꿰멜 거 다 꿰매고 ... 그리고 주사 큰걸로 두방 맞고 ... 응급실을 나섰다. 그리고 응급실 밖에서 누나와 조카를 만났다. 이야기를 좀 건너 뛰었는데 근처에 누님이 살고 있다. 그리고 마침 조카도 집에 있었던 터인데 , 119 타고 응급실에 도착해서 혹시라도 수술을 하거나 , 입원을 해야 하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을 것 같아서 보호자가 필요할듯 했었다.
헌데 우리 누님이 조금 바쁘시다. 집에 잘 없다. 그래도 누님 밖에는 연락할 곳이 마땅치 않아서 카톡을 남겼다. '지금 XX병원 응급실에 다쳐서 와 있는데 와 줄 수 있어?' 라고 ... 아마도 지금 밖에 멀리 나가 있어서 못간다는 답이 올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왠걸 ... 집에 있다는 거다. 대번에 답장이 왔다. '지금 간다. 기둘러'
신기했다. 10일이면 그 중의 8-9일은 집에 없는 사람인데 왠일로 집에 다 있데?...
응급실에 나와 보니 조카가 와 있었다. 이 조카도 집에 잘 없고 여기 저기 쏘다니는 타입인데 오늘 마침 집에 있었어서 삼촌 본다고 같이 나왔단다. 헌데 말이다 희한한게 손가락이 멀쩡해서 그런것 같기도 하지만 ... 그걸 감안하더라도 너무 너무 그 때에는 걱정은 하나도 안되고 정말 기쁨으로 충만했었더라는 거다.
그렇게 얕게 다친 것은 아니었다. 사진을 지금 첨부하기는 좀 그렇긴 한데 ... 엄지와 검지쪽 손등부위에 엄지손가락 크기 정도가 상처를 입었고 그 상처부위의 60%는 피부가 없이 근육이 그냥 노출되어진 상황이었다. 손에는 당연히 힘도 못주고 ... 손가락 끝을 까딱까딱 할 수 있는 정도?... 아픈거야 뭐 아픈거고 ... 사실 그렇게 기쁨에 충만할 이유는 '정말 손가락을 잃는 일은 면했다...' 라는 사실 정도인데 지금 생각해도 과할 정도로 기쁨에 충만했더라는 거다.
누나가 차를 대고서 올라왔다. 손에 붕대를 감고 희희낙낙하는 나를 보더니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으로 막 울어버릴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 뭐 어쩌겠남 ... 가서 꼭 안아주고는 '의사 선생님이 손가락 혈관 인대 힘줄 다 괜찮대 ... 괜찮으니까 걱정 안해도 되. 괜찮아 괜찮아' 라고 얘기하면서 토닥 토닥 해 주었지 뭐.
그러고 보니 내가 맨발에 수면바지 차림으로 여지껏 있었던거다. 사실 손을 다쳐서 옷을 갈아입을 수도 없었고 ... 그럴 정신도 없었지. 해서 오늘 점심은 좀 맛있는 거 사달라고 누나를 졸랐다. 해서 갈비탕 먹으러 갔고 ... 거기에서 오늘의 무용담을 열심히 늘어 놓았지.
"정말 운이 좋아도 이렇게 운이 좋을 수는 없을 정도야. 만일 손에 톱날이 조금만 더 깊은 각도로 들어갔어도 내 손은 정말 앞으로 삶이 걱정되는 상황에 쳐했을 터이고 ... 지금 아마도 수술대에 올라가서 이걸 어떻게 하나 ... 하는 고민거리를 의사선생이 하고 있었겠지 ... 만일 톱날이 조금 더 왼쪽으로 가서 박혔더라도 그곳은 거의 살이 없는 곳이니 피부나 뼈를 직격했을 것이고 ... 조금 더 위로 갔다면 검지의 관절을 부쉈을 것이고 ... 조금 더 아래를 찍었더라면 거기는 손목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혔을 것이고 ... 다친건 다친거지만 이렇게 운이 좋게 다친건 정말 나는 하나님이 그 순간을 돌보셨다고 밖에는 얘기 할 수 없을 것 같아..."
누나도 신앙이 있는 사람이다. 조카도 그러하고 ... 그러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 앞으로 생활이 얼마나 불편할른지 ... 그리고 어떻게 앞으로의 치료를 해 나갈른지 등등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헌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날의 정말 오버스러울 정도의 기쁨충만은 ... 단순히 운이 좋았던 것만을 의미한 것 같지는 않았던 것 같다. 벌어진 상황이야 벌어진 건데 ... 그 상황을 이길 힘이 내 안에서 솟았던 것 같다. 그것은 누구는 아마도 아드레날린 이라고 이야기 할 수도 있을 것이고 , 그 누군가는 하나님이 영적인 힘을 주셔서 그 상황을 이기게 해 주셨다고 할 수 있을수도 있을 것이다.
하나님은 인간의 자유의지를 매우 중요하게 여기신다. 해서 인간이 스스로 자신이 일을 만들고 벌이는 것을 가급적 자유롭게 하시려고 하고 , 일거수 일투족을 일일히 통제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으시는 듯 하다. 해서 그 때문에 인간이 자신의 욕심대로 이런 저런 일을 벌이다가 다른 인간을 해치거나 , 또한 하나님의 뜻을 거스리는 일을 벌이기도 하는 ... 뭐 그런 이미지가 성경의 창세기를 읽으면 느껴진다.
사실 인간이 벌이는 일은 ... 그 결과가 좋은 경우도 있지만 나쁜 경우도 많다. 필자의 그 때 시간처럼 정말 '사고가 날 수 있다면 사고는 일어날 수 있는' 그런 경우도 있지 ... 하지만 필자의 경우도 지금까지의 삶을 돌아 보면 정말 '그 때 조금만 삐끗 했어도 그 순간에 내 인생이 홀라당 다 날아가 버릴 뻔 했는데 ... 정말 그 때 그 일을 피하게 된 것은 천운이었어' 라고 느낄 만한 순간이 여럿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순간들 중에 이 날의 톱날 손등 직격 사건이 추가되었던 것이고 ...
일어날 일은 일어나지만 ... 하나님은 그 일어난 후의 경우에도 , 일어나는 그 순간에도 면밀하게 동행하고 계신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이 아마도 손가락이 멀쩡해서였다고 생각은 한다. 만일 필자가 손가락을 잃어버리는 일이 벌어졌다거나 ... 영원히 장애가 남는 불행한 결과를 통보 받았다고 한다면 필자는 아마도 그 순간에 끝없이 끝없이 절망하고 있었겠지. 그리고 하나님을 원망하고 있었을 것 같기도 하디...
아마도 이런 얘기를 하면서 말이다. "하나님 제가 그렇게 다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으셨으면서도 그걸 그냥 내버려 두셨다는 것인가요? 하나님이 정말 선하신가요? 하나님이 정말 전능하신가요? 전능하셨는데 내 버려 두셨다면 당신은 선한것이 아니고 , 선하시지만 내버려 둘 수 밖에 없었다면 당신은 무능하신 것 아닌가요?" ...
솔직히 여기에 대한 답은 필자는 모르겠다. 인간에게 왜 고통과 고난과 사고와 역경이 존재하는지 ... 이해가 되는 부분도 있고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도 있다. 그리고 그것은 아마도 필자가 죽는 순간까지도 이해가 될 것 같지 않다. 그리고 나 뿐 아니라 나보다 더 식견이 깊고 공부를 많이한 사람들도 그것에 대해서 명확하게 대답을 할 수 있는 것 같지는 않다.
그러기에 인간은 자신들의 고난에 대해서 '되어진 상황을 바꾸어 달라고' 기도하기도 한다. 그리고 '상황을 바꿀 수 없다면 버티어 낼 수 있는 힘을 달라고' 기도하기도 한다. 이 두 기도는 인간이 고난에 대해서 할 수 있는 대표적인 유형의 기도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 헌데 필자의 경우에도 이런 유형들의 기도를 해 봤지만 ... 마치 벽에 부딛친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도 있었다. 헌데 또 반면에 정말 기쁨으로 충만해져서 현재 내 앞에 벌어지는 상황을 이겨 낼 수 있는 마음으로 가득찬 느낌을 받을 때도 있었다.
점심을 먹고 집에 돌아와서 아수라장이 된 집을 보면서 그렇게 기도했다. 지금 되어진 상황에 깊이 감사를 드렸다. 그나마 이렇게 멈추게 해 주시고 손을 살려 주셔서 그나마 남은 인생동안에 무기력하게 한숨을 짓는 일이 벌어지지 않았다는 것에 대해서 안도하는 내용의 기도를 드렸다
( 솔직히 몸에 커다란 손상을 입은 분들에게는 죄송한 기도라는 것을 인정한다. 하지만 당시에는 남들의 사정이나 남들의 상황은 내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그저 내 손가락이 멀쩡하다는 것이 당시의 내 모든 관심을 차지하고 있었으니까 ... 혹시 이 글을 읽는 분 들 중에 회복 불가능한 상해를 입고 절망을 경험하고 있는 분이 계시다면 마음을 어지럽혀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아울러 필자와 동행하셨던 하나님이 꼭 반드시 동행하셔서 절망을 이겨 낼 힘을 주시기를 바란다. )
그리고 앞으로 언제 끝날지 모르겠지만 치료의 과정을 밟게 되는 데 있어서 , 적절한 의사 선생님을 만날 수 있는 , 그리고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축복이 있었으면 하는 기도 ... 그리고 가능한 한 수술과 입원 없이 통원정도로 마무리 될 수 있었으면 하는 기도 ... 그리고 손이 메롱이 되어버려서 많은 일들이 당분간 불가능 하게 될 터인데 , 그 시간들을 나름 충만하게 보낼 수 있는 복이 있기를 바라는 기도 ...
그런 저런 기도들을 드렸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렇게 해서 사고가 난 그날의 일은 그럭저럭 마무리가 되었다. 그리고 그 이후의 일들이 시작되었다. 일단은 그 날 저녁부터 열심히 고기를 구워 먹었고 ( 상처를 재생하는 데 있어서 단백질은 필수이다. ) 또한 성경공부 관련 동영상을 찾아서 열심히 틀어놓고 듣고 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