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을 추는데 웃음이 나네?

내 안의 리듬을 찾아서 TRACK 03

by 아임유어엠버

선생님은 올블랙으로 무장을 한 키 작은 젊은 여자였다. 나이가 나보다 몇 살 어려보였다.


그녀의 등장과 동시에 스피커에서 클럽용 음악이 흘러나왔다. 까랑까랑한 구호와 함께 벽의 거울에 시선을 고정하고 스트레칭을 했다. 한물 흘러간 발라드에 맞춰 발레 동작을 하고, 힙합에 맞춰 팔을 꺾고 턴을 했다. 분명 어려운 동작은 아니었다. 셔플 댄스같은 경우, 방송에서 수없이 봐왔던 춤이었다. 보는 것과 직접 하는 거랑은 차이가 크다는 걸 알았다.


머리에서 내리는 지령을 몸이 수행해내지 못했다. 오른쪽 왼쪽 구분도 안 갔고, 박자를 맞추는 건 더더욱 어려웠다. 실수로 옆 수강생 발을 밟기도 하고, 나 혼자만 가만히 있기도 했다. 그러든 말든, 수업은 속도감 있게 흘러갔다.


턴을 하다가 스치듯 거울을 봤는데, 놀랍게도 내가 웃고 있었다. 옷은 땀에 젖어있고 머리칼은 조선시대 죄수처럼 풀어헤쳐져 있는데 눈빛이 반짝였다. 그때 불이 꺼지면서 새빨간 사이키 조명이 현란하게 몸을 감쌌다. 내 안의 심장이 팔딱이는 것처럼 보였다. 경계했던 마음이 사르르 녹았다. 남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에라 모르겠다 하는 심정으로 함께 어울렸다.


30분간 준비운동 겸 기본 동작 학습이 끝나고서야 본격적인 수업이 시작됐다. 내 첫 연습곡은 청하의 ‘PLAY’였다. 나온 지 얼마 안 된 뜨끈뜨끈한 최신곡인데 마침 ‘음악 중심’에서 무대를 본 적이 있었다. 청하가 남성 댄서와 커플 댄스를 추는데 정말 빠른 템포로 동작이 흘러가서 감탄했었다. 그 곡을 지금 나더러 소화하라고? 기가 막혔다.


“함.께. 해봐요. 왼발. 오른발. 왼.오.왼.오. 참 쉽죠잉?”


선생님이 슬로우모션으로 시범을 보여줬는데도 내게는 쉽지가 않았다. 같은 동작을 3~4번씩 반복하고 나서 이제 좀 알겠다 싶으면, 더 어려운 동작을 배운다. 새로운 구간에 익숙해지고 나면 앞서 외운 구간을 까먹는다. 팔 따로 다리 따로 외웠는데 합쳐서 하려면 멍 해진다. 연습이 좀 됐다 싶은 구간도 음악과 같이 추면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다.


아마 그날의 내 모습을 영상으로 촬영했다면 정말 웃긴 예능 프로그램 한 회가 됐을 거다. 어찌어찌 수업을 마치고 학원에서 집에 걸어가는데 몸에서 땀 냄새가 났다. 땀을 흘린 게 얼마 만인가. 바람에 상쾌해졌다.


지난 여름에는 싹쓰리의 '다시 여기 바닷가'의 안무를 배웠다. 노래 전주만 들어도 몸이 들썩이고 깡충깡충 뛰고 싶은 욕구가 느껴졌다. 그만큼 다시 여기 바닷가에는 없던 춤DNA도 날뛰게 하는 흥겨운 리듬이 있다.


안무를 실제로 춰보니 방송으로 보는 것과 다르게 생각보다 격했다. 속도가 빠르고 에너지소모가 큰데 웃으면서 가볍게 춰야하는 게 포인트였다. 가사를 형상화한 동작이 많고 왼쪽으로 한번 췄으면 오른쪽으로 한번 추는 대칭적인 동작이 대부분이라 다행이었다. 폴짝폴짝 뛰는 동작이 많은 건 유재석이 그걸 잘해서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했다.


후렴구에서 팔꿈치를 들며뒷 걸음질치는 안무는 은근 헛갈린다. 왼쪽을 볼 때 왼팔을 들고 오른쪽을 볼 때 오른팔을 드는 단순한 동작임에도 팔과 다리가 따로 움직이기 때문에 우왕좌왕했다. “별이 되었다고”라는 마무리 부분은 별을 그리는 재미가 있다.


이상기후인지 8월 초인데도 장마가 계속되는 바람에 싹쓰리처럼 맑은 하늘 바닷가를 즐기긴 어렵게 됐지만, 그래도 다시 여기 바닷가 덕에 마음으로나마 바캉스를 즐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