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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늑대 Mar 17. 2017

모르는 거 알면되고, 아는 거 안까먹으면 되지...


“선생님, 이전글에서 공부의 성과에서 노력이 차지하는 비율이 4% 밖에 안된다면 공부할 필요가 뭐가 있나요... 어차피 해도 안될게 뻔히 보이는데 말이죠” 이렇게 질문하는 것을 예전에 들은 적이 있다.


사실 필자도 공부에 재능이 중요한 줄 알고 있기는 했다. 하지만 4%... 는 정말 예상 밖이었다. 헌데 그 기사를 보고 나름 많이 생각했는데 ... 평범한 재능을 가진 사람이 아무리 노력해도 비범한 재능을 가진 사람을 따라잡거나 이긴다는 것은 최소한 초중고 시절에는 불가능해 보이더라. 뭐 한번 쓱 보기만 해도 머리에 들어가고, 본능적으로 어떻게 문제를 풀어야 할 지가 보이는 아이들과 경쟁해봤자 백전 백패할 것이 뻔히 보인다. 하지만 그게 공부를 할 필요가 없다고 얘기 한 것은 아니다. 이길 생각을 말아야 한다는 걸 이야기 한 것이지...


“어이 어이, 내가 언제 노력하지 말라고 했냐... 이길 생각 하지 말라고 했지. 재능을 가진 아이들과 붙어서 이겨 보겠다고 할 생각을 버리라구. 너희들이 지금 공부하는 시절 동안에는 적어도 이기는 건 불가능해. 나중에 너희들이 기본이 다져지고 다져진 이후에 혹시 직업전선에서라면 이기는 게 가능할른지도 모르겠다. 너희들이 공부하고 사회에 나가게 되면 보게 될 것이야. 평범한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영역의 일은 얼마든지 있어. 오히려 반드시 하늘이 내린 재능을 필요로 하는 곳이 드물 거라고. 그리고 먹고사는데는 평범한 재능을 가지고 있어도 충분하다구. 그러니까 이길 생각 하지 말고 먹고 살 생각을 하자. 그 쪽이 오히려 더 즐길 수 있지 않을까?" 필자는 이렇게 얘기해 줄거다. 


헌데 보면... 종종 너무 승부욕이 강한 사람들을 만나면 잘 설득이 안되는 경우가 있긴 하다. 뭐 그런 사람들이야 어쩌겠나... 내버려 둬야지. 사실 승부욕이라는 것도 어떻게 보면 타고난 재능의 일부이기도 하더라. 그러니 함부로 손 대서는 곤란하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필자가 만난 어떤 수강생의 이야기다. 남친이 고시 패스를 했단다. 한편 좋으면서도 한편 눈에 불이 나더라고 하더라. 사실 본인이 남친보다 더 똑똑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남친이 순식간에 본인보다 훨씬 더 앞서간다고 하니까 마음이 막 무너져서 자기도 고시에 붙어보겠노라고 고시에 매달렸는데, 1차 까지는 통과를 했다고 ( 이것만으로도 대단한거지... ) 헌데 그 다음을 넘어서려니 너무 힘들어서 포기하고 마음의 방황중... 뭐 그렇더라는 얘기....


"헌데... 이겨서 뭐 할건데?"


이 얘기가 턱에까지 올라오다가 참았다. 아마 그 친구가 이 글을 나중에 혹시 보게되거든 한번 이 주제에 대해서 같이 생각하고 나눠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겨서 뭐할건데... " 라고


사실... 학교 다닐때 누가 누구보다 잘났고 누가 누구보다 못났고... 하는 거 까 놓고 얘기하면 25살만 넘어가도 많이 뒤집어 지더라. 특히 젊었을때는 방황도 많이하고... 굴곡도 있고... 시대적인 상황도 영향을 미치게 되면서 잘 나가던 애들이 엎어지고... 기본부터 꾸준히 쌓아오던 애들이 치고 올라오는 경우는 흔하다.


물론 실력도 있는데다가 집에 돈이 있어서 실력을 받쳐 주는 애들이라면 사실 평범한 재능의 평범한 아이들 같은 경우에는 싸움이 안된다. 그런 상대에게는 경쟁심 가지지 마라. 자기 손해다. 회사생활하는 경우에도 비슷한 얘기 해 준다. "빽 있는 넘은 이기려고 하지도 말고 건드리지도 말라" 라고...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그런 사람들과 경쟁해 봤자 자기 손해다. 


뭐 필자도 보면 젊었을때, 아직 자존감과 자존심이 많이 불안정할때 ( 뭐 지금도 종종 흔들리긴 하지만 그 때는 정말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불안한 질풍노도의 시절이었다 ) 감정적으로 굴곡도 많고 작은 성공과 실패들 속에서 허우적 거리면서 살았던 것 같다. 예를 들어서... 소개팅 했던 여자애가 정말 마음에 들었는데, 그 여자애 에게 차이고서 상당히 힘들어 했던 적이 있다.헌데 겨우 마음 추스릴 수 있을까... 하던 와중에 그 여자에가 명문대 의대생과 사귄다는 얘기를 듣고 거의 정신 못차리던 시절도 있긴 했다. ㅎㅎ


뭐 ... 학교 다니는 시절에 필자도 나름 이름값은 좀 하는 대학을 다녔지만, 필자보다 레벨 높은 대학에서 의과대학에 다니는데 집안까지 좋아서 앞으로 의사되는데 아무런 경제적인 문제가 없는 사람이 있다면 솔직히 그 여자애가 필자를 너무 너무 좋아하는 마음이 있지 않다면 필자가 백전 백패할것이 너무 뻔했지만... 그래도 억울하고 분하고 원통한 건 사실 아닌가?... 


지금 돌아 보면 그렇게 원통하고 분해 하면서 인생 거기에 허비하고 낭비할 필요까지는 없었다는 생각이 든다. 어차피 내 한계가 명확한 경우였으니 ... 차라리 처음부터 나에게 관심 없을 만한 애들과는 만나지를 않았으면 더 좋았겠지만... 어쩃든 백전 백패가 명확한 경우에 집착은 결국 내 손해였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그 시절을 돌이켜 보면 자기 주제 모르고 잘난척은 하고 싶어하던 시기였고, 그 덕에 눈은 높은데 현실은 그닥이었고... 그러다 보니까 삶에 허세가 덕지 덕지 끼던 시절이었고... 그러다 보니 쓸데없는 경쟁심에 오히려 자기 자신을 발견하고 차곡차곡 쌓아가는 게 어려웠던 시기였다는 생각을 해 본다. 필자가 스스로 자기를 돌아보니 그렇더라는 얘기다.


그 때도 나름 자기성찰 자기반성 ... 그런 노력 속에서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려고 굉장히 애쓴다고 애썼는데, 그래도 지금 다시 돌아보면 불안정한 부분이 많았던 시기다. 하지만 그렇게 불안정하게 좌충우돌 하면서 지내기 보다는 조금은 더 건설적으로 보낼 수도 있었다. 사실 그런 삶의 방법은 알고는 있었고 남들에게 때로는 강요하기도 했었다. 내가 내 생각대로 살지 못할 때가 많아서 그게 아쉬운거지 ㅎㅎ


필자는 대학생 시절에 과외를 해서 나름 쏠쏠하게 벌이를 했었다. 그리고 과외하면서 나름 실력도 인정받던 선생님이었고... 나름 비결이라면 비결 하나 공개한다. 필자가 과외를 소개받아서 희동이라는 아이를 가르치게 되었다고 가정하고 대화를 옮겨 본다.


"희동아 희동아. 내가 오늘부터 너 가르치는데 나랑 약속 하나 하자. 나와 같이 공부하면서 딱 두가지만 지키면 너 대학가는 거 내가 절대 보장한다. 대신 이 두가지 꼭 지키자"


"대학보장이요? 너무 어려운거 아니면 당연히 지키죠. 뭔데요?"


"어 굉장히 간단해. 모르는 거 알면 되고, 아는거 안 까먹으면 되. 이 두가지만 지키면 너 분명히 대학은 따 놓은 당상이야"


이렇게 얘기하면 그 아이는 웃는다. 학부모도 이런 얘기를 해 주면 웃는다. 뭐 그런 시덥잖은 소리를 다 하느냐고... 하지만 필자는 진심이다. 실제로 필자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얘기였다. 그래서 이렇게 보충 설명을 해 준다.


"솔직히 얘기하면, 나 중학교 2학년까지 영어 굉장히 못했거든. 그래서 빨리 실력을 키워서 따라잡아야 한다는 초조함이 있었어. 일 예로 there 와 their 도 헷갈려서 틀린 문제가 있었을 정도로 실력이 없었거든..."


"해서 빨리 실력을 키워야 한다는 초조함이 있었는데, 또 옆에 애들 공부하는 거 보면서 꿀리기 싫다는 오기 같은 것도 있었더라는 얘기지, 해서 내 실력에는 성문 기초영문법... 정도를 봐야 할 정도의 실력 밖에는 안되는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봐도 무슨 소린지 모르겠는 성문 기본영어, 맨투맨 영어... 이런걸 펼쳐놓고 시간낭비한 게 돌아보면 엄청났어"


"그것을 벗어나게 된 계기는 쉬운 것 부터 차근 차근히 가르쳐 준 누나 친구가 있었기에 가능했고... 기본 부터 차근히 해서 올라가면 그닥 오래걸리지도, 많이 힘들지도 않았는데... 처음에 한번 삐끗 하니까 사람이 그렇게 되더라는 거지..."


"솔직히 너 한번 얘기 해 봐. 너 실력도 안되는데 옆의 친구에게 꿀리기 싫어서 괜히 어려운 책 펼쳐놓고 시간낭비 머리낭비 마음낭비 ... 한 시간이 많니 적니?"


여기까지 얘기해서 알아들으면 솔직히 그 과외는 게임 끝이다. 성적은 분명히 오르게 되어있다. 그런 아주 작은 마음의 변화에서 꼬인 실타래가 풀리는 경험을 필자는 수도 없이 많이 했다. 


괜히 어려운 문제 가지고 급한 요령만 가르쳐서 성적 올리는 건 그 때 뿐이다. 기본에서 부터 차근히 시간을 들여서 쉬운 문제부터 한발 한발 올라갈 생각으로 6개월만 끌고 갈 수 있으면 분명히 실력이라는 것이 생기고 생각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적어도 필자가 학교 다니던 시절의 공부는 그랬었다. 그리고 이 얘기를 지금의 교실에서도 해 준다. "너희들 실력도 안되면서 괜히 어려운 참고서 가져다 놓고 시간 낭비한 거 다 모으면 얼마나 될거 같니? 까 놓고 얘기하면 너희 중고등학교 시간의 대부분 아니냐?"


독자님들은 이런 얘기 하면 반응이 어떨꺼 같나? 헌데 그렇더라... 실제로 최소한 책상위에 앉아있는 시간의 절반 이상이 이렇게 눈에 들어오지도 않고 이해도 잘 안가고 어떻게 풀어야 할지도 모르겠는 내용을 놓고서 멍때리거나 아니면 답부터 보고 요령만 키우거나 하는 시간이다. 사람에 따라서는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그렇게 보낸다. 가장 머리가 스마트하게 돌아가던 시절에 말이다.


사실 교육 선진국인 북유럽의 국가들 같은 경우 절대 우리나라처럼 많이 가르치지 않는다 ( 솔직히 우리나라 교육은 필요한 걸 가르치는 교육이 아니다. 어른들의 사정때문에 아이들을 들들 볶는 교육에 가깝다 ) 이건 독일과 프랑스 같은 국가들도 마찬가지다. 해서 우리나라나 중국같은 국가에서 아이들을 유럽에 유학보내는 경우에 "너무 진도가 느려서 불안하다" 라는 이야기를 학부형과 학생들이 할 정도라고 한다. 하지만 북유럽의 국가들은 학업성취도에서 늘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사실 방향만 잘 잡고 가면 천천히 가는것은 별 문제가 안된다. 우리나라도 조금 덜 가르치고, 조금 덜 경쟁 시키면 오히려 실력이 훨씬 늘거다. 적어도 학교 안에서 서로 경쟁하느라 시간낭비 마음낭비하지 않고 "모르는 거 알면 되고, 아는 거 안 까먹으면 되는" 교육을 지향한다면 전체적인 학력 수준은 지금보다 훨씬 더 높아질 것이라고 필자는 자신있게 얘기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그게 쉬운게 아니다. 남들에 비해 성적이 안나오는 상황에서도 기본 부터 차근차근히... 를 외치기 어렵다. 일단 진도가 너무 빠르고, 너무 많이 가르치려고 든다. 사실 그 내용을 다 가르칠 필요가 없는데 어른들은 점점 더 많이 가르치고 싶어한다. 그게 다 이권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교과서에 어떤 내용이 들어가고, 수업시간이 몇시간이 편성되느냐에 따라서 그 과목에 관련된 대학교수들과 학원들의 수입이 좌우되기도 한다. 그 과목을 가르칠 수 있는 교사들이 임용되는 숫자도 좌우되기도 하고. 해서 어른들은 자신과 연관되어진 과목의 수업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늘리고 싶어하고, 좀 더 어려운 내용을 교과서에 넣기를 원한다. 


헌데 또 이게 어느 한과목만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게 아니다. 영어가 그런 생각을 한다면 수학도 그러하다. 과학도 그러하고... 그러다보면 모든 과목은 많이 가르치려고 하고, 어렵게 가르치려고 하는데 이게 또 "아이들끼리 피터지게 경쟁시키게 해서 아이들을 쉽게 통제할 수 있다" 라는 어른들의 욕심과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게 되니 ... 지금 우리나라 교육이 이 모양 이꼴로 가게 되는거라고 필자는 적어도 본다.


해서 필자는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교실로 되돌려 주지 않으면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커다란 죄를 짓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들도 어렴풋이 안다. 어른들이 자신들의 사정에 의해 아이들의 가장 빛나는 시절을 억압한 것을 말이다. 그래서 요즘 10대 20대들의 마음 속 얘길 들어보면 어른들에 대해 불만이 많다... 아니라고 우기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아이들은 어른들을 존경하고 따른다고 생각하고 있는 어른들이 많겠지만 아니다. 아이들의 언어를 봐라. 어른들이 못알아 듣는 언어로 가득하다. 그게 괜히 그렇게 된 것 같나?...


지금이라도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좋은 교실"을 만들어 줄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좋은 교실 안에서 이루어지는 공부는 누군가를 이겨야 한다는 경쟁심 때문도 아니고, 남들에게 뒤떨어진다는 초조함도 아닌 이런 어처구니 없는 단순한 마음으로 이루어지는 공부가 가득한 공간이 되어야 맞다고 생각한다.


"모르는 거 알면되고, 아는 거 안까먹으면 된다."


공부하는데 이거 이상 더 뭐 필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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