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부터 다시시작하는 즐거움
필자는 요즘 작곡레슨을 받고 있다. 필자의 예전부터의 취미이기도 했고 또한 정말 배워보고 싶었던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좋은 선생님을 만나게 된 것을 무척 행운이라고 생각하기도 했고. ...
그렇게 생각하게 된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그중의 가장 커다란 이유는 필자가 그동안 얼마나 기본이 부실했는지를 그 선생님과의 대화를 통해서 깨달았기 때문이다.
사실 필자는 제대로 된 음악에 대한 수업을 받은 기억이 거의 없다. 어렸을떼 바이엘 정도를 동네 피아노 학원에서 친 정도라고 할까? 그 때는 그냥 재미도 없고 해서 그냥 대충치다가 그만두었는데 ... 이게 나이들고 나서 갑자기 그 쪽에 대한 관심이 깊어진 케이스다.
헌데 배우지 않고 혼자서 좌충우돌하다 보니 나쁜 버릇만 늘었다. 그리고 곡이라고 쓰는 것들이 맨날 그곡이 그곡같고 ... 다들 거기서 거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에 남들의 목소리를 배려한 작곡은 엄두가 안났다. 해서 더 늦기 전에 좀 나 자신을 키워보고 싶은 생각이 들어서 레슨 선생님을 수소문했고 어떻게 좋은 선생님을 만나게 되었다.
헌데 말이다... 필자는 나름 뭔가 쌈박한 것을 바라고 원했던 것 같다. 예를 들면 지금까지의 곡에서 보여지는 뭔가의 나도모르는 나쁜 습관같은 걸 한번에 고쳐서 뭔가 막힌 것이 뚫리는 것 같은 느낌? 그런 걸 내심 바라고 레슨에 임했던 것 같다.
헌데 선생님은 의외로 도레미파솔라시도 건반 누르는 법 부터 다시 가르쳤다. 그리고 손목의 모양과 손가락과 어깨의 힘을 빼는 것을 강조했다. 헌데 눈이 번쩍 뜨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선생님이 가르친 대로 하니까 손가락이 움직이지 않았던거다.
"아 내가 지금까지 완전 기본 무시하고 내 멋대로 건반을 치는 것에서 부터 모든 불행이 시작되었구나 " ... 결국에는 가장 기본적인 것 - 건반을 누르는 손목의 자세와 힘을 빼는 것, 그리고 몸을 움직여 가면서 건반을 누르기에 가장 좋은 자세를 잡아주는 것 ... 이런 것에서 부터 한마디로 엉망이었던 거다.
이게 왜 중요하냐고? 작곡을 하는데 그냥 이론적인 부분만 빠삭하게 알면 작곡을 할 수 있는 거 아니냐고? 그건 천만의 말씀이다.
곡에 대한 이미지를 잡지 않고 단순한 이론만으로 작곡이 된다고 하면 완전히 그건 오산이다. 적어도 자신이 어느정도 악기를 다룰 줄 알고 , 자신이 느끼는 느낌을 악기와 음악으로 표현할 수 있을 정도는 되어야 그걸 가지고 작곡을 하든지 한다. 생판 악기 하나도 못다루는 사람들이 작곡을 배운다고 해서 좋은 곡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자신이 느끼는 대로, 생각하는 대로 그것을 표현하는 연주를 어느정도는 할 수 있어야 그것을 악보로 옮기고 , 그 악보를 매개로 해서 자신보다 더 역량이 뛰어난 연주자들과 공동작업이 되는거지 그 정도 역량이 없다면 제 아무리 많은 개런티를 주어서 연주자를 섭외한다 하더라도 연주자들은 작곡자와 함께 일하고 싶지 않을거다. 적어도 필자가 들여다 본 세계는 그런 모습이었다.
헌데 필자는 가장 기본적으로 연주의 기본적인 부분이 부실했으니깐 ... 당연히 칠 수 있는 스타일의 곡이 뻔 했던 거다. 그러니까 표현할 수 있는 범위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던 거고 ... 그러니까 비슷비슷한 곡이 반복적으로 쓰여질 수 밖에 없었던 거고 ... 해서 필자는 요즘 어깨의 힘을 빼고 + 팔을 중력의 힘에 맡겨서 + 떨어지는 느낌으로 + 몸의 위치를 조정해 가면서 + 손가락은 건반위에 직각으로 건반을 때려주는 연습을 하고 있다. 그리고 그 연습의 효과를 절감하고 있다. 한 마디로 이전에는 칠 수 없었던 것을 친다는 즐거움이 있더라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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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모든 배움은 이런 과정이 있다. 가장 기본적인 자세와 태도, 이것이 제대로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어려운 책과 비싼 학원을 많이 다녀서 요령을 익히고 배운다고 해서 실력이 제대로 쌓이지 않는다.
어쩌면 필자도 족집게 교육과 같이 "내가 막힌 부분을 시원하게 풀어줄 수 있는 귀인" 을 만나서 그간의 답답함이 해결되어 지기를 바랬던 지도 모르겠다. 헌데 그건 올바른 해결의 길이 아닌 것 같다. 결국은 기본으로 다시 돌아가서 내가 생각하고 느끼던 것들을 내 힘과 생각을 가지고 표현하는 것을 다시금 점검하는 것이 필자에게는 제일 필요했던 가르침이 아닌가 싶다.
내가 과거에는 해 낼수 없었던 것은 대단한 지식을 가지지 못해서라는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라 기본을 익히는 단계에서 뭔가 부실했던 부분이 있는지를 다시 점검하고 , 그 부분을 바로잡고 기본을 다시 다지면서 내가 가지고 있었던 나쁜 버릇이나 습관 같은 것을 발견하고 그것을 고쳐가면서 새롭게 도전하고 시작할 수 있도록 몸을 만들과 습관을 만들어 나가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실감했다.
그리고 사실 그런것을 해 주는 것이 정말 좋은 선생님이라고 생각한다. 그냥 책에 있는 진도를 마냥 나가는 그런 선생님이 아니라 자신에게 닥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애로가 생겼을 때 , 기본적인 부분부터 다시 점검하면서 자신의 나쁜 버릇이나 습관을 버리고 다시금 시작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그런 선생님이 정말 좋은 선생님이라고 생각된다.
헌데 아쉽게도 그렇게 가르쳐주는 학원도 없고 선생님도 없다. 아니 대량생산형의 교육에서는 그런 건 불가능하다. 그런 교육은 가르치는 사람과 배우는사람이 대화하고 교감하고 신뢰하면서 대화가 가능해야 하고 , 따로 진도를 정해놓고 나가는 것이 아니라 선생님의 직감과 경험에 의해서 '지금은 네가 화성학을 하기 이전에 먼저 건반 누르는 것 부터 다시 해야 할 것 같다' 라고 판단하고 그것을 가르칠 수 있는 유연성 또한 필요하다.
한마디로 진도를 정해 놓고 나가는 것도 아니고 ... 학생들과 이야기는 많이 나누어야 하고 ... 많은 학생들을 한꺼번에 가르치는 것이 아니니까 상대적으로 강의료는 비싼 편이고 ... 헌데 결국 이런 선생을 만나서 자신의 문제점을 스스로 발견하고 그것을 해결하는 경험을 가진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은 문제해결능력에 있어서 커다란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그걸 깨닫지 못하고 그저 계속 진도가 나가는 형태로 가다가는 스스로의 머리속에 쌓여가는 정리되지 않은 지식의 무게에 의해 스스로 와르르 무너져 버리는일도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러한 경우를 은근히 많이 봤다. 기본이 없는데 실력은 쌓고 싶으니 강의는 많이 들었는데 정작 자신의 손으로 프로그램을 작성해서 문제를 해결할 자신감은 없는 그런 사람들 말이다....
결국 우리가 길을 잃고 헤메이게 되면 거기서 귀인을 만나 길을 찾는 것도 있을 수 있는 방법이겠지만 필자의 경험으로는 그렇게 길을 가더라도 또 헤메게 된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자신이 돌아갈 수 있는 지점까지 돌아가서 거기서 자신이 왜 길을 잃었는지를 생각하고 다시금 길을 잃은 원인을 해결하고 난 다음에 길을 가면서 '아 내가 이게 안되어서 길을 잃었었구나' 라고 느끼면서 다시금 길을 가는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그렇게 길을 간 경험이 있는 학생이라야 그 학생이 나중에 커서 정말 좋은 선생님이 될 수 있지 않을까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