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새벽 5시에 집을 나와 길가에서 택시를 기다린다. 이때 어깨에는 여분의 옷이 든 짐가방이 들려있다.
2. 차 안에서 쪽잠을 잔다. 일을 하다 모텔에 잠시 쉴 겸 대실 하러 들어간다. 안방처럼 편안하게 지낸다.
3. 사람을 만나는 거에 지쳐서 쉴 때는 혼자 있는 걸 즐긴다. 그런 날은 동선이 침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4. 직접 요리를 하면 음식이 상할까봐 배달 음식으로 끼니를 때운다.
5. 식당에서 혼밥을 할 때 전화를 받느라 식은 밥을 먹는다.
몇 달 전 tvN <온앤오프>에서 보여준 기상캐스터 출신 방송인 김민아의 일상이다.
영상을 보면서 출연진은 짠하다는 눈빛이었지만 나는 그녀의 삶이 나랑 너무 똑같아서 깜짝 놀랐다. 난 불과 1~2년 전 까지만 해도 김민아처럼 후줄근한 차림으로 졸린 눈을 비빈 채 출근을 하고 새벽에 택시를 타고 퇴근길에 쪽잠을 자고, 전화를 받으며 식사를 하는 등 시간과 사람에 치인 일상을 보냈다.
일용직이라는 점도 그녀와 같았다. 나도 남들이 보기엔 그럴 듯한 직업을 갖고 있었지만, 실제로는 언제 잘릴지도 모르고 휴가 따윈 없는 ‘을’일 뿐이었다. 고요한 사무실에서 다크서클 가득한 눈으로 일하면서도 날씨 기사를 타이핑하는 김민아의 모습은 프로페셔널했다. 누군가도 나를 보고 그렇게 느꼈을까?.
김민아는 ON에서 에너지를 전부 쏟아내기 위해 OFF에서 힘을 비축하는 듯 보였다. 그렇다고 ON으로 살 때 자기다워보이지는 않았다. 사람들이 그녀를 ‘미친 텐션의 소유자’ ‘예쁜 사람 중 도른자’라고 칭하지만 어쩌면 그녀의 진짜모습은 OFF일 때와 가까운 것일지도 모른다.
유튜브나 방송에서 선을 넘는 발언을 하고 끼를 발산하는 것이 ‘일하는 것’으로 보였다. 카메라 앞에 서면 반짝 하고 불이 켜지면서 작동하는 로봇 같았다. 그래서 마음이 편치 않았다.
방송으로나마 OFF를 즐기고 싶었다는 그녀의 말에서 얼마나 바삐 살아왔는지 가늠이 갔다.
힘겹고 반복되는 일상을 의연하게, 자신만의 요령과 방식으로 잘 버텨왔구나. 잘해왔다고 대단하다고 토닥여주고 싶었다. 기상캐스터의 삶을 벗어나 방송인으로 변신했지만, 그래서 머지 않아 돈방석에 앉게 되리라는 걸 알지만, 그래도 치열하게 살아온 그녀의 마음가짐이 한 순간에 변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도 생겼다.
나는 깨달았다. 김민아를 보면서 떠오른 이 모든 감상이 실은 나 자신을 향해 있다는 것을. 스스로에 대한 감정에 이토록 연민과 안쓰러움이 묻어날 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