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0월 23일 오전 (2)

by 하얀늑대

119 차량에 실려가면서 ... 기본적인 소독을 했고 , 인적사항을 확인하고 ... 사고난 상태를 119를 타고 온 응급구조 요원분들에게 이야기 해 줬다. 그리고는 응급침대에 누워서 손가락 상태를 확인해 봤다.


필자는 기타를 30년 넘게 쳤다. 기타치는 걸 너무 좋아한다. 피아노 치는 것도 좋아하고 ... 거기에 먹고 사는 것도 컴퓨터 프로그래밍과 강의로 먹고 사는 사람이고 ... 손가락이 제대로 움직이지 못한다면 필자의 인생은 정말로 커다란 애로사항이 펼쳐지게 되는거다. 거기에 필자는 혼자 살고 있기때문에 그 애로사항의 크기는 말도 못하게 클 수 있다.


손가락이 움직이는 것 같긴 했다. 일단 안도 ... 헌데 내가 원한대로 자유롭게 움직이는 건지 아니면 그냥 지금 손에 힘이 안 들어가서 흔들리는 건지 잘 감은 안온다. 그리고 손 끝에 감은 정말 모르겠다. 일단 손이 아파서 손끝의 감이 느껴지는지 아닌지는 확실하지 않았다. 뭐 나름대로 걱정할 만한 상황은 벌어진거다.


그 차량의 침대에서 마음속으로 기도했다. '하나님 저 다쳤어요. 손 다쳤어요. 제게 손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잘 아실거예요. 더구나 왼손이예요. 기타 치면서 왼손에 힘 빼는데 저 십년 넘게 걸린줄 아시잖아요. 겨울이면 장갑을 종류별로 사 놓으면서 아끼고 또 아꼈던 왼손인데 ... 다쳐버렸어요. 저 어떻게하죠? 잘못되면 어떻게 하죠?...'


헌데 신기하게 기도하는 동안에 마음에 편안함이 치고 들어왔다. 치고 들어왔다는 표현이 정확할거다. 불안함과 공포가 기도하는 동안 묘하게 밀려나가고 '괜찮아. 괜찮을 거야... 너무 많이 걱정하지 마... 치료 잘 받아. 괜찮을거야 ... ' 하는 마음이 치고 들어오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물론 그래도 불안하고 아팠다. 하지만 적어도 불안과 공포 100% 인 상황이 기도 속에서 불안과 공포 40% , 괜찮을 거라는 생각 60% 정도로 전환된 것은 사실이었다. 신기한 경험이기도 했다.


사실 성경에서 사탄이라는 존재는 물리력을 상실하고 불안과 공포를 매개로 속이는 자 ... 라고 이야기 되고 있다. 영화에서 처럼 막 강제로 사람을 집어 던지고 , 날아다니게 하고 ... 뭐 이런 엑소시스트 같은 이미지가 아니라 사탄은 속이는 영 ... 거짓의 영 ... 즉 상황이 벌어졌을때 그 상황이 주는 공포에 눌려서 자신의 삶을 온전히 살아내지 못하게 만드는 그런 존재라고 한다.


예를 들면 시험을 망쳤으니 내 인생은 이젠 살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 같은거다. 사실 우리네들 모두는 거의 학교 다닐때 시험 망쳐본 일은 다 있다. 그리고 돌아보면 그 시험한번 망친게 인생에 커다란 결격사유는 안된다. 헌데 사탄은 그렇게 낙망하고 멘붕온 상황에서 속이는 형태로 삶을 낙담하고 포기하게 만드는 것이다. '시험을 망쳤으니 나는 살 필요가 없다' 라고 ... 보면 그 상황만 잘 넘기면 되는 것인데 , 그렇게 낙담하고 정말 삶의 이유와 근거가 다 사라진듯한 순간이 닥쳤을때 ... 그 순간을 넘기지 못해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서 마음이 아프다.


물론 당사자들 입장에서는 정말 힘들거다. 필자도 그 마음 모르지 않는다. 필자도 그런 경험들 꽤 있다. 정말 사는것 보다 죽는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보기에 충분한 경험 필자도 꽤 했다고 자부한다. 그 순간만 어떻게든 넘기면 된다. 게임을 하건 , 운동을 하건 , 아니면 만화책을 보건 ... 애니를 몇 테라 분량을 쌓아놓고 줄창 보건 그 순간만 넘기면 된다.... 그러면서 두려움과 공포를 몰아낼 수 있는 것으로 자신을 채워 넣으면 된다. 필자는 그 두려움과 공포를 몰아내는 것이 '기도'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것을 추천하는 사람이고 ...


그렇게 묘하게 ... 공포가 밀려가고 두려움이 밀려가고 ( 아직 완전히 밀려간 건 아니고 ) ... 나름 괜찮을 것 같기도 하다는 마음이 묘하게 들고 있는 동안 119 차량은 병원 응급실에 도착했다. 나름 응급환자였기 때문에 꽤 일찍 의사가 배정되고 치료를 받게 되었다. 물론 대기하는 동안에 알콜을 손등에 거의 두병을 쏟아 붇고 ... 빨간 소독약을 한 통을 다 쓸 정도의 긴급한 소독 작업은 한 상황이었지. 응급실에 들어가서 손등을 드러내고는 의사를 기다리면서 불안 6 : 희망 4 정도로 전세는 역전 된 것 같았다. 간호사 선생님의 눈치로 보아 그다지 흔하게 오는 환자는 아니구나 ... 하는 기운을 느꼈거든.


성형외과의 선생님이 들어오고 ... 뭐에 다쳤냐 ... 어쩌다 다쳤냐 ... 이런 저런 걸 물어보고 답하는 시간이 이어졌고 ... 그 동안에 나는 뭐 상처 부위를 쳐다보지도 못했다. ( 자기 손의 뼈가 보이는 상황이라고 상상해 봐라. 그거 똑바로 보기가 어디 쉽겠남 ) ... 헌데 의사선생님은 지금 자기 상처 보고 확인해야 한다고 하시더라.


"톱날이 들어가면서 지금 피부가 많이 날아가 버린 상황이예요. 그리고 피부가 날아가면서 끝이 전부다 들려 버렸어요. 톱날이 회전하면서 피부를 들어내 버려서 이 쪽이 붙을지 안 붙을지는 상황을 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절반은 꿰멜 수 있을 것 같은데 ... 그것도 피부를 당겨서 꿰매야 하니까 터지지 않게 조심해 주셔야 하고요. 당분간은 붕대를 감아서 손을 고정시키고 지내도록 해야 할 것 같으니 관리 조심해 주셔야 합니다..."


이런 얘기를 들었다. 뭐 당연하다면 당연한 얘기다. 톱날이 칼 처럼 예리하고 얇은 날이 아니라서 꿰메기 쉽지 않을 거라는 건 상식적인 얘기다. 최소한 3미리 이상은 날아갔고 그 만큼을 당겨서 꿰매야 하고 ... 톱날이 회전하면서 파고들고 - 퍼올리고 ... 하는 과정에서 피부는 많이 들려 버릴 터이고 ... 그 만큼 피부가 갈기갈기 찢어져 있는 상황은 이미 내 눈으로 확인은 했으니까 ...


"해서 지금 들려버리고 갈기갈기 찢긴 부분은 제거해야 하고 ... 꿰 맬수 있는데는 꿰 메어 보고요. 나머지는 이후 치료를 받으면서 상황 보면서 처치하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을 것 같아요"


'.... 가만 그러면 지금 곧바로 수술실로 직행해서 수술해야 하는 상황은 아니라는 얘긴가?' 하는 생각이 머리속에 번득였다. 해서 물어봤지. "선생님 그러면 지금 앞으로 손가락 움직이고 하는 데는 이상은 없을것 같겠습니까?"


"앞으로 치료상황을 봐야겠지만 지금 피부 아래에 근육이 조금 긁힌 부분은 있지만 주요한 혈관이나 힘줄 , 인대 , 신경 이런 곳은 정말 천만다행하게도 아무 이상 없네요. 조금만 더 깊게 날이 들어갔으면 큰일 날 뻔 했는데 이만하기를 정말 다행입니다. 그리고 피부가 손상된 영역이 조금 큰데 피부이식을 해야할른지 , 아니면 그냥 살로 채워질른지는 지금 상황에서 단정하기는 어려울 것 같으니 성형외과 외래를 잡고 진료 받으면서 결정하시는 게 나을 것 같네요"

뭐 이정도면 나는 하나님 감사합니다... 할렐루야... 지 뭐. 지금 손등에 흉터가 남는게 문제겠는감. 손가락이 무사하게 붙어서 쓸 수 있게 된 것 만으로도 나는 정말 감사에 감사를 해도 모라랄 판이었다. 119를 타고 오면서 내 마음속에 들어왔던 나를 안심시키는 듯한 느낌이 다시금 생각나게 되는 순간이었다.


아울러 정말 6000RPM 짜리 전동공구가 튀어올라서 손등을 직격하기까지 정말 0.1초도 안되는 순간 ... 인간의 노력과 조심으로는 정말 피할 수 없는 순간에 칼날이 조금만 더 손등에 수직각도에 까깝게 박히었어도 혈관 인대 힘줄 신경 다 날아갈 판이었는데 ... 이렇게 손가락이 보전되게 해 주신것이 마치 하나님이 천사를 통해서 지켜주시도록 해 준 것만 같아서 ( 착각이어도 좋다 ... 당시로는 정말 그런 생각이 들었다 ) 하나님께 정말 마음 속으로 무한 감사를 드릴 수 밖에 없었다 ...

해서 꿰 맬 수 있는데 까지 꿰 매고 ... 들여서 재생 불가능할 듯한 피부는 제거 하고 ... 피부에 붙이는 패드 하나 붙이고 ... 그리고는 독한 항생제 주사 한방 ... 그리고 파상풍 주사 한방 맞고 응급실을 나섰다.


( 대한민국 의료제도는 정말 좋다. 그 난리 상황이 일단 수습되는데 10만 몇천원 정도로 되었으니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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