>는 6월을 마지막으로 종영한다. 전국 투어 일정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콘서트 일정이 미뤄지더라도 이별할 날이 머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 다른 인기 프로그램이 생기고 트로트 열풍도 시들해진 날이 오면 ‘1544-7666’라는 번호는 기억 저편에 지워지겠지만 잊혀지지 않는 것도 있을 거다.
목요일 밤, 미스터트롯 top7의 무대를 보며 느낀 즐거움, 전화를 하기 위해 수천번 통화 버튼을 눌렀던 ‘추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