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바람이 찾아준 '나다움'

내 안의 리듬을 찾아서 TRACK 04

by 아임유어엠버

수업이 계속되면서 나도 모르게 의욕이 생겼다.


정규 수업이 끝나고 옆 방으로 가서 에이스들과 15분간 연습을 더 하고 집에 갔다. 물론 아직 백조들 사이에 헤엄치는 오리새끼처럼 동작이 매끄럽지는 않다. 방금 배운 동작인데도 머리가 새하얘져 버벅대기도 한다.


요즘은 춤 추는 시간이 흐르는 게 아쉬울 정도로 즐겁다. 손끝 하나, 손가락 움직임 하나도 신경을 쓴다.


“엄지와 검지와 약지를 펴두면 예뻐요”

“오늘 했던 건 잊어버리는 게 자연스러운 현상이에요. 다음 수업 때 다시 처음부터 알려줄 게요”

“지금 이 순간만큼은 내가 화사다! 최면을 걸고 추세요”


선생님의 조언들이 나의 몰입에 많은 도움이 됐다. 춤을 출 때는 오로지 춤만 생각한다.


‘어떻게 하면 더 웨이브를 선생님과 비슷하게 할 수 있을까’

‘이 다음 동작은 뭐였지?’


춤을 출 때면 그간 머리 속을 장악하고 있던 회사 일에 대한 상념을 잊을 수 있어서 좋다.


어느 날엔 안 추던 춤을 춰서인지 새끼발가락에 물집이 생겼다. 그날 폭우가 쏟아지는 바람에 물집이 터졌고 아픈 걸 꾹 참고 수업을 들었다. 나머지 연습까지 마치고 발을 절뚝이며 간신히 학원 현관문을 나서는데, 선생님이 내 등을 툭 치면서 말을 걸었다.


“초반에 비해 많이 나아졌어요. 열심히 해줘서 정말 고마워요. 춤을 잘 춰야지 이런 스트레스만 받지 말고 앞으로도 즐겁게 해줘요”


선생님이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는 사실에 머쓱해지면서도 기분이 날아갈 듯 기뻤다. 학원에서 나와 걷는데 땀인지 눈물인지 모를 것이 흘러내렸다.


무미건조하던 내 일상에도 변화가 생겼다.


우선 부모님께서 내가 춤에 도전했다는 소식을 들으시곤 뛸 듯이 기뻐하셨다. 당신 딸이 나이답지 않게 노숙하게 사는 걸 속상해하시던 분들이셨다. 유튜브로 그 주에 배우는 수업 무대 영상을 뚫어져라 보고 있는 걸 보고 친구가 말했다. “이런 요즘 곡 무대도 찾아봐? 너 완전 인싸다.” 그 말에 ‘룰루랄라’, 젊은 기운이 샘솟았다.


일상에 흥겨운 리듬이 스며들자, 여유가 생겼다. 잠도 이전보다 잘 오고 걸음걸이도 달라졌고, 표정도 밝아졌다.

힘든 날이 날이면 학원에 갈 날을 생각하면서 버텼다. 노래를 흥얼거리는 때도 잦아졌다. 뜻대로 되지 않는 일에도 크게 연연하지 않게 됐다. 괜찮아, 다음 번에는 이번에 놓친 부분을 더 신경쓰면 되지.


자연스럽게 회사생활을 할 때도 한층 자신감이 생겼다. 사람을 만나 뱉는 말도 편안해지고, 실수에 불안해하는 날도 줄었다.


솔직히 나 다운 게 무엇인지, 내가 어떤 향기와 색깔을 내는 사람인지 아직 답을 내리지 못했다. 아마 10년 후에도 이 고민을 안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 가지는 안다. ‘나다움’이란 내 본연의 리듬을 표현해낼 때 나온다는 것. 타인의 시선에 갇히지 않고, 누군가와 비교하지 않고 내 마음이 시키는 일을 할 때 비로소 나 다워진다는 것을 말이다.


나답게 살기 위한 나의 ‘춤바람’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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