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살아있게 하는 말은 무엇일까.
2023년 1월, 내가 고른 책들이 관통하는 단어는 '슬픔'.
마흔 하나에 접어드는 나의 1월은 왜 슬픔이었을까. 마흔이라는 숫자가 날 슬프게 한 것은 아님에도 '슬픔'이라는 키워드를 품은 나의 마음이 궁금해지기도 했다.
그렇게 1월이 시작되기 전, 내가 정한 나의 1월은 '슬픔을 제대로 바라보는 달'.
한 달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다양한 슬픔을 다각도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헤집어보려 했다. 내면에 자리잡은 슬픔부터 세상이 안타까운 슬픔까지. 내 안의 나는 활자 속 슬픔을 겪는 동안 세상을 살아가는 나에겐 현실의 슬픔이 차곡차곡 쌓였다. 누군가의 죽음 앞에선 어떻게 대처할지 몰라 그저 눈시울만 붉히기도 했고, 북극의 온난화 현상, 그로 인해 약해진 제트기류로 인한 북극 한파라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그저 답답한 가슴을 두드리기도 했다. 그리고 그런 세상에 지쳐 더욱 책 속 슬픔에 빠져들었다.
돌아보면 결국 슬픔은 기쁨만큼이나 주위에 맴돌고 있다. '슬픔'이라는 단어를 좁게 살펴보니 슬픔이라 생각했던 것들이 슬픔이 아닌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나를 아프게, 또는 실망스럽게 하는 작은 감정조차도 나의 슬픔을 건드린다 생각하면 슬픔은 흘러 넘치고 있었다.
책 <슬픈 세상의 기쁜 말> 을 읽은 대부분 사람들의 공통점은 눈물 없인 읽을 수 없었다는 것. 슬픈 세상을 덤덤히 그려내며 그속에서 살기 위해 발버둥치고, 나를 살아내게 하는 법을 찾으려는 사람들의 모습이 자신이 투영되어서일 것이다. 나 역시 그 중 하나이고.
태양의 흑점을 본 다음 날,
그는 눈을 떴을 때 자신이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을 깨달았다.
매일 보는 태양에 대해서조차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p.37 <슬픈 세상의 기쁜 말>, 정혜윤
슬픔을 통해 제 자신을 바라보는 법을 익혀 간다. <슬픈 세상의 기쁜 말>의 서문에서 저자는 라디오 피디 시절 자신을 정의하는 단어에 대해 이야기한다. 올해 들어 재미있게 본 넷플릭스 드라마 '빨간머리 앤'에서 새로 부임한 선생님 또한 자기소개에서 똑같은 이야기를 해주신다.
"자기 이름과 성의 첫 글자를 써서 자신을 표현하는 단어를 두 개씩 말하는 거야."
말, 단어를 사랑하면서도 정작 나를 정의할 수 있는 단어에 대해서 고민해본 적이 없었다. 올해의 난 나를 나타낼 수 있는 단어에 대해 음식을 주문하는 순간, 나의 시선이 어딘가에 머무는 순간, 내가 울적해지는 순간 떠오르는 단어들을 그러모아본다. 스스로를 떠올릴 수 있는 단어는 무엇인지 고민해본다.
그리고, 쓰고 다시 읽어본다.
쓰고 다시 읽는 것은
사소한 일은 사소한 일이고 중요한 일은 중요한 일로 여기고 살게 해줘요.
p.119 <슬픈 세상의 기쁜 말>, 정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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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의 펼쳐지는 생각을 정리하지 못해 이제서야 기록의 발행을 해보는 나를 표현하는 두 개의 단어는 무엇이 되어야 할까.
여전히 곱다. 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내가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