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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늑대 Feb 13. 2017

점수 안나오는게 죄 아닌데 왜 애들을 잡아!

필자가 2000년대 중반 이후에는 나름 마음먹은 바가 있어서 비교적 긴 시간을 들여서 ( 대체로 800시간 수업 - 약 5개월 정도가 소요된다 ) 취업을 목표로 하는 과정을 주로 강의하였는데, 그 과정에 입과하는 입과 지망생들의 면면을 보면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많이 오는데, 대체로 빽 없고 대단한 배경 없는 사람들이 거의 100 퍼센트였다.


해서 그런 느낌이 들었다. "뺵 서서 프로그래머 되겠다는 사람은 진짜 없구나. 오죽이나 힘들다고 소문이 자자했으면 말야"...


힘들고 어려운 일이라고 소문이 자자해서 그런지 대체로 정말 이것 저것 다 생각해보고 시도해보다가 정말 이것밖에 길이 없으까... 하는 생각으로 온 사람들도 많았고, 정말 프로그래밍에 한번 도전해 보고자 하는 마음으로 적극성을 띄고 온 사람들도 많았고... 아주 다양한 군상들이 모여서 개인적으로는 참 재미있던 경험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언제 어디서 이렇게 다양한 ( 하지만 빽이나 줄은 없는 ) 사람들을 만나서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가지고 도움을 줄 수 있는 기회를 얻겠는가... 더구나 돈도 벌면서 ^^*


대략 강의를 진행하기 전에는 다들 이런 저런 사람들이 모여서 그런지 우왕좌왕들 하고, 서로 얼굴익히고 분위기 파악들 하느라 정신없는데 더군다나 수업의 양이나 훈련의 양은 대략 지금까지 공부와 그다지 친하게 지내지 않았던 애들 입장에서는 정말 상상초월하는 양의 공부가 쏟아져 내려서 거기서 발생하는 비명과 경악을 처리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 ( 이게 내 장기과정 강의의 핵심 노하우 가운데 하나 이기도 하다. 학생들이 질러대는 경악과 비명을 에너지로 만들어 내는 나름의 노하우... )


헌데 참 가슴아픈 일을 겪는 경우도 많았는데... 특히 최근에 그런 경향이 너무 심해져서 나름 이 문제를 가지고 많이 고민하고 주위의 전문가라는 사람들에게 많이 물어보기도 했다. 과연 어떻게 하다가 이 지경까지 애들이 와 버렸고 이것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라고 말이다.


그 문제가 뭐냐 라고 하면 ...


"아이들이 공부를 못한다고 해서 왜 아이들이 생각할 수 있는 힘 까지 밟아버리냔 말이다"


장기과정 강의를 하다 보면 아이들의 마음을 열어야 한다. 마음을 얻지 못한 상황에서는 머리도 열리지 않는다. 머리가 열리지 않으면 그네들은 그냥 여기 와서 시간때우는 일을 하고 있을 뿐이다. 아이들이 수업에 동참하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마음을 얻어야 한다. 


헌데 ... 중고등학교 시절 성적이 나오지 않던 아이들은 생각할 수 있는 힘 마져 상실된 채로 그냥 쿡 찌르면 꿈틀... 하는 수준에서 머물러 있는 아이들이 정말 많았다. 생각할 수 있는 힘이 약하니까 공부를 해도 전혀 늘지를 않는다. 


a  는 b 이고 , b 는 c 이면 a 는 c 다... 흔히 우리가 아주 기본적이지만 많이 사용하는 논리의 기본 구조이기도 하다. 이 논리는 죽 이어져 주어야 생각의 흐름을 따라 자신의 생각이 만들어 지게 되는데... 생각의 힘이 부족한 애들은 이 흐름이 툭툭 끊긴다. 마치 수학문제를 풀어야 하는데 그냥 아무 뜻도 원리도 모르는 채로 문제와 답을 그냥 쳐다보고 끄덕끄덕 하고 넘어가고 있는 듯한 느낌?


수업을 하다 보면 그런 감이 딱하고 온다. 지금 설명을 듣는 척을 하고는 있지만 정말 이 설명이 무슨뜻인지 잘 모르고 쳐다만 보고 있구나... 하는 느낌... 그럴때는 딱 수업을 끊고 내가 학생들에게 질문을 한다. 그러면서 서로 토론하고 질문하고 대답하는 형태의 수업이 진행된다. 


필자는 이 기법을 어렸을 때 본 미드에서 따 왔다. "하버드 대학의 공부벌레들" 이라는 미드였는데... 하버드 대학 법대생인 하트와 교수인 킹스필드가 주인공으로 나오면서 하버드 대학 안에서 빡세게 공부하는 청춘들을 다룬 드라마였는데 꽤 오래되었다. ( 600만불의 사나이... 를 TV에서 볼 수 있던 시절의 이야기니까 ) 


그 미드에서는 킹스필드 교수는 따로 필기하거나 수업을 진행하지 않는다. 학생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듣고 그 맹점을 찾아내어서 학생들의 논리의 헛점을 파 버린다. 그리고 파고드는 질문에 대답을 못하면 그게 곧 숙제고 공부가 된다. 


해서 필자도 그렇게 공부를 진행할 때가 많다. 한 학생에게 질문을 하고 답을 듣고 거기에 대해 맹점을 발견해서 다시 질문하여 대답이 시원찮으면 그 다음 학생이 그 질문에 대한 답을 하는 일을 반복한다. 그렇게 한 시간 내내 질문과 대답이 오고가다가 전혀 개념 모르고 어리버리 하고 있는 학생이 있으면 그 학생은 그 자리에서 손들고 있는거다.


아마도 독자들은 "아니 다 큰 어른들 수업을 하는 데 손들고 있으라고요?" 라고 의아해 하고, 그거 인권문제 아니냐고 이야기 할 수 있을른지 모르겠지만... 사실 나와 같이 수업듣는 수강생들은 거의 백퍼센트 손들고 벌 선 기억이 있다. 그리고 그 손들고 벌 서는 것도 나름 봉숭아 학당처럼 한다. 


"너도 모르냐? 나도 실은 몰라 ㅋㅋㅋ... 나만 모르는 줄 알았는데 다 모르고 있었네... " 이러면서 은근히 반이 결속되기도 한다. 사실 나만 모르면 꿍하고 아는 척하고 넘어가기 쉽지만 다 같이 모르고 너도 모르고 나도 모르면 거기서 뭔가 케미스트리가 터져나온다. "그래 우리 다 같이 모지리들이니까 우리 같이 좀 뭐 해보자 우이띠..." 이런 분위기 말이다. ( 이래서 필자는 봉숭아학당을 지향한다 )


헌데 이 마저도 안되는 아이들이 있다. 생각의 힘을 잃어버린 아이들... 논리적인 짧은 대화마져 안된다. 그냥 자기 이야기를 하려고 하지 않고 자기 주장을 하려고 하지 않는다. 한마디로 생각을 하기를 거부하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을 받게 하는... 그런 아이들이 요즘 굉장히 많다.


"감히 나 같은 게 생각을 하고 내 생각을 주장해도 되는 건가?"


이 수준에 와 있는 아이들은 상담을 해도 너무 가슴이 아프다. 헌데 방법이 없다. 선생은 신이 아니다. 정성과 노력을 들인다고 해서 이런 아이들은 급격하게 좋아지지 않는다. 이미 10년 가까이에 걸쳐서 망가지고 망가지는 경험이 겹겹이 쌓여서 이런 아이들이 만들어져 버렸기에 말이다...


그 중의 한 아이와 이야기를 하다가 나온 얘기다.


자신은 중 2때부터 공부를 놓았다고 한다. 무슨 일이 있었는데 예민한 시절이라 정말 학교와 공부가 싫어져서 몇달인가를 놓았었는데 그 이후에 정신을 차려 보려고 했지만 이미 진도는 한창 나가 있던 상황이라서 수업을 들으려고 해도 무슨 소린지 하나도 모르겠더라고...


쫓아가 보려고 했지만 학교의 선생님들은 공부를 잘하는 애들만 관심을 가지고 있었지 자기 처럼 성적이 곤두박질 치고 난 다음 바닥을 유지하기 시작한 애들에게는 관심이 없었고, 한 1년 정도 지나고 난 다음에는 자신도 어떻게 해 볼 엄두가 안나고 있어서 그냥 그 때 부터는 학교는 잠자러 가는 곳이고 집에와서는 밤새 게임만 하다가 고등학교 졸업하고 군대 갔다가 여기 과정 들어왔다고 하더라...


들으면서 화가나서... 정말 ...


도데체 우리나라는 어떤 교육과정을 가지고 있는거냐... 

학생들이 그 예민한 사춘기를 지낸다면 사실 방황하고 자기 절제 못하는 경험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건데
왜 그 시절을 기다려 주지도 못하고

한번 공부에 손을 놓으면 그 손을 잡아주지도 못하고 기다려 주지도 못하고

차라리 낙제라도 시켜주지... 그것도 안한단다. 왜냐고? 그러면 선생과 교감 교장까지 체면 깎이니까

그리고 학부모 학생이 쪽팔리다고 항의하면 골치아프니까... 

진급은 시켜줄께... 말썽만 부리지마... 그냥 자면 제일 좋겠다... 그냥 자...
( 이게 뭐하는 거냐구! )


그러다가 수업에 소외되고 인정받지 못하는 인생이 되는데

별다른 뾰족한 특기가 없는 이상은 이 아이들은 그냥 잉여인간... 이 되어버린다.

공부못하고 다른것도 뾰족히 잘하는 게 없는 아이들에게 학교는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그저 공부 잘하는 애들을 좀 더 지원해서 서울대 몇명 더 보낼 수 있을까에만 관심 가지고 있다.


솔직히 그런 아이들 가르치다 보면 정치를 하고 싶어진다.

저건 선생님의 문제만도 아니고 학생만의 문제만도 아니다.
제도가 저렇게 만들고 있는거다. 

북유럽 학교에서는 학생들 중에서 떨어지는 학생들이 몇명 있는가가 선생님들 평가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오히려 도움을 주려고 더 많은 예산이 가게 하는 이유가 되게 만들지.


정말 내가 능력만 된다면 다른 거 다 제치고서 우리나라 교육만이라도 다 뒤집어 버리고 싶다.

공부 잘하는 애들은 알아서 잘 하라고 하면서 정말 손길이 필요한 애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하는 북유럽의 교육을 우리나라에서 왜 못하는가? 성적과 점수 없이 모두가 다 동등한 인격으로 대우받는 학교가 왜 불가능한가?


그게 안되니까 아이들은 망가지고 망가져서 결국 에는

나같은게 무슨 생각... 나 같은 사람의 생각이 무슨 대수라고... 

이런 단계에 이르는 게 아니냔 말이다...


다음 대통령이 누가 될지 모르겠다만

제발 이런 아이들에게 관심 좀 가져 줘라

그리고 가능하면 교육 좀 바꿔 줘라.

공부해서 문제푸는 거 보다 더 중요한 거 많다.


적어도 의무교육을 이수하고 졸업한 아이들은 우리나라에서 직업을 구하고 생활하는데 필요한 기초지식과 지적소양 정도는 가질 수 있도록 해 주고

국민의 의무를 다하려고 납세 국방 참정... 충실히 다 한 국민들은 국가가 좀 최소한의 생활은 보장해 주는게 맞는 거 아닌가? 의무만 있고 권리가 없으면 그게 뭐 제대로 된 나라냐? 그려면서 왜 충성하라고 해? 해 준 것도 없는 나라가 뭐 그렇게 요구사항이 많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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