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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달별꽃 Oct 25. 2020

행복의 이유는 의외로 단순하지

나를 살린 사람들[프롤로그 2]

가수 김연자는 MBC 예능프로그램 <복면가왕>에서 6연승을 하고 얼굴이 공개됐을 때 이런 소감을 남겼다.  


이 자리에 설 수 있다는 게 감사해서 연습하고 또 연습했어요.


현재 자기 위치의 소중함을 느끼는 사람은 허투루 행동하지 않는다. 매사에 진정성을 갖고 임하고 최선을 다한다. 나는 한번이라도 내가 가진 것에 감사한 적이 있었는가. 감사함을 잊어버리고 못 가진 것에 대한 욕심과 소망만 쏟아내고 있지 않았는가. 


직업이 없을 땐 일할 수 있기를 원했다. 부모님의 돈이 아닌, 내가 번 돈으로 밥 한 끼를 사먹고 또 누군가에게 커피한 잔이라도 대접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이런 일을 한다고, 어디에 소속돼 있다고 떳떳히 말할 수 있길 바랐다. 매일 정해진 시간에 출퇴근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 껴 있고 싶었다. 


직업이 생겼을 때는 정규직이 되기를 간절히 바랐다. 명절에 선물을 안 준다든가 하는 당연한  차별대우에 서글픔을 느낀 적이 많았다. 4대 보험 적용이 되는 반듯한 직장에 다니며 매월 일정 금액을 받고 여름 휴가도 쓸 수 있기를 원했다. 그렇게만 된다면 행복할 거라 생각했다. 


정규직으로 일하게 된 지금, 나는 받는 월급에 비해 일의 양이 너무 많다며 투덜댄다. 어떨 때는 추가 근무나 성과에 대한 포상이 없고 휴가도 넉넉히 쓸 수 있는 형편이 아닌 지금 회사에 화가 나기도 한다.


이제는 내가 번 돈으로 좋아하는 음료 한 잔 사 마실 수 있고, 월급으로 부모님께 용돈도 드릴 수 있고, 4대 보험 혜택도 적용받으며 개인 명함도 생겼지만 왠지 모르게 아직도 마음이 편치 않다. 빨리 이 상황을 벗어났으면 싶을 정도로 갑갑하고 내가 가진 조건들이 별 볼일 없다는 생각이 든다. 


모두 내가 지금 내 자리의 소중함을 잊었기 때문이다. 나는 두 다리로 뛰어다닐 수 있고, 원하면 산책을 하러 아무 때나 공원에 나갈 수 있고 TV도 볼 수 있다. 내가 번 돈으로 부모님과 식사도 할 수 있고 주말이면 편안한 침대에서 두 다리 쭉 뻗고 늦잠도 잘 수 있다. 이 얼마나 자유롭고 건강한 삶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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