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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늑대 Jan 09. 2019

여백이 있는 가르침이 아름다운 법

가성비 높은 교육이 최선의 교육일까나?...

사실 프로그래밍을 가르치다 보면 학생들에게서 굉장히 조급함을 느낄 때가 많다. 뭔가 조급하고 조급하고 ... 빨리 뭐라도 해 내야 하고 빨리 그럴듯한 결과를 만들어 내야 직성이 풀리고... 사실 이 템포를 만들어 주는 것도 가르치는 사람이 해야 할 굉장히 중요한 일이다.


예를 들어서 ... 그냥 문제 답 달달 외워서 해결하려는 것을 차단하고 하나라도 제대로 이해하고 구사할 수 있도록 기다리고 격려하고 ... 그래서 자신이 깨달은 내용을 가지고 뭔가 스스로의 역량을 만들어 나가도록 기다려 주고 ... 거기서 발생하는 많은 이야기를 들어주고 불안하면 같이 손을 잡아주고 ... 이게 얼마나 중요한지는 아마도 이 글을 읽는 독자 분들이 자신이 배우는 입장에 처해보면 잘 알것 같다.


필자는 최근 레슨을 좀 받고 있다. 전부터 받고 싶었던 작곡공부를 좀 하고 싶어서리 ... 헌데 공부를 하려고 하니까 아주 기본적인 건반누르는 법 부터 다시 배워야 했다. 어깨부터 팔 끝까지 힘을 빼고 중력을 이용하여 팔을 떨구는 느낌으로 건반을 때리는 법... 거기에 도레미파솔라시도를 왼손 오른손 같이 연주하되 메트로놈 켜 놓고서 연습하는 법 ...


작곡을 배우면서 결국 그 기본이 부족하기 때문에 내 성장이 멈추어 있었고 결국 뻔한 곡만 계속 나오더라는 걸 절감하고는 기본부터 다시 열심히 하고 있다 ( 좋은 선생님 만났다 ㅎㅎ )


아니 기본 스케일이 뭐 그리 중요하고 건반때리는 것이 뭐 그리 중요하냐구? 간단하다 기본이 안되면 그냥 한 두가지 연주 패턴만 계속 반복된다. 그거 가지고는 몇곡은 쓰겠지만 쓰면 쓸수록 비슷비슷한 곡만 계속해서 쓰게 될 거다. 결국 거기에서 부터 시작하지 않으면 어느정도까지는 올라가다가 어느 지점부터 성장이 멈추고 정체하는 일이 벌어지게 될 것이 뻔할 뻔자다.


실은 프로그래밍도 마찬가지다. 기본이 부족하게 되면 결국 맨날 짜던 코드만 반복하게 되고 응용하는데 한계가 오게 된다.


작곡 선생님이 그런 얘기를 했다. 할 수 있는 것들 그리고 활용할 수 있는 것들이 늘어나게 되면 작곡의 폭은 자연스럽게 넓어지게 될 거라고. 사실 이런 얘기는 자신이 그런 경험을 해 보지 않은 사람들이 아니고서는 하기 어려운 얘긴데 ... 들으면서 역시 했다.


 필자는 해서 제대로 된 선생님을 구하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얘기한다. 프로그래밍을 제대로 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을 구하라고. 그 사람들이 아니면 해 줄 수 없는 이야기들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말이다.


사실 프로그래밍을 제대로 해 본 경험이 있는 선생님들을 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보통 그런 사람들은 현직에서 개발을 수행하고 있는 경우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선생님들은 보통 단가가 좀 비싸다. 일반적으로 흔히 구해지는 속성의 강사양성과정을 통해 양성된 강사와는 시간당 단가가 거의 60% 이상은 차이가 나더라.


그리고 사실 가르치는 내용은 대동소이 할 수 있다. 클래스와 인스턴스 메소드 ... 같은 프로그래밍의 기본개념 같은 건 선생이 달라진다고 해서 갑자기 내용이 달라지는 것도 아니다.


가격대비 성능비로 따지자면 속성의 강사양성과정을 통해 만나진 선생님이 월등할거다. 거기에 그런 선생님의 경우 강의에 따른 교재나 유인물 같은 것의 질도 좋다. ( 도사급 프로그래밍 능력을 가진 선생님이 유인물까지 잘 만드는 경우는 필자는 거의 못봤다 ) 헌데 경험많은 선생님의 경우는 속성으로 양성된 선생님이 따라올 수 없는 중요한 역량이 꽤 많다.


그 중의 하나가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을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개념을 배우면 온갖 생각이 다 든다. 머리속에 정리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새로운 것이 들어가려니까 이것을 여기에 붙여야 할지 저기에 붙여야 할지 혼란스러운 시기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이 때 자신의 마음속에 드는 불안을 잠재우고 새로이 배운 개념이 머리속에 안착할 수 있도록 꾸준히 반복해서 연습하는 과정을 함께할 수 있는 것은 실제로 자신이 그 길을 가 본 사람이 아니고서는 어려운 일이다.


이전에 필자의 제자를 데려다가 필자가 개설하는 강의의 홍보성 특강을 부탁한 적이 있다. 그 제자가 프리젠테이션을 마치고 질문을 받았는데 '강사가 너무 어렵게 가르치지 않는가?' 라는 질문을 받았었다. 그 때 제자는 이렇게 대답해 주었다.


솔직히 쉽지는 않았다고 헌데 윤선생님은 그냥 던져놓지 않고 늘 같이 걸어주었다고. 그리고 그것이 자신에게는 큰 힘이 되었다고 ... ( 뭐 이런 얘기를 들으면 보람 좀 느껴보는거지 ㅎㅎ )


그래서 시간이 필요한 법이다. 가르침에서는 말이다. 빽빽하게 강의에 강의를 몰아넣고 진도를 시간단위로 배분해서 뭐를 가르칠때 몇시간 잡고 그다음에는 뭐를 가르치는데 몇시간 잡고 ... 솔직히 그런 강의를 20년 가까이 해 오긴 했다. 하지만 필자는 그런 강의는 이제 그만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이다.


( 사실 교육공학자들에게는 그게 중요하다. 교육을 공학적으로 분석해서 모듈화하는 과정에서 제일 중요한게 진도 쪼개고 시간 분배하는 일이니깐 ... 그래서 그런지 필자는 교육공학자들과 그다지 잘 안 친하다 )


교육에 있어서 생산성을 따지게 되면 제일먼저 사라지는 것이 여백이 사라지게 된다. 그 여백은 학생들이 새로운 것을 익히고 머리속에서 자리잡을 때 까지 기다려주고 배려해주는 데 있어서 필수적이라고 필자는 생각하고 있다. 헌데 그 여백은 교육을 상품화 하는 데 있어서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가성비 높은 교육을 만들어내는데 있어서는 "불량" 그 자체를 의미하기도 한다.


헌데 말이다 필자의 경우에 가끔 모르는 동네에 산책을 하게 되면 모든 땅에 건물이 빽빽이 들어서있는 그런 곳 보다 적당한 공간과 적당한 건물이 어울려 있는 공간을 만났을때 훨씬 더 큰 아름다움을 느끼게 된다.


공부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여백을 만들어 줄 필요가 있다. 그 여백을 통해서 학생들은 각자 다른 베이스에 출발했지만 서로 소통하고 배운것을 각각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는 시간을 얻게 된다.


만일 그 시간을 노는 시간으로 생각하는 어른들이 있다면 그 생각은 제발 좀 바꾸어주시라.


필자는 수업시간에 가끔 이런 질문을 듣는다. "선생님 지금 배운 내용을 정리하는데 시간이 좀 필요합니다. 죄송하지만 자습할 수 있는 시간을 1시간 정도만 주실 수 있으신지요?"


필자는 그 질문을 외면한 적이 없다. 물론 그렇게 되면 정해진 진도를 나가는데 지장이 생기는건 당연지사지만 그 뒤의 문제는 내가 감당해야 할 몫이다. 아마도 덜 중요한 부분에 대한 강의를 간소화 할 것이다. 중요한 부분을 제대로 소화해 낸다면 아마도 덜 중요한 부분을 간략하게 넘어간 것은 이 친구들이 1-2년 뒤에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위치에 올라서게 될 때에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을 테니까...   


물론 이런 것을 윗선에서는 아주 싫어한다. 교육에 대한 정교한 타임테이블을 중시하고 그것에 닥치고 따르라고 하는 요구에 시달려 본게 한 두번이 아닌지라... ( 요즘은 그 시달리게 하는 주체에 정부도 포함된다. 정교한 타임테이블을 제출 안하면 지원 안한다. )


하지만 교육은 생물이고 사람이 하는거다. 사람은 기계와 틀리다.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데 있어서 시간과 연습과 시행착오가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 공백과 여유가 있는 교육은 필자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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