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바람의 시작
내 안의 리듬을 찾아서 TRACK 01
“넌 화장하는 거 별로 안 좋아해?
지난해 소개팅을 했는데 상대가 길을 걷다 불현듯 이런 질문을 해왔다. 내 화장이 상대에겐 보이지 않는다고? 그날 나름 신경 써서 평소보다 짙게 화장을 한 상태였기 때문에 당황했다. 내 자존감에 스크래치를 날카롭게 그은 그 남자와는 얼마 안 있어 헤어졌다.
나는 스스로를 단장하고 가꾸는 데 서툴다. 거울도 잘 안보고 화장도 스킨-로션-선크림-비비크림, 거기에 립스틱 딱 거기까지만 한다. 심지어 어제 입은 옷을 오늘 다시 입기도 한다. 대학을 다닐 때에는 치마를 입고 가면 동기들이 “오늘 무슨 일 있냐”며 주목할 정도였다. 또 어떤 친구는 나를 볼 때마다 손수 눈썹 정리를 해주기도 했다.
사실 꾸미는 걸 싫어하진 않는다. 오프숄더 셔츠를 사본 적도 있고 가끔은 등이 파인 원피스를 입기도 한다. 귀걸이에 대한 욕심도 조금 있다. 그저 우선순위가 다른 데(일) 있고 나를 꾸미는 데 투자할 여유가 없어서였다. 쇼핑하러 가서 마음에 드는 옷을 입고 거울을 본 지가 언제였더라. 눈썹부터 속눈썹까지 화장을 짙게 하고 모임에 가본 적이 언제였더라. 내 궁시렁거림이 ‘애둘맘’의 회한처럼 들릴지도 모르겠다.
최근에 지하철 계단을 바삐 내려가다 걸음을 멈추고 거울을 봤다. 전신 거울로 나를 보는 게 참 오랜만이었다. 거기에는 북어눈깔처럼 어딘가 쾡한, ‘죽어있는’ 인간 하나가 서 있었다. 자세히 보니 검정 백팩을 메고, 긴 곱슬머리를 질끈 묶은 나였다.
안 그래도 대학시절 알던 지인들이 최근 나를 보고 ‘통통 튀던’ 느낌이 사라졌다고 말했는데, 그게 바로 이런 느낌이었을까? 그동안 남들이 보는 내 표정과 몸 형태에 크게 신경을 안 써서 몰랐는데 자신감이 없어보였다. 등은 살짝 굽어있고 양 어깨는 삶은 오징어처럼 말려있었다. 얼굴의 다크서클이 어둡게 깔려 피곤해보였다.
바쁘게 일하며 지낸다는 게 살아있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실상은 팔딱여본 지 오래된 어항 속 금붕어에 불과했던 것이다. “가슴이 뛰는 일을 하고 싶다”던 이십대 초반의 포부는 이미 내 삶에서 사라진지 오래라는 걸 그때 알았다. 스스로를 사랑하고 아껴주는 방법을 몰라 에너지를 발산하기만 하고 나를 지치게 만들었다.
사는 동안 살고, 죽는 동안 죽어요. 살 때 죽어 있지 말고 죽을 때 살아있지 마요.
힘들 때 마다 보려고 휴대폰 사진함에 저장해두고 다니는 드라마 ‘네 멋대로 해라’ 속 대사다. 살아있는 것처럼 살자. 그 말을 읊조리면서 매일 심장이 쿵쾅거릴 정도로 설레진 않더라도 가끔은 살아 숨 쉬고 있다는 걸 느끼면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가슴 속에 불타올랐다. 그전에 안 해봤던 일, 미뤄왔던 일을 해봐야겠다고 결심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건 바로 ‘춤’이었다.
매일 가슴이 쿵쾅거리진 않더라도
가끔은 살아 숨쉬고 있다는 걸 느끼면서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