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7시. 정신을 차려보니 내가 방바닥에 이불 한 장 덮고 누워있다. 밖은 아직 어두컴컴했다.
조금만 더 잘까? 이불을 머리 위까지 덮어썼다가 몇 초 후 몸을 일으켰다. 매번 져온 나와의 싸움에서 또 한 번 지고 싶지 않았다. 오늘은 1월 1일, 2021년 새해니까.
운동복 차림에 검정 롱코트를 입고 머리엔 검정 털모자를 쓰고 손에 장갑까지 낀 후 현관문을 나섰다. 차가운 겨울바람이 덜 깬 잠을 깨웠다. 상쾌했다.
공원 입구에 다다르니 나와 같은 생각을 한 사람들이 보였다. 그들은 각자 연인, 남편, 아이들과 있었지만 나는 혼자였다. 지난해 초 혼자 속초여행을 간 경험이 있어 그런지 혼자라는 게 외롭지는 않았다.
사람들의 발길을 따라 언덕을 올랐다. 멀리서 봐도 이미 빽빽한 인파였다.
동이 트는 걸 본 적은 많지 않다.
초등학생 시절, 동해 모래사장에서 일출을 본 것이 내가 기억하는 또렷한 일이다. 암흑 같은 하늘에 서서히 붉은 빛이 돌기 시작하더니, 마그마가 용솟음 치듯 점점 강렬해졌다. 눈 깜짝할 새 둥글고 말간 것이 떠오르는 걸 보면서, 밤은 길지만 해가 뜨는 건 한 순간이라는 생각을 했다.
지난해 1월 1일에는 새벽부터 아차산에 갔었다.
피난 행렬처럼 사람들이 빠르게 산을 올랐다. 발밑이 잘 보이지도 않는 암흑 속에서 새해를 축하하는 북소리, 꽹과리가 왕왕 귀를 울렸다. 머리위에는 홍등이 걸려있었다. 그 기운에 휩쓸려 해맞이 광장에 갔다. 그러나 날씨가 워낙 흐려서 붉은 해는 볼 수 없었다.
다행히 오늘은 해가 나타나주었다. 구름에 가려 동그란 모습을 볼 수는 없었지만, 분명 강렬한 붉은 빛이 심장처럼 이글이글 불타며 떠올랐다. 색이 너무 예뻐서 황홀했다. 해 근처에 있는 구름들이 빛을 받아 화장을 한 듯 불그스름해졌다.
“와~~~ 뜬다!”
오전 7시 50분쯤이 되자, 곳곳에서 탄성이 나왔다. 그 소리를 들으면서 두 눈을 꼭 감고 마음속으로 빌었다. 올해는 모두 건강한 한 해가 되기를, 노력하는 만큼 보상받고 마음이 평온한 한해가 되기를 하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