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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달별꽃 Aug 04. 2020

얄미운 상사, 어떻게 골려주지?

내가 만난 사람 03. 보면 볼수록 진상인 회사 선배

회사를 옮겨도 어디든 얄미운 인간은 존재한다. 형식상 ‘선배’라고 부르긴 하지만 ‘짜식’이라고 부르고 싶은 사람.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 딱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바로 그 자식이 내 부서에 있다는 것이다.


이전까지는 날 힘들게 하는 자식이 두 놈이었는데 8월에 접어들면서 부장이 바뀌는 바람에 한 놈이 되었다. 지금 남은 한 놈은 꼰대는 아닌데 자신이 뭐라도 된 줄 알고 갖은 행세 다 하는, 밉상이다. 예를 들어 부서 단톡방이 엄연히 있는데 부장을 빼고 단톡방을 하나 더 만들어서 따로 보고를 받는다. 상사가 하나 더 늘어난 나로서는 싫다. 아마도 자신은 중간에서 부장과 우리(나와 후배 기자를 지칭한다) 사이를 중재하는 소통의 다리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고 생각할 지도 모른다.   


이 자식에 대해 안 좋은 인상을 가진 건 회사를 들어온 달부터였다. 내가 경력기자라는 핑계로 인수인계를 해주지 않았다. 출입처 연락처를 알려주지 않고 일을 하라고 했다. 정작 내가 필요한 정보를 물어보면 계속 카톡을 씹거나 말을 돌리면서 답을 해주지 않았다. 전화를 해도 받지 않았고, 카톡으로만 답이 왔다. 


놀라운 것은 그래놓고도 내게 자신이 궁금한 정보를 묻는다는 것이다. 내가 답을 해주지 않으려고 하면 끈질기게 연락이 왔다. 왜 나만 알려주고 자신은 알려주지 않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자신은 상사이니 ‘보고’를 받는 입장이고 나는 일개 직원이니 정보를 알려줄 필요가 없다는 건가? 매우 괘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장은 별말 없는데 선배는 꼬투리를 잡는 일이 잦아졌다. 그가 충고할 때마다, 다 나한테 도움이 되는 거겠지 하면서 달갑게 받아들였는데 딱 한 가지 억울하단 생각이 드는 점은 있었다. 그 자식의 기사는 오타가 잦았지만 부장은 이를 눈 감아주는건지 못 본 건지 매번 별말이 없었다. 외부 미팅을 한다 안한다 보고하는 것도 선배 자식은 하지 않았다. 내가 몇 분 카톡을 못 보면 득달같이 답을 재촉하면서 자신은 내 카톡을 몇 시간이고 확인하지 않고 그냥 둔다. 읽고 답을 해준다해놓고 씹거나 마음이 바뀌었다면서 말을 뒤바꿀 때도 종종 있다. 그럴 때면 X새끼라는 쌍욕이 절로 나온다.  


한번은 내가 그의 잘못을 뒤집어쓴 적도 있었다. 나를 교육시킨다는 핑계로 2주간 내 글을 봐줬는데, 그 자식이 고쳐놓은 내 글을 부장은 샅샅이 지적했다. 속으로 ‘이거 내가 쓴 거 아닌데’ 싶었지만 굳이 해명하지 않았다. 묵묵히 부장의 지적을 받아들였다.  그때마다 선배 자식은 가만히 상황을 구경만 했고, 나는 그가 싼 똥을 치우느라 고역이었다. 


이 상황이 반복되자 더 이상 참다 못해 부장에게 직접 하소연을 했다. “그때 지적하신 부분, 선배가 수정해주신 거예요. 저는 그렇게 안 썼어요.” 나의 돌직구 고발에 선배 자식은 그제야 입을 다물었다. 이후 나는 속박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일을 할 수 있었다. 


이렇게 억울하게 당하고 나름의 방법으로 빠져나가길 몇 개월 째. 평화가 찾아왔다 싶었는데 그자식이 다시 나를 건든다. 내가 휴가일 때 연락이 와서는 지금껏 열심히 모은 연락처를 정리해서 달란다. 자신의 것은 공유하지 않고 내 것만? 말도 안 되는 소리!! 싸우자는 건가? 보내주기 싫다고 돌직구로 말하는 건 좀 그러니, 연락처를 다 이상하게 바꾸어 보내줄까 싶었다. 상상만 할 뿐, 나는 그렇게 행동을 할 배포가 아직 없다. 


원래 이 놈은 7월까지 우리 부서를 맡았던 부장과 유착관계가 있다. 몇 년간 같은 회사에서 일하다가 우리 회사로 이직을 한 것인데, 매일 연락하고 중요소식을 둘만 공유할 정도로 끈끈하다. 그런 줄도 모르고 회사에 들어온 나는, 부장이 바뀌기 전까지 둘 사이의 유착관계가 생각보다 깊다는 것을 느끼며 치사하고 더러운 상황들을 참아왔다. 그리고 이제야 좀 편해지겠지 싶었는데, 이 모양 이 꼴이다.  


회사를 계속 다닐 거라면 이대로 당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나도 기싸움에서 꿀리지 않을 패를 들고 있어야 한다. 친구들은 이런 상사에 굴복해 다 따라준다고 하는데, 내 안에선 다른 소리가 들린다. ‘Yes걸이 되면 바보 되는 거야. 할 말은 하고 살아야지’ 그렇다고 그놈과 똑같이 싸가지없게 말해버리면 나는 부서에서 ‘아싸’가 될 지도 모른다. 어떻게 행동하는 게 잘하는 걸까. 도통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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