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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늑대 Feb 27. 2017

특별한 재능과 평범한 재능이 공존함은 아름답다구

이전글에서 "재능이 없는 애들은 어떻게 해도 안되니까 걔들까지 괴롭히고 강요하듯이 코딩 시키는 거에는 반대한다" 라는 이야기를 했다.


그러면 이런 질문이 아마 나올거다. "재능이 있는 애들은 코딩 하고 싶으면 시키고... 없는 애들이야 당연히 강요하거나 시키면 곤란하고... 그럼 고만고만한 평범한 재능을 가진 아이들은 어떻게 하면 되나요?" 라는 질문 말이다.


뭐 너무 간단하게 답을 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애들은 어떻게 하더라도 다 자기 마음가는대로 하면 되는 거 아닐까요? 다만 제대로 된 공부방법으로 제대로 된 내용을 배우면 되는거죠" 라고 말이다.


사실 필자는 평범한 재능을 가진 아이들을 가르칠때 가장 보람을 느끼고 또한 재미있다. 그리고 그런 아이들이 자신의 잠재력을 터트리면서 수 많은 스토리를 만들어 주었고, 그것은 필자의 기억에 아직도 생생하게 박혀 있다.


어떤 아이는 어느날 갑자기 안되던 코딩이 되기 시작하면서 그낭 엉엉 울었다... 그동안 그렇게 이게 안되어서 마음고생을 했는데 이게 어느날 갑자기 되는거다... 라는 사실에 그동안의 고생했던 기억들이 터지면서 그냥 엉엉... 해서 교실의 모두가 오가면서 토닥토닥 해 주고 필자도 캔 커피 하나 빼서 같이 이야기 해 주었던 기억도 난다.


사실 가장 귀한 재능들이 이런 평범한 재능들이다. 세상은 천재가 이끌어간다고? 천만의 말씀. 세상은 이런 평범한 재능을 가진 사람들에 의해서 움직인다. 거기에 따뜻한 마음까지 담겨 있으면 금상첨화고.... 천재가 끌어가고 범재들은 끌려간다... 이런 건 아니다.


예전에 핀란드 교육의 경쟁력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굉장히 감명깊게 본 적이 있는데 ( 정말 추천한다. 감동의 연속이었다 ) 거기서 교육부의 고위직 공무원이 이런 이야기를 하는게 가슴을 때렸다. "우리는 한 사람의 재능도 소중합니다." 라고


헌데 우리나라는 어떤가? 뛰어나지 않으면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는 삐뚤어진 가치관으로 살아가고, 아이들을 가르치는 문화가 가득차 있지 않은가? 남들보다 잘나야만 칭찬을 받고 , 남들 위에 서야만 가슴을 펼 수 있는 그런 천박한 사회에서 살고 있는것을 느낀다면 좀 고쳐들 볼 생각도 하고 살았으면 좋겠다.


사실 평범한 재능을 가진 아이들의 성장을 보면 신비롭다. 사람은 영물이라는 것이 느껴진다. 거기에 비해서 재능을 타고 난 아이들은 좀 징그럽다 ㅎㅎ


흔히... 선생들은 뛰어난 재능을 가진 아이들에게 역량을 퍼부어서 "아 걔는 내가 키웠어" 이런 얘기를 하고 싶어하는 경향들이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고등학교에서 서울대 몇명 보냈느냐로 명문고를 판가름하는 그릇된 문화도 거기에 크게 거들고 있다.


하지만 필자는 그렇게 생각 안한다. 절대로! 사실 재능을 타고 난 아이들은 함부로 건드리면 안된다. 걔들은 그냥 내비려 둬야 한다. 함부로 손 대다간 보물을 망가트려 버린다. 좋은 선생은 훌륭한 재능을 키워내는 선생이 아니라 훌륭한 재능을 망치지 않는 선생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필자가 17년 취업교육쪽에 있으면서 정말 재능을 타고났구나... 싶은 아이들은 1-2% 정도도 안된다. 딱하니 기억나는 애들도 한 5-6명 정도 밖에 안된다. 그리고 그 아이들은 솔직히 필자보다 나았다. ㅎㅎ


그리고 ... 그렇게 타고난 재능을 가지고 있는 아이와 평범한 재능을 가지고 있는 아이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필자의 교실에서는 매우 중요하다. 그들을 경쟁이 아닌 화합과 존중의 관계로 만들어 주는 건 선생의 역할이다 ( 헌데 꼭 그들을 적대관계로 경쟁관계로 만들고 싶어 하는 어른들이 존재하는데, 필자는 반대다 반대. 결사 반대 )


지금도 기억나는 한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는 필가가 강의하는 교육과정 수료후에 중견 IT기업에 입사해서 굉장히 빠르게 승진해서 입사한지 5년만에 부장자리까지 올랐다.


어느날 그 친구에게서 연락이 와서 "선생님 저희 회사에서 이번에 신입사원을 뽑는데 선생님에게 배운 사람들을 면접 보고 싶습니다. 몇명 좀 추천 해 주십시오" 하고 연락이 왔던 적이 있다. 그 친구의 이름을 둘리라고 해 보고 대화내용을 옮겨보겠다.


"어 둘리야 잘 있었나? ㅎㅎ 안그래도 곱단이 통해서 네 얘기 가끔 들었다. 그 회사에서 나름 날라다닌다면서?"


"아닙니다 ㅎㅎ 선생님에게 잘 배운 덕분입니다. 아직도 선생님에게 배운것들 기억나고요. 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야 야... 우리 솔직히 까놓고 얘기하자. 네가 나한테 배우긴 뭘 배웠냐? 솔직히 네가 알아서 컸지. 지금와서 얘기지만 나 너 망가뜨리지 않으려고 그때는 정말 고민 좀 했었다. 너 내가 불러다 놓고 '네가 나보다 재능이 많으니까 내 페이스에 말리리 말고 네 코딩을 네가 만들어라. 난 망가지지 않는 수준에서만 거들어 줄테니까' 했던거 기억나냐?"


....


사실 그 친구를 가르칠 때 좀 놀랐었다. 필자가 본 최고의 재능을 가지고 있었던 친구인데 가방끈은 좀 짧았다. ( 꼭 가방끈이 길고 좋은 대학을 가야지만 재능을 가지고 있는 우수한 사람이 아니다. ) 헌데... 이 친구는 '이 코딩이 계속해서 발전해서 어떤 모양을 만들어 낼 것인지...' 까지를 훤히 보고 - 즉 완성되어질 결과물을 꿰뚫어보고 - 침착하게 지금 한 줄 한 줄을 만들어 나가는 능력이 정말 탁월했다. 이건 타고난 직관이 아니면 불가능할 만한 일이었다.


보통은 필자는 수업에 아이들이 집중하기를 바라기에 필자의 교육기간 중에는 절대로 "사교육 금지. 네이버 지식인도 이용하지 말것. 오직 수업시간에 이야기되는 내용만 집중할 것. 적어도 나하고 있는 동안에는 수업에만 집중 또 집중" 을 로컬 룰로 하고 있다. 사실 평범한 재능을 가진 아이들에게는 그게 필요하다. 그네들에게 불안하고 흔들릴 틈을 주지 않고 "자기 코딩을 만들어 내는 능력"을 키워 주어야 하기 때문에 그러하기도 하고...


헌데 이 녀석은 그냥 ... 자기 코딩을 하는거다. 자기 나름대로의 논리를 풀어가는데 그게 코드로 거의 위화감 없이 옮겨지는거다. 한마디로 컴퓨터의 동작원리를 본능적으로 깨우치고 있다고 할까? 자기 멋대로 하는 것 같아도 그게 다 돌아간다. 그것도 깔끔하고 깨끗하게...


'이 녀석은 타고났다... ' 싶었다. 해서 반에서 인정을 아예 해 줬다. "야 내가 솔직히 인정하는데, 둘리 저녀석 재능은 나보다 위다. 저녀석은 타고 났어. 그러니까 너희들 저 녀석하고 경쟁할 생각일랑 하지 말라고들. 저 녀석 짜는 코드 보고 따라하려고 하지도 마. 너희들 폼 버려 ㅎㅎ" ( 이건 진심이다. 천재 따라가려고 하면 자기만 손해다. 그냥 인정해 주면 편하다 )


"이승엽이 이승엽 폼으로 치니까 잘하는거지 너희들이 이승엽 폼 따라한다고 해서 절대 이승엽 안된다. ㅎ 그러니까 너희들은 일단 너희들 폼부터 만들고 나서 그 다음에 이승엽 폼을 보고 배우는거지 다짜고짜 따라하면 나한테 한 소리 들을거다. 알았나?"


물론 저런 이야기를 하기 전에 둘리를 따로 불렀다. 해서 이런 이야기를 해 주었다.


"둘리야 솔직히 내가 얘기할께. 너 정말 코딩에 재능이 있어. 내가 본 중에도 특출나게. 네가 직관적으로 어떻게 코딩을 해야 할지 방향을 찾아가고 그걸 하나 하나 만드는 거 보면 너는 인정 안해도 이미 어떻게 해야 할지를 알고 있는 사람처럼 보인단 말이지. 나도 그런 재능 없어."


" 나도 짜다보면 '이런 부분은 생각 못했는데...' 하면서 수두룩하게 고치고,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은 보통 다 그래. 그래서 같은 코드를 두 세번씩 고치고 또 고치고 다시짜고 하지. 헌데  네가 짜는걸 유심히 봤는데... 너는 무슨 냄새를 맡는지 마치 미래에 벌어질 결과를 다 훤히 보고는 그걸 차례차례 옮기는 것 같아. 마치 한 3-4번은 갈아엎고 짜야 가능할 일을 단 한번에 해내고 있는것 같단 말이지"


이런 이야기를 해 주니 이 녀석도 놀란 표정을 짓는다. 아직도 기억난다. ㅎㅎ 사실 이 친구도 자기가 그렇게 중고등학교 시절 성적이 좋지만은 않았어도 자신이 타고난 두뇌가 있다는게 얼떨떨 했나보다.


"해서 말인데, 나 이제 너한테 이래라 저래라 안그럴께. 아마 수업시간에 이렇게 생각해야 한다... 저렇게 접근해야 한다... 이런 얘기 수두룩하게 나올텐데, 그건 자신이 어떻게 짜야할지 길을 찾기위해 방황하는 애들에게나 하는 얘기지 솔직히 너는 거기에 귀 기울일 필요 없어. 수업시간에 내가 하는 얘기 중에 네 스타일과 안맞는 부분 있으면 그냥 다 무시해, 무시하고 네 스타일대로 가. 오케이?"


"다만 내가 하나 부탁하자. 아마도 다른 아이들이 동요가 있을거라고 생각해. 자신들의 능력에 비해 뛰어난 사람들을 보면서 초조해 하면서 경쟁심을 불태우는 아이들이 있으면 솔직히 그건 무의미 할 뿐더러 경쟁이 되지도 않아. 나도 보면 그렇더라고 타고 난 녀석하고 경쟁하는건 미련한 일이니까 말이지"


"그러니까... 나도 애들에게 이야기 해 놓을테니까 애들이 네 코드를 보고 페이스 흔들리지 않게 애들에게 네 스타일로 짠 코드는 가급적 보여주지 마라. 애들 폼 망가진다 ㅎㅎ 너만 할 수 있는 폼이라면 괜히 가르쳐 줄 필요 없어. 오케이?"


"대신 내가 종종들러서 네 코드 체크하고, 너도 질문거리 있으면 반드시 와서 질문해라. 네 스타일대로 짜는거지만 그게 과도하게 되는 경우에 '회사 같은곳에서 일할때 같이 일하기 힘든 코드를 만드는'일을 만들 위험성이 있다고도 생각해. 자신의 스타일이 지나치게 강한 사람은 타인이 만든 코드와 섞이기 힘든일을 만들 수 있으니까 말이지. 내가 그런 부분은 체크해 줄테니 말야. ㅎㅎ 솔직히 내가 재능은 너한테 딸리는 거 인정하지만 경험은 너보다 수백배 많다. 그건 존중해라 ㅎ 무슨 얘긴지 알아 들었지?"


이렇게 이야기 했던 기억이 있다.


물론 천재적인 소질을 가진 아이들을 만나서 그들을 키우고 거기에 숟가락 하나 더 얹어서 자기도 덩달아 유명세좀 타 보고 싶고 ... ( 마치 올림픽에서 금메달 따면 그 가족까지 다 방송출연하는 분위기? ㅎㅎ ) 그런거 이제 좀 촌스럽다고 생각할 때도 되지 않았나? 필자는 그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천재들은 의외로 정교하다. 망가지기도 쉽다. 사실 사람 하나 키우는 건 수십년 시간이 걸릴 수 있는 일이지만 망가뜨리는 건 석달이면 충분하다. 그렇게 망가지는 사람들 여럿보았다.


나는 신이 사람들에게 다양한 재능을 주신것에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재능들은 조화롭게 공존하면서 오히려 세상은 더 풍요롭게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시기하고 경쟁하고 밟고 밟히는 관계가 아니라 천재와 범재가 공존하는 세상 말이다.


천재와 범재가 공존하는 교실은 그래서 아름다운 거다. 범재들이 천재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를 명확하게 하고 경쟁의식을 버리고 자신의 코드를 작성할 수 있도록 선생님은 신경을 써 줘야 한다. ( 단순하게 책만 보고 진도만 나간다고 다 선생이 아니다!! )


그렇게 천재와 범재들이 아름답게 공존하게 되면 거기서 시너지가 나온다. 그리고 천재들도 범재들에게 배우고 어울리는 것이 당연한 교실이 만들어지게 된다. 억지로 평준화 시키지 마라. 자신의 재능을 인정하고 타인의 재능을 인정하라. 그리고 존중하라. 거기에서 제대로 된 교실은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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