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얀늑대 Feb 14. 2017

가르치고 싶은 거 말고 필요한 걸 가르쳐주라 좀!!

오늘 길을 가다가 어느 IT교육기관의 앞을 지났다. 그 앞에 수강생을 뽑는다는 안내가 붙어있었고 과정을 안내하는 브로셔가 있었다. 헌데 그 과정의 면면을 보니까... 참으로 대단한 내용들을 언급하고 있었다. 거의 컴퓨터 공학과 대학원 이상 급의 내용들을 가르치는 것으로 도배되어 있었다. 뭐 인공지능-머신러닝 이건 거의 기본으로 깔고 강의를 시작하는 듯 한 그런 느낌?... 개중에는 20년 이상 이 바닥에서 먹고 살아온 나도 거의 접해보지 못했던 ( 그리고 그 쪽으로 기업에서 뭔가 하고 있다는 얘기도 전혀 듣지 못했던 ) 기술들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했다.


사실 ... 필자는 나름 좀 아픈 기억이 있는게, 한 떄 java 분야에서 "분산객체"라는 개념이 각광을 받은 적이 있었다. 해서 나름 좀 인기를 끌었던게 RMI 인데 이게 한 단계 더 들어가서 java에서 만든 객체와 C++ 로 만든 객체가 네트워크 상에서 분산되어 서로 코드를 실행한 결과를 주고 받을 수 있게 만들겠다... 라는 명목으로 기술이 개발되었는데 그게 CORBA 이다.


소시적 좀 신기해서 나름 공부하고 ( 근데 되게 어려웠다 ) 이 쪽으로 강의거리가 많아지면 나에게 많은 강의 기회가 올 터이고 그 때 나름 히트를 좀 쳐서 돈과 명성을 얻어 보고 싶어 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1년도 가지 못해서 사장되는 기술이 되어 버렸다. 한마디로 디립다 어려운 공부를 하느라 고생고생 했는데, 그 어려운 공부를 하느라고 퍼부운 노력들이 제대로 된 강의 기회 한번 잡아보지 못하고 수포로 돌아가 버린 꼴이다.


"수고했다. 돈 있으면 빵 사먹어라" 

이런 얘기가 들여오는 꼴이다. 죽으라고 수고하고 애썼는데 결국 세상은 시큰둥하게 반응하는...


그 이후에 나름 생각을 고쳐먹었다. 모든 신 기술을 접하게 될 때 타이밍을 조금 늦게 잡아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시장에서 해당 기술이 가져올 변화를 받아들이고 지갑을 열 충분한 준비가 되었을 때 들어가도 늦지 않는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나름 이 분야에 대한 기본은 탄탄한지라 제대로 된 선생과 책 그리고 방법을 찾는다면 조금 늦게 시작해도 내가 나름 먹고 살 수 있는 길을 뚫을 수 있다고 판단했는데, 아직까지는 이런 '새로운 기술에 대해서는 남들 보다 조금 늦게 시장의 반응을 봐 가면서 들어가는 시점을 판단하는' 방법은 나름 훌륭하게 내 인생을 지켜주고 있다.


요즘 대표적으로 삐리리~ 해 버리고 있는 기술이 VR( 가상현실 ) 이다. 포켓몬 고 이외에 뾰족한 시장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증강현실도 아마도 돌파구를 찾지 못한다면 "수고했다. 돈 있으면 빵 사먹어라" 소리를 들을 기술이 될 가능성도 농후해 보인다.


헌데 말이다... 곱게 "자기 돈으로 빵을 사먹기엔" 좀 많이 억울하고 원통하고 분한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 신기술이 바꾸게 될 세상에서 자신이 주인공이 되고 싶어서 나름 노력과 시간을 들여서 준비하고 공부했는데 그렇게 애쓰고 수고한 것들이 허사로 되어 버린게 원통하고 억울하고 분한 사람들... 


솔직히 말해서 내가 강의를 설계하는 사람이라면 이런 사람에게 칼 자루를 쥐어주지는 않을거다. 왜냐하면 이 사람들은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강의"를 할 생각이 없다. "자기가 하고 싶은 강의"를 할 생각에 충만하다. 이런 사람들이 강단에 섰을때... 특히 장기간 계속되는 강의를 하게 된다면 학생들과 트러블이 생길 가능성이 상당히 많다.


사실 지금 강의에 대한 수요는 프로그래밍 도사들 레벨에서는 거의 만들어 지지 않는다. 필자의 경우에 보더라도 도사 분들은 시간을 내서 강의에 잘 들어오지도 않는다. 들어 오더라도 그건 사내의 교육이수 점수 정도를 확보하기 위함이지 뭔가 배우기 위함이 아니다. ( 사실 그런 도사들은 강의하는 강사보다 더 많이 아는 사람들이 많다 )


강의와 가르침에 목말라 하는 사람들은 어쩌면 대단한 기술을 배워야 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자신에게 떨어진 과제에 대해 생각하고 생각하여 코드를 짜고, 그 코드에서 발생하는 에러는 해결하고, 모자라는 부분은 선배나 컨설턴트의 도움을 요청하면서 "생각하며 짜고 책임지는" 일을 해야 하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기업들이 원하는 사람들도 그러하다. 필자의 경우 취업교육의 목표를 "튼튼한 기본"에 두고 있다. 한마디로 "스스로 생각해서 코드를 만들고, 그 코드에서 발생되는 에러를 잡고, 고객의 요구에 따라 코드를 고치고 재 작성하는 수준"의 인력이라면 취직 안되는게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개발 현장에서 원하는 신입들은 그 정도라면 기술적인 자격은 대부분 충분하고 또 충분하다.


헌데 이런건 생각하지 않고 자기가 가르치고 싶은 걸 가르치겠다는 일념으로 요즘 너무 많은 과정들이 만들어 지고 있다. 사실 이건 정부의 잘못도 있는게... 필자는 4차 산업 혁명같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대한민국의 언론만이 구사하는 단어 ( 4차 산업혁명에 대해 아냐고 외국의 엔지니어나 학자들에게 물어봐라. 아는 사람 한명도 없을 거다. 왜냐구? 그런거 없으니까! ) 에 사람들이 현혹되고 매몰되어서 뭔가 좀 대단하고 그럴듯하게 보여지는 강좌에만 정부가 지원을 하려고 하는 모습이 분명히 있기에 저렇게 "그럴 듯 해 보이는" 강의만 계속 열린다고 본다.


하지만 실제로 구직사이트를 들여다 보면 아직도 대부분의 취업은 데이터베이스, 웹 프로그래밍, 스마트폰 어플 프로그래밍... 같은 부분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열리는 강의들은 죄다 "그럴듯한" 제목을 달고 있는 과정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내가 진실을 이야기 해 볼까?... 정말로 사람들에게 필요한 건 기본이다. 그리고 사람들이 원하는 것도 기본이다. 하지만 아무도 기본을 이야기 하지 않는다. 왜냐? 잘난척을 못하니깐... 없어 보이니깐... 요즘 세상에 기본이 중요하다. 기본이 튼튼해야 한다... 라고 하면 경쟁력이 없어보인다고 다른 사람들이 얕보니깐...


이게 어디서 부터 잘못되었는지 알 수 없지만... 

대략 이건 정부가 바로 잡고 제대로 돈을 쓰는 방법을 알아야 하는데

문제는 정부가 "자기가 가르치고 싶은데 세상이 몰라줘서 원통한" 학자들에게 휘둘리고 있으니

기본에 돈이 안간다... 그게 정말 중요한건데 말이다.


뭐 ... 남들이 4차 산업혁명 같은 이야기를 하는 이 와중에
나같은 사람이라도 "기본은 쉬워서 기본이 아니다. 중요해서 기본이다" 라고 이야기 하고 살지만

사실 조금 많이 서글프다.

저렇게 어려운 걸 기본이 제대로 잡히지 않은 사람들이 가서 들어 본들 제대로 소화가 되나?
아마도 자격지심만 생길텐데?....


마치 요즘 중학생 애들이 영어로 글쓰고 영어로 된 만화책 소설책 보고... 이런거 안하고

토익책 들고 공부하면서 시들어가는 모습을 보는... 

그런 현상이 지금 전국적으로 IT에 자신의 삶의 터전을 만들어야 하는 젊은이들에게 강요되는 건 아닐까?

헌데

정말 지식으로 인해서 내가 무지에서 부터 벗어나는 즐거움을 느끼게 되는 건

생각과 기본에서 오는 것인데

왜 기본을 튼튼히 해야 하는 교육에는 지원 안해주고 

4차 산업혁명같은 전 세계 유일무이하게 한국에서만 이야기 하는 그런 허깨비 같은 단어에 매몰되어

어디로 가는지 모를 곳으로 사람들을 끌고 가려고 하는 건지

어디에서 부터 잘못된 건지


한심하다... 정말


그냥 기본만 튼튼해도 자기가 만들고 싶은거 얼마든지 만들 수 있는데

그거 놔두고 남들 모르는 거 나는 안다. 나는 잘났다... 그렇게 잘난척 해 본들 재미 없을 건데


한마디로 밥 딜런이 이야기한 "구르는 돌이 되어버린 신세가 되니 기분이 어때?"...
세상이 원하는 일을 하기 보다는 자신의 잘남을 증명하고 싶어 하다간 그 꼴이 나는 건데

지금 뭐 하는 건지 

속상하다.



작가의 이전글 점수 안나오는게 죄 아닌데 왜 애들을 잡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