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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달별꽃 Jan 01. 2021

'초코파이' 때문에 울다

블링블링 기억수첩 11P


2016년 여름, 21일 동안 포항 호미곶부터 서울 시청 광장까지 걸어서 완주하는 대장정에 참여했다.


20명의 팀원들 중, 어느 날 나보다 3살 어린 동생이 생일을 맞았다. 나와 친구들은 그녀를 위해 깜짝 생일파티를 계획했다. 하루에 하나씩 받던 초코파이를 먹지 않고 모아서 케이크를 만들어 주기로 했다.


당일 오전부터 당사자만 모르게 무언의 눈빛이 오갔다. 다들 초코파이를 먹지 않고 메고 있던 가방에 보관했다. 내 가방 안에는 그 전날 먹지 않고 놔둔 것까지 해서 총 2개가 있었다.


하필 그날 일정이 다른 날보다 빡빡했다. 전체 원정 기간 중 가장 긴 거리를 걸어야 했고 설상가상으로 폭우와 불볕더위가 반복됐다. 한 걸음 떼는 게 고통스러웠지만 그래도 우리의 작은 선물에 기뻐할 동생을 생각하면서 꾹 참고 버텼다. 다행히 가방 속 초코파이는 무사했다.


저녁이 되어, 야영지에 도착했다. 동시에 우리의 작전도 시작됐다.


텐트를 치고 개인 정비 시간을 가질 때, 한 친구가 생일 당사자를 데리고 어디론가로 떠났다. 나머지 친구들은 각자 보관해둔 초코파이를 꺼내 한곳에 모으고 파티 준비를 하기로 했다.


하필 그때 내 오지랖이 발동했다. 텐트 안에서 나와 같은 텐트를 쓰는 친구 한 명이 유독 지쳐 보이기에 초코파이 봉지 하나를 뜯어 그녀에게 건넸다. 어차피 하나 더 있으니까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친구가 초코파이를 한입 베어 문 순간, 나는 아차 싶었다. 가방 안을 자세히 보니 남은 초코파이 하나 역시 봉지가 뜯겨있었다. 꼼꼼히 확인을 못 한 내 실수였다. 망연자실해 있는 나를 본 한 친구가 밀고하듯 갑자기 큰 소리로 말했다.


“우리 초코파이로 생일파티 해주기로 했잖아, 왜 지금 그걸 뜯어?”


팀원들의 시선이 내게로 집중됐다. 잠깐의 침묵이 흐르는 동안 원망의 눈초리들이 쏟아졌다. 당혹스러움에 아무런 말도 못 하고 눈물만 흘렸다. 생일을 축하해주고픈 마음이 누구보다 컸기에 더욱더 속상했다.


결국 계획했던 것보다 딱 하나 부족한 초코파이 케이크로 생일파티는 무사히 마쳤지만, 나는 그 이후로 가슴에 초코파이만 한 구멍이 뚫린 듯한 죄책감에 시달려야 했다.


그때 생일 맞은 친구에게 전하지 못한 초코파이를 이제와 마음으로나마 전하고 싶다. 미안하다, 그리고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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