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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늑대 Feb 08. 2017

코딩을 논하려면 코딩 좀 해 보든지!

필자는 "코딩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초심자인데요, 취업을 코딩으로 하고 싶습니다. 먹고 사는 프로그래밍으로 시작할 수 있을 정도로 배우려면 얼마나 걸릴까요?" 라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개인적으로는 "한 800시간 정도는 공부하고 배우시는 게 필요할 것 같습니다. 숙제하거나 자습하는 시간은 별도로 치고요" 라고 이야기 한다. 하루 8시간 밥만 먹고 거의 코딩에 관련해서 공부하고 연습하는 식으로 한다고 할때 한 20주 정도가 걸리는 셈이다. 일주일에 40시간이면 20주가 필요하니까 말이다.


사실 요즘 코딩교육의 열풍이 불고 있는데, 다들 학부모와 이야기 해 보면 그 정도의 시간을 쓸 생각은 엄두도 못내고 있다. 끽해야 1년에 32시간 정도? 쓸 생각을 하고 있는데... 그것도 띄엄띄엄 짬짬이 ( 사실 그렇게 띄엄띄엄 하다가는 전 시간에 공부한 거 다 까먹고 새로운 머리와 마음으로 다음 수업에 들어올텐데... ) 


헌데 그 32시간 만으로 어머님들의 마음은 이미 삼성을 넘어 구글에 취직하는 자녀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는 얘긴데... 또 보면 코딩 사교육 기관들은 마치 그게 가능할 것 처럼 학부모들을 유혹한다. 그게 문제다.


사실을 사실대로 있는 그대로 이야기 해 주면 싫어하고 귀에 달콤한 얘기만 듣기 좋아하고... 솔직히 거기에 조금 절망해서 하려고 하던 일을 접은 경험도 있다. 


어느 날 내가 800시간의 교육을 이야기하니까 이런 아이디어를 들려 주신 분이 있었다.


"800시간으로 취업이 가능할 수준으로 한 반에 30명을 돌린다면 ... 200시간씩 30명 수업을 4 타임을 돌리면 같은 돈으로 4배의 수료생을 만들어 낼 수 있는데, 거기서 교육과정을 최적화 해서 효율을 높이면 취업자의 30% 수준을 만들어 주게 되고, 그러면 기업에서 아르바이트 정도가 가능한 수준으로 만들어 질 것 같은데, 구지 그렇게 많은 시간과 기회비용을 지불해 가면서 취직을 시킬 수준을 만드니 아르바이트 정도 가능한 수준으로 많은 아이들을 가르치는 쪽이 훨씬 나은거 아냐?"


아주 진지하게 말씀을 해서 어디서 부터 어떻게 이야기를 해야 할 지를 몰랐었다... 이 생각을 내 경험을 가지고 바로잡으려면 한 2박 3일의 합숙 세미나가 필요한 게 아닌가... 그리고 이미 마음은 콩밭에 가 있는 사람들을 자신들이 경험한 것도 없는데 어떻게 설득을 해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들고...


사실 우리나라는 전문가의 얘기를 잘 듣지 않는다. 본인이 듣고 싶은 이야기를 들으려 한다. 특히 무언가 의사 결정을 내려야 하는 사람들이 그러한 성격을 갖는 경우가 많다. 본인이 제대로 된 지식과 경험을 가지고 깊이 있게 고민하면서 근거를 가지고 판단내리고 실행하고 거기에서 나오는 각종 문제에 합리적으로 대처하는 아주 상식적인 모습이 많아야 하는데... 엄마들은 "자녀에게 영재 교육을 시켜야 해요..." 라고 하면 그냥 넘어가고, 취업준비생들에게는 "이것만 배우면 인생성공에 고소득 보장..." 이라면 넘어가고, 공무원들에게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이러한 방향으로 정책이..." 라고 하면 귀를 열어준다.


필자는 이게 다 몰라서 그런거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모르기 때문에, 어떻게 판단을 내려야 할지 몰라서 방황하는 모습이라는 생각을 한다. 


해서 제안하나 한다.


자신이 프로그래밍에 관해 뭔가 결정해야 할 사안이 있다면 적어도 그 자리에는 프로그래밍을 경험한 사람이 있던지, 잘 이해가 안가면 본인이 프로그래밍을 공부하고 나서 중요한 정책을 결정하기를 권한다. 그냥 책상위에서 내지는 머리속 상상속에서 '이건 이럴거야' 라고 넘겨 짚고서, 그 상상속의 세계에 자기 자신을 주인공으로 꽃아 넣지 말고 그 주인공의 자리에 경험과 생각을 오랜 시간을 들여 축적해 온 전문가를 모실 생각을 해야 한다는 거다.


아마도 본인이 프로그래밍을 해 본다면 생각이 많이 바뀔거다. 경험한 사람만이 가지는 힘이 분명히 있다. 


그리고 명심하라. 본인의 인생은 본인이 직접 생각하고 판단하여 결정하지 않으면 당신에게 뭔가 이익을 얻어내려는 이익집단에 의해 당신의 삶은 휘둘리게 될 것이다.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기 위해 경험하고 또 공부하고 치열하게 토론하여야 한다. 그게 교도소 안 갈 정도의 사기가 난무하는 이 시대에 우리가 살 길이다...


자신이 직접 겪어보지 않고 그저 '다른 나라에서 한다고 하니 우리도 해야겠는데... 헌데 다른 과목의 수업시간을 줄이고 코딩을 넣자니 1년 32시간 정도가 끽해야 가능하고... 헌데 이걸로 조금 모자를 것 같으니 그냥 대학입시에 코딩을 집어넣으면 알아서 열심히 코딩을 할 테고... 전 고등학생이 대학입시를 위해 코딩을 열심히 공부하면 우리나라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선두 주자가 될 것이고... ' 이런 생각 하지 말고 말이다...


한번 해 보면 알거다.


코딩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라는 것을

자신이 생각하고 결정하고 그것에 대해 책임을 지고

스스로 만든 오류는 스스로 바로잡는 것이 코딩이라는 것을


코딩에는 소질이 필요하다는 걸

코딩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남들이 만든 걸 보고 베끼는 건 코딩이 아니라 타이핑이라는 걸


코딩을 공부를 해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깨달음이 쌓여야 가능하다는 걸


그러니 코딩을 해 보지 않은 자 함부로 코딩에 대해서 이렇다 저렇다 판단하기 이전에

전문가와 경험자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한 사람의 이야기만 듣고 팔랑거리지 말고

스스로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근거를 가지고 판단하여

거기에 대해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 스스로 책임질 수 있는 마음과 능력을 가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가 듣고 싶어하는 이야기가 들려오면 그 때가 정말 더 많이 생각해야 할 때다
내가 원하는 이게 정말 맞는건지. 근거에 적절함과 타당함이 있는건지...


가까이는 자녀들의 코딩을 가르쳐야 할지를 고민하는 부모들에서 부터

멀리는 국가의 코딩 교육정책을 관장하는 고위 공무원들 까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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