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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늑대 Mar 09. 2017

사람의 열정과 경험은 방법론과 기법으로 대체될 수 없다

"시스템을 잘 짜면 구지 경험많은 인재에 얽매일 필요가 없지 않을까? 연봉 적게주는 초짜들만 모아도 시스템만 잘 갖추어서 운영하면 얼마든지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텐데, 구지 말도 잘 듣지도 않고 자기 주장도 강한 베테랑들을 고용할 필요가 없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꽤 많이 있었다. 지금도 많이 존재하고 있다. 지금도 어떻게 해서든지 "업무 매뉴얼을 기가 막히게 잘 만들어서 그대로 운영하면 초보자들만으로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라는 시도를 하고 있는 곳은 꽤 있다. 그것만 전문으로 연구하는 학문도 있다 ( 산업공학 교육공학이 대표적이고  MBA 에서도 이런 영역에 관심이 많다 )


필자의 경험으로 보면 이러한 기법 또는 방법론은 "경험이 미천한 초보자들을 현장에 투입할때" 어느정도 유효하기도 하다. 예를 들어 식당에서 알바를 고용하여 서빙을 시키려고 할 때, 반드시 손님을 접대할때의 방법을 숙지시키고, 반드시 그대로만 행동하고 자의적으로 행동하지 않도록 교육시키는 것도 그러한 기법 또는 방법론에 해당하는데, 어느정도 효과를 본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론이 좀 과하게 사용되는 경우에는 "연봉도 많고, 말도 잘 듣지 않는 직원들 대신에 말 잘듣고 연봉도 적은 초짜들을 데리고 일해도 동일한 결과 또는 그 이상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라는 생각을 실제로 만들어 내기 위한 방법으로 사용되는 경우도 있다. 아니 꽤 많다.


필자가 일하는 교육현장 같은 경우에서의 예를 들어보면 "고참 & 베테랑 강사들 대신에 초짜 강사들을 고용하되, 그네들에게 교육 기법이나 교육 방법에 대한 매뉴얼을 주고 그대로 강의하게 하면 구지 고참 강사들에게 휘둘릴 필요도 없어지고, 또한 그 시스템 자체가 브랜드 파워가 되면서, 강사 한 둘이 빠져나가도 교육기관의 브랜드 파워는 계속 유지되는 형태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비유할 수 있을거다.


헌데 필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인간의 경험과 열정, 그리고 지혜는 방법론과 기법에 의해 대체되기 어려울거다" 라고 생각한다. ( 하지만 앞으로의 미래는 잘 모르겠다. 인공지능이라는 괴물이 있어서 이게 과연 어느정도까지 인간의 직관과 판단을 대신할 수 있을지를 가늠하기 어려워서 말이다.. )


필자는 "미숙하지만 저렴한 인력으로 유능하지만 비싼 인력을 대신하기 위한 노력"이 가장 정점을 찍었던 것이 식스시그마... 의 적극적인 도입이었다고 생각한다. 한때 대기업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던 이 식스시그마의 적극적인 도입은 현재는 많이 쇠퇴했고, 본고장인 미국에서 조차도 별 환영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 식스시그마의 적극적인 도입과 쇠퇴... 에서 꽤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미숙하고 저렴한 인력으로 유능하고 비싼 인력을 대신하려는 시도"에 대한 균형잡힌 해답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일단 식스시그마 라는 것이 어떤것인지 알아보고 넘어갈 필요가 있는데 , 1980년대 모토로라에 의해 개발되었고 1990년대 중반 제너럴 일렉트릭에 잭 웰치 회장이 도입하면서 발전시켰는데, 한마디로 인간의 행동을 연구하여 불량율을 최소화 시키겠다... 라는 기법 되시겠다.


문제를 파악하는데 통계와 숫자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고객의 요구조건을 체계적으로 파악하고, 생산에서의 불량율을 최소한으로 가져가기 위해서 "무엇을 파악해야 하고, 통계를 적극적으로 도입하여 숫자로 파악가능한 자료를 생성하고, 직원의 업무를 적극적으로 시스템에 맞춘 형태로 재설계하는" 등의 기법을 제시한 것이 식스시그마라고 보면 된다.


정말 한때는 국내의 대기업들이 이 식스시그마를 정말 적극적으로 도입되었고, 당시 인기있던 MBA ( 경영대학원 ) 출신들이 이를 주도했다. 해서 대기업을 중심으로 해서 많은 기업들이 기업의 업무 자체를 이 식스시그마에서 이야기하는 형태로 재 설계하고, 전 직원이 관련 지식을 습득하고 사내자격을 획득하도록 교육을 실시하는 등... "이 식스시그마로 회사 자체를 완전히 재 설계하는 것이 선진 기법"이라는 주장이 매우 강하게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지금은? 식스시그마의 영향력은  그때의 열풍에 비하면 거의 미약한 수준으로 떨어졌다. 거의 현장에서 외면받고 쓰이지 않게 되었다고 볼 수 있을 정도이다. 필자는 경영학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적어도 이 식스시그마의 도입과 실패의 과정을 잘 짚어 본다면 앞으로의 삶에 있어서의 커다란 지혜를 얻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필자는 이 식스시그마의 실패에서 "저렴하고 미숙한 직원에게 좋은 매뉴얼과 시스템을 제공한다고 해서 그들이 곧바로 유능하고 경험많은 직원을 대체 할 수 없다" 라는 판단을 내렸다. 인간이 시간과 경험, 그리고 시행착오등을 통해서 습득한 지혜는 쉽게 매뉴얼화 수식화 시킬 수 없는 복잡한 산물이고, 시스템에 흡수하기는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물론 어느정도 식스시그마가 유효한 효과를 얻은 부분도 있다.  생산공정관리에 도입된 식스시그마 기법을 1세대 식스시그마라고 하는데, 주로 공장에서 생산되는 물품에서 불량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이 1세대 식스시그마는 나름 훌륭한 성과를 얻었다. 특히 미국 GE 사에 도입되어서 커다란 성과를 얻었고, 그 덕에 식스시그마를 미국의 MBA 에서 연구 발전시키고, 거기서 배운 우리나라의 유학파들이 국내에 적극 도입하게 된 배경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 이후 금융분야에 적용하기 위해 개발된 2세대 식스시그마는 그다지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 이후에 발표된 3세대 식스시그마 같은 경우에는 제대로 된 성과를 거의 내지 못했다는 평을 받았다. 


그 이후 식스시그마의 선구자 역할을 했던 GE 조차도 그 한계를 인정하고 공장에서 발생하는 불량률을 줄이기 위한 용도로 대폭 역할을 축소하였다. 한마디로 식스시그마는 한때 "선진경영기법의 대명사"처럼 우리나라에 들어왔지만 실은 그 기법은 본고장인 미국에서 조차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하고 폐기수순으로 접어들게 되었다는 얘기... 


예를 들어서 교실에 식스시그마와 유사한 형태의 기법을 적용한다고 하면 이러한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 과목은 몇시간 동안 어느정도의 진도를 나가야 하는데 그 동안에 시험은 몇번 치루어져야 하고, 단원은 어떤 기준으로 나누어져야 하고, 시험의 결과를 통해 원인을 분석하고, 시험에 통과하지 못한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각종 통계자료를 이용하고... 등등의 원칙을 만들고 적용한 경우라고 생각할 수 있다.


거기에 더해서 처음 수강생의 선발 과정에서 선수학습에 대한 점검, 그리고 선수지식에 대한 평가 등 각종 사항에 대해서 통계적으로 수식화 한 데이터에 근거하여 교육에서 발생하는 불량율을 최소화 시킨다... 라는 이야기에 비유할 수 있다.


여기에 아주 커다란 기대를 가지고 있는 분들도 계신줄 안다. 주로 교육공학 전공한 분들이 여기에 대해 큰 기대를 걸고 있는데 실은 필자는 "아니 그냥 좋은 선생님 붙여서 잘 가르치면 되지 저렇게 교실을 옭아매 버리면 될 것도 안된다." 라는 쪽이다.


"차라리 저거 신경쓸 시간에 좋은 선생님을 찾아서 발굴하고 기회를 부여하면서 키워나가는 게 훨씬 낫겠다" 이게 필자의 주장이고 실제 경험이기도 하다.


필자의 경우는 실제 같은 과목을 가르치더라도 똑 같이 두번 가르친 적이 한번도 없다. 가르치는 대상이 다르다면 똑 같이 가르치는 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어떤 반의 분위기는 새로운 것에 대해 호기심이 충만하지만 어떤 반의 분위기는 그렇지 않기도 하다. 그리고 강의를 진행하다 보면 어떤 반은 시험을 반기는 분위기지만 어떤 반은 시험 성적에 지나치게 신경쓰고 '자신이 바닥을 치거나 탈락하게 될 까봐서' 전전긍긍하며 오히려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사람이기에 달라질 수 있는 분위기"를 무시하고, 사람이기에 느낄 수 있는 감정을 무시하고 그냥 내가 강의하고 싶은대로만 강의한다? 그건 일주일짜리 단기간의 교육에서는 가능 할 수 있겠지만 그 이상의 시간을 배우는 과정에서는 절대 피해야 할 일이다. 


사람이 사람의 사정을 무시하고 자기 멋대로 굴면서 어떻게 가르침과 배움의 접점을 찾을 수 있나? 가르치는 거 따로 배우는 거 따로 놀게 될 것이 뻔하다. 


그리고 통계 자체도 솔직히 100% 믿을 수 없다. 시험문제가 어떻게 출제 되었느냐에 따라서 시험점수는 차이가 난다. 그리고 강의 기법과 시험문제의 궁합이 있어서 어떤 선생님에게 배우면 실력은 늘었는데 시험점수는 안나오고, 어떤 선생님은 실력은 그닥인데 시험점수는 잘나오는 경우가 비일비재 하다. 한마디로 시험을 잘보기 위해 가르치게 되면 실력은 오히려 떨어지는 게 자연스러운 일도 벌어지기도 한다.


해서 교육을 기획하거나, 자녀에게 프로그래밍 또는 다른것을 가르치고자 하는 분들에게 필자는 "교육의 브랜드 보다 좋은 선생을 발굴하는데" 노력을 기울이는 게 훨씬 낫다... 라고 생각한다. 물론 해당 브랜드를 만들어 내기 위해 각종 교재나 방법론을 개발하느라 노력을 했을 수 있다. 그 부분은 인정해야 하겠지만 그런 방법론만으로 사람의 모든 사정을 담아 낼 수 없다. 결국 사람의 실력과 깨달음이라는 것은 사람을 통해 끄집어 낼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그렇다.


해서 북유럽의 교육 선진국 같은 경우는 교실에 대한 간섭을 철저하게 배재하고, 대신 교사의 자율권을 최대한 보장한다. 해당 과목에 대한 목표만을 정하고 있지 그 방법론적인 부분이나 평가, 교재 선정 등 거의 모든 부분을 교사에게 맡긴다. 대신 교사는 최고의 전문가로 인정받을 만한 전문성을 갖는 것을 요구받는다.


사실 이렇게 교사가 가지고 있는 최대한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가능한 한도에서의 전권을 부여하는 쪽이 일일히 간섭하고 요구하고 관리하는 것 보다 훨씬 효과가 크다고 그들은 생각한다. 


교육은 생물이다. 공장에서 물건 찍어내듯이 교육이라는 것을 통해 사람을 키워내지 못한다. ( 혹자들은 그걸 간절히 바라기는 하더라. 한꺼번에 많이 찍어내듯이 교육을 통해 사람을 가르쳐서 내보내면 돈도 많이 벌 수 있으니까 ) 교육은 사람의 가르치고자 하는 마음과 배우고자 하는 마음 사이에서 벌어지는 수 많은 사건과 갈등의 해결과정을 동반한다. 그것을 단순하게 수식 몇개 공식 몇개로 표현할 수 없다. 


그러니까 ... 필자가 이전 글에서 적었었다 "괜히 이런 저런 간섭하는 시스템에 선생님들을 끼워 넣을 생각하지 말고, 대신 믿고 맡길 수 있는 좋은 선생님을 찾아내라. 그리고 맡기라. 그게 최선이다..." 라고 말이다.


결국 가르치는 것도 사람이고 배우는 것도 사람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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