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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늑대 Mar 17. 2017

경쟁이라는 괴물도 사실은 착한아이인데...

구 소련이 해체되고, 중국이 개방화 되고, 동 유럽의 공산주의 국가들이 체제를 해체하면서 공산주의는 전 세계에서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다. 아직도 공산주의를 사회체제의 근간으로 삼는 나라들이 없지는 않다. 하지만 예전처럼 전 세계를 공산화하겠다는 생각은 없는 듯 하고, 자국에 맞는 경제운영의 이념 정도로 생각하고 활용하는 듯 하다.


공산주의가 무너지면서 자본주의는 전 세계의 주류 경제 이념이 되었다. 하지만 그 자본주의도 국가별로 들어가면 다 색깔이 다르다. 각 국가별로 역사가 틀리고, 국민들의 성향이 틀리다. 따라서 거기에 맞는 운영체제를 갖추어야지 만일 국민들의 성향과 동떨어진 체제를 운영하면 뿌리내리기 힘들다. 대중이 불편해하고 적응하기 힘든 체제는 결국 경쟁에서 도태되게 되어있다. 경쟁은 적자생존을 위한 필연적인 과정이다.


경쟁이 살벌하지만 않으면 사실 경쟁 자체는 굉장히 반가울 이야기다. 경쟁을 통해서 자신의 한계와 모순을 깨닫고 그것을 수정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기에 그렇다. 사생결단으로 경쟁에서 달려들지 않고 경쟁에서 나오는 결과를 냉정하게 바라볼 수 있는 시야를 가질 수 있다면 말이다... ( 높은 양반들이 이게 되어야 하는데, 사실 이 정도의 깊이있는 식견 가진 인물들 만나기는 참 어렵더라 )


개인에 대해 적용되는 예를 들어보자. 똑 같은 아이 둘이 있는데, 같은 선생님으로 부터 똑 같이 수업을 들었는데도 한 아이는 뛰어나고 한 아이는 뒤쳐진다. 그런 경우는 너무 흔하게 발생된다. 오히려 똑 같이 배워서 똑 같이 실력이 느는 경우가 거의 없다. 그렇게 실력이 차이가 나는 원인을 놓고서 이런 저런 상담과 궁리를 해 보아도 뾰족하게 원인이 안 나오면 솔직히 거의 대부분 "재능이 차이난다" 라는 것으로 귀결 될 수 밖에 없다. 


그 상황에서 재능의 차이를 인정하면 나름 분위기 좋다. 사실 재능의 차이를 인정하는 것은 부끄러운 게 아니니깐. 또 그 안에서 다른 재능을 발견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사람이 그렇더라... 평범한 재능이라도 좋다... 라고 마음을 먹으면 그 평범한 재능이 보이더라는 거다.


필자가 굉장히 인정하고 또 존경하는 벗이 있다. 같이 강의하고 개발하면서 알게 된 친구인데 정말 개발 실력이 뛰어났다. 개발 실력 뿐 아니라 개발에 임하는 정신력도 대단했고... 뭐 하나를 깊이 있게 깨닫게 되기 까지 파고드는 것이 남달랐다. 


필자도 스스로 자신을 평가하기를 뭐 하나 제대로 시작하면 끝장을 보는 스타일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친구의 경우에는 딱 보기에도 필자의 1.5배는 되어 보였다 ㅎㅎ ... 그렇게 깊이있게 파고들면서 깊이있게 깨달음을 가지고 가기에, 그 깨달음에서 나오는 창의적이고 핵심을 찌르는 발상도 대단했고. 


이 친구가 이미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는 어느 공공기관의 홈페이지를 손을 댄 얘기를 해 주는데, 가장 주로 사는 메인 페이지에서 ajax 를 이용한 데이터 요청을 날리는 코드가 7부분이 있더라는 거다. 사실 소켓 프로그래밍에서 1개의 데이터를 7번 나누어서 연결하여 전송하는 것 보다 1번 연결해서 7개의 데이터를 한거번에 전송하는 것이 훨씬 효율이 좋다. 이건 어떻게 보면 기본이다. 하지만 이 기본을 그냥 이론으로 알고 있는 사람과 자신이 납득할 수 있을 때 까지 테스트 코드를 짜 보고 실험하고 측정하면서 "어... 진짜로 그렇네?" 라고 깨달음을 얻는 사람의 내공은 천지차이다. 이 친구는 후자다. 


"흠... 그러면 7개의 ajax 코드를 하나로 뭉치면 퍼포먼스가 올라가겠구먼?" 필자가 그 대화에서 날린 질문이었다. 그 친구는 씩 웃으면서 "바로 그거지" 라고 화답했다. 결과는? 한 3일 정도 뚝딱 뚝딱 해서 프록시 하나를 만들고, 그 프록시를 통해서 7개의 ajax 요청 코드를 하나로 정리했다. 결과는 그 쪽에서는 입이 찢어질 정도로 좋아하면서 "이게 이렇게 성능이 올라 갈 수 있다니... 이거 마법 아닌가?" 하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나는... 


사실 창조경제는 이 친구처럼 하는게 창조경제다. 남들이 안하는 아메바 뒷다리의 털 갯수 세는것이 창조경제가 아니다. 뭐 하나를 공부하면서도 깊이있는 깨달음을 얻어서, 남들이 하지 않는 일을 할 수 있는 확신과 능력을 갖추는게 창조 아닌가? 남들이 못하는 걸 하는 게 아니라 남들이 안하는 걸 할 수 있는 능력이 창조라고 생각한다. ( 솔직히 우리라나가 아이팟 만들 기술이 없어서 못만드나... 포켓몬고 만들 기술이 없어서 못만드나... )


해서 이 친구와 교류하면서 아예 나는 선언을 해 버렸다. "네가 나보다 한수 위다. 졌다 ㅎㅎ" 이러니까 그 친구와 이야기하고 교류하는게 만사 편했다. 그러면서도 같이 교류하면서 느껴지는게 그 친구가 보지 못하는 인문학적인 부분은 내가 더 잘 보고 있더라는 거다. 예를 들어서... 강의할 때 경쟁을 어느 수준으로 조절하는 것이 반의 역량을 극대화 할른지에 대한 고민 같은 건 내가 더 깊게 고민을 하더라는 거지.


뭐 그래서 대충 둘이 얘기하면서 동감에 이르른 것. "코딩은 확실히 네가 위다. 내가 죽었다 깨나도 못 따라 갈 것 같아 ㅎㅎ 헌데 말이야 코딩이 사회현상이나 인문학적인 영역과 맞닿아 있는 영역에 대해서는 내가 너보다 조금 나은 거 같다..." 그 친구도 인정했다. 이러면서 느는거다.


사실 경쟁을 전혀 하지 않으면 자신의 재능도 알지 못한다. 그리고 자신의 재능 없음도 알지 못한다. 경쟁이 지긋지긋하다고 해서 경쟁이 가지는 장점까지 버려버리면 안된다. 경쟁을 통해서 서로가 서로를 인정하고 발견하면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대단하지 않은 장점" 이라도 발견할 수 있는 것은 매우 소중한 일 아닌가 말이다.


사실 뛰어난 재능을 가진 아이들은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다. 누가 보더라도 남다르니까... 노래 하나를 하더라도, 북을 한번 치더라도, 공을 한번 던져 보더라도 재능 있는 애들은 확실히 틀리다. 그런 애들은 사교육을 통해서 제대로 된 전문가를 붙여주는 게 맞다. 언젠가는 발견 될 재능이라고 해서 그냥 두어서는 안된다. 제대로 된 선생을 통해서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가르치면서 몸과 마음에 상처를 받지 않도록 해 주어야 한다.


두 명의 야구선수를 예로 들어보겠다. 이 둘은 동갑이고 친구이자 라이벌이다. 공주고의 박찬호와 신일고의 조성민... 둘 다 1973년생의 동갑내기...


조성민 같은 경우에는 고교 저학년까지는 아주 눈에 띄는 선수는 아니었다고 한다. 체격조건은 190센티로 좋았지만 공이 생각만큼 위력적이지는 않았는데, 어떤 계기를 통해서 프로야구 출신의 투수의 지도를 받았는데 그 때 몸의 중심이동 요령을 깨달으면서 자신의 몸의 체중을 공에 싣는 방법을 터득했다고 한다. 그 때 부터 조성민의 공은 190센티에서 내리 꽃는 시속 150킬로미터의 강속구 투수가 되었다고 한다.


거기에 비해서 박찬호는 재능은 조성민 보다 우위였지만 조성민에 비해서는 늘 한수 아래의 자리에 계속 머물러 있었다. 허나 대학 진학이후 2학년때 LA 다져스에 입단하게 되면서 이 평가는 역전되게 된다.


그 때까지 박찬호의 주무기는 슬라이더였다. 헌데 그 슬라이더의 구사를 줄이고 대신 폭포수 같은 커브와 함께 이런 이야기를 해 준다. "변화구를 잘 던지려 하지 말고, 너의 강점이 빠른 직구를 더 잘 던지게 노력하라" 거기에서 부터 박찬호의 전설이 시작되었다.


사실 박찬호가 고질적인 부상을 안고 있었다는 얘기가 있다. 해서 다져스 구단에서는 피지컬 테스트 결과를 놓고 계약을 하느냐 마느냐 크게 고심했다고 한다. 사실 사람들은 어설픈 재능을 가지고 있을때 이런 저런 상처를 입는 경우가 많다. 


해서 필자가 늘 이야기 하는게 "제대로 된 선생님은 처음 시작하는 단계에서 붙여주는게 맞다. 헌데 대체로 통념은 처음에는 경험적고 역량 떨어지는 선생님에게 붙여주고 나중에 크면 제대로 된 선생님을 찾아가야지... 라고 생각하는데, 처음서 부터 가능한 한 좋은 선생님을 찾아서 붙여 주어야 제대로 된 소질이 개발된다." 라고 주장한다.


왜냐구? "단점을 보는 건 쉽다. 하지만 그 속에서 장점을 보는 안목을 가지는 것이 어렵다. 좋은 선생님은 그걸 볼 수 있다. 이거 고쳐라 저거 고쳐라 하는 것 이상의 일을 할 수 있다" 라는거지


그런 면에서 경쟁은 긍정적인 효과를 얻는다. 자신의 작은 재능이라도 발견하고, 타인의 재능과 비교하면서 자신의 재능의 정도를 발견하기도 하고... 그 과정에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결정적인 단점과 장점을 발견할 수 있으려면 "비교적 가볍지만 진지한 경쟁" 은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네의 현실은 ... 경쟁에 뒤쳐지는 것은 곧 사회적인 낙오로 이어지고, 조금이라도 약한 모습을 주위에 보였다가는 철저하게 밟히고 밟히는 일이 벌어지게 되고... 몸도 마음도 상처입어서 다시 일어서기 어려운 일이 벌어지게 되는데...


평범한 사람의 평범한 재능이 가장 소중한 법인데 그걸 깔아뭉개고 오히려 그것을 반가와하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필자는 그걸 "돈으로 살 수 없는 것 까지 돈으로 사는 세상을 만들어 버린 어른들이 그 책임이 있다" 라고 생각한다. 경쟁에서 져야 하는 아이들까지 돈으로 이기게 만드는... 그런 천박한 자본주의의 모습이 결국 우리네 모두를 망가트리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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