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만큼이나 나는 춤과 거리가 멀다. 30년간 리듬에 맞춰 몸을 움직여본 적이 거의 없다. 내가 춤을 잘 추는지도 알 수 없다.
춤을 춰본 경험을 굳이 찾아내자면 기껏해야 회식 때 노래방에 가면 박수 치고 다리를 까딱이는 정도랄까. 아! 초등학생 때 친구들과 이효리의 ‘텐 미닛’과 그룹 신화의 ‘와일드 아이즈’에 맞춰 장기자랑 연습을 한 적은 있다.
유학시절에도 룸메이트가 아이돌 댄스를 좋아해서 매일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는 내게 춤을 추자고 제안했었는데 관심이 일지 않아서 동요되진 않았다. 그러나 우리 엄마 말씀에 의하면 나는 어린 시절 음악이 나오면 엉덩이를 들썩이고, 어른들 앞에서 개다리춤을 출 정도로 참 흥이 많은 아이였다고 한다.
“아직 제대로 춰본 적이 없으니 배우다 보면 잘 추게 될 지도 모르는 일 아니에요? 춤은 추다 보면 늘어요.”
몸치라고 해서 춤을 추지 말아야 한다는 법은 없다. 춤의 'ㅊ'자도 모른다고해서 앞으로도 춤을 못추리라는 법도 없다.
댄스 학원 카운터 직원이 하는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설령 머리부터 발끝까지 ‘몸치’ DNA로 이뤄졌음이 판명됐다 하더라도 손해볼 것은 없다. 춤이라는 게 원래 감정을 담는 몸짓이고, 즐기면 그만인 장르니까.
몇 시간 땀 흘리고 리듬에 몸을 맡기는 것만으로도 내 삶에 충분한 활력소가 될 것이라고 스스로를 설득했다.
나를 위한 투자이니 아까워하지 말자. 눈 질끈 감고 카드로 4개월 치 수업료를 긁었다. 직원은 잘한 선택이라며, 춤 초보 직장인들이나 아줌마들이 학원을 많이 찾으니 처음에 잘 못 따라가도 하나도 창피할 게 없다고 했다.
대망의 첫 수업 날, 연습실에 들어온 나는 직원에게 속았음을 알게 됐다. 초보 직장인들과 아줌마들은 개뿔. 10대 후반, 많아야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사람들 20여 명이 춤을 꽤나 출 것 같은 복장을 하고 꽉 차 있었다.
몇 몇은 수업 시작하기 전인데도 알아서 음악을 켜고 그 전주에 배운 동작을 연습 중이었다. 홀로 구석에 가만히 서서 이리저리 눈동자를 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