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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늑대 Mar 19. 2017

시스템 끼리의 경쟁은 반드시 필요하다구!!

사실 개인과 개인이 사생결단으로 경쟁하고 수단과 방법 안가리고 상대를 밟아버리는 것을 혐오한다. 개인의 문제에 들어가면 그런데... 필자는 시스템과 시스템이 경쟁을 통해서 적자생존 구조로 가는 것은 굉장히 반긴다. 그리고 특정기업이 독점적인 위치를 가지는 독과점을 굉장히 경계한다.


예를 들어서 필자가 요즘 속앓이를 하게 만드는 것 중의 하나가 NCS 제도가 있다. 이 제도는 노동부에서 국가 예산을 지원해서 실업자와 실직자들의 재취업 교육을 지원하는 시스템인데, 솔직히 필자의 입장과 경험에서는 "미치고 팔짝 뛰어버리는  시스템" 이라서 적응하기 상당히 애로사항이 있다.


실제로 예를 들어보면 노동부는 모든 직종을 특정 형태로 고정시킨다. 예를 들어서 "응용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이라는 형태를 노동부에서 지정하고 있다고 셈 치자. 그러면 무조건 거기에서 지정하는 시간배분 원칙을 따라서 교육을 배치 해야 한다.


가상의 회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가정해 보겠다. 그 회의에서 필자는 필자의 경험에 의거하여 새로운 형태 - 단기간으로 구성되어 컴공과 졸업생 정도의 수준의 수강자들이 짧게라도 현업의 개발에 적응하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교육과정을 만들어 내는 것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고 있다.... 고 가정하곘다. 


"대학의 컴공과 대부분은 프레임워크 기반의 개발을 제대로 가르치고 있지 못합니다. 헌데 실무 현장에서는 거의 대부분 프레임워크 기반으로 개발이 진행되고 있어요. "


"제가 보기에는 컴공과 전공자이거나 전공 수준의 개발능력을 가진 사람들에게 프레임워크를 깊이있게 이해하고 그것을 이용하여 개발하는 경험을 하게 하는 체험을 하게 하는 과정을 만들면 1-2개월 정도의 짧은 기간으로 현업에서 즉시 사용가능한 수준의 1-2년차 개발자 수준의 역량을 만들 수 있다고 봅니다. 이런 과정 하나 만들죠"


이런 아이디어를 내 놓았다. 헌데 단번에 빠구를 먹었다. "그거 NCS에서 못받아 줍니다. 거기서는 무조건 비전공자이고 비경험자를 대상으로 한 교육만 허가해주거든요"


뭐 어안이 벙벙하지만 그래도 끈질기게 달려드는 필자 "후.. 그러면 초반에 비전공자 비경험자를 위한 과목을 대거 추가하는 형태로 만들어야만 하는 건가요?"


"네... 헌데 그 시간 배분을 마음대로 할 수가 없어요. 환경설정이나 리눅스 운영체제나 관련 소프트웨어 사용하는 과목을 꼭 넣어야 한다고 하네요"


"... 그거 좀 너무하네요... 사실 현업의 개발현장은 거의 회사마다 환경설정하는 부분이 다 틀리고, 사실 초짜들은 거의 선배사원급에서 환경설정은 다 도와 줍니다. 안그래도 머리 복잡해서 어떻게든 공부해야 하는 내용을 줄여야 그나마 배운걸 써먹을 수 있는 정도가 될 터인데, 일부러 머리 복잡하게 만들어 버리게 될 과목을 추가할 필요는 없어보이는데요..."


"헌데 그렇게 안하면 아예 NCS시스템 아래에서는 신청이 안됩니다"


"그리고 지금 여기보니까 객체지향 모델링과 설계... 그리고 요구분석... 이런 부분들이 차장 부장급의 높은 기술로 되어있는데, 그럼 이 과목을 가르쳐서는 안된다는 얘긴가요?"


"그렇게 되었네요. NCS에서 그렇게 만들어 놓은 과정은 신청이 안됩니다"


"아니... 코딩하다 보면 자신이 어떻게 개발하는지 한 눈에 표현할 수 있는 공통의 기술로 UML을 이용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실제로 인터넷 상에서 개발 테크닉 같은 걸 공유하는 문서를 보면 거의 UML을 이용하여 코드의 설계를 공유하고 있어요. 헌데 사원급 대리급의 기술을 다 배우기 전에는 UML을 배워서는 안된다는 얘기가 된단 말입니까?"


"네 현 시스템 아래에서는 그렇게 보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교육과정에서 프로젝트를 하게 될 때 자신이 만들고자 하는 프로젝트 주제에 대해서  개발 당사자가 직접 설계하고 요구분석하는 것을 가르쳐야 하는데 말이죠... 헌데 이 요구분석과 설계 관련된 기술이 차장 부장급으로 되어 있다면 이것과 관련된 과목은 배치해서는 안된다... 라는 얘기가 됩니다. 그럼 재취업 교육과정을 거치면서 스스로 설계하고 구현하는 기술은 배울 수 없고, 따라서 창업하는데 지장이 생길 수 밖에 없는데요?"


"뭐 그래도 NCS에서 그렇게 정하고 있는거라면 방법이 없습니다"


이런 식이다.... 이러니 기존의 시스템에 맞추려는 성격을 가지고 있는 기획자라면 모를까나.... 필자처럼 현장경험과 교육경험을 바탕으로 해서 기존에 존재하지 않고 기존의 시스템이 포용하지 못하는 새로운 필요를 채워넣을 아이디어가 많은 사람은 답답해서 미칠 지경이 되는거지...


사실... 필자의 경험으로 보면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두드러진 부분인데 "시스템의 운영규칙이나 원리를 결정할 때 거의 특정인의 편견이 동작하고 있다" 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서 위에서 이야기하는 NCS라는 시스템의 경우에 독일 직업교육 시스템을 들여온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름 독일의 앞선 제도를 들여왔다고 생각을 할 수도 있겠지만 필자의 생각은 좀 다르다.


어떤 국가에 어떤 경제 시스템이 적절한가의 문제는 해당 국가의 특성을 탄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서 필자가 유럽여행중에 이탈리아를 가 보면서 든 생각이다.


이렇게 날씨가 좋으니 사람들이 집 안에 틀어박힐 생각을 안하겠고... 그러니 사람들이 남들에게 어떻게 보여지느냐에 신경을 쓸 수 밖에 없고... 그러다 보면 낭만적이고 시적인 기질이 강해 질 수 밖에 없고... 패션과 디자인이 이탈리아의 강점 산업이 될 수 밖에 없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해서 실제로 보면 이탈리아에는 대기업이라는 곳이 거의 없다. 중소기업이 대부분이다. 자유분방한 기질이 다분한 민족성이라서 통제하고 규격화되 근무 시스템을 가져갈 수가 없기 때문에 기업 규모를 키워서 체계적으로 인력관리를 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거다.


필자가 NCS가 독일에서 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한숨을 푹푹 쉰 이유가 이거다. "독일의 국민성하고 우리나라 국민성하고 같냐?"


예전에 독일 주재원으로 발령받은 가족이 아이가 친구집에 초대받아 놀러가게 되는 일이 생겼을때 기절 초풍한 일을 겪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어느날 몇시에 놀러오세요... 라는 초대를 받았는데 동시에 팩스로 그 날의 시간표가 날아왔다는 거다. 몇시서 부터 몇시까진 뭐하고 놀고... 그다음에는 무슨 게임을 하고... 그 다음에 간식인데 뭐가 나올거고... 그 다음에는 무슨 놀이를 하면서 마무리 할 터이니 몇시에 데리러 오면 된다... 이런 10분단위로 짜여진 시간표를 받고는 "독일이랑 우리나라는 정말 다르구나..." 라는 것을 실감했다고 한다.


사실 NCS도 장점은 있을 수 있다. 딱 정해진 대로만 움직이는 기존의 회사라면 오히려 장점이 있을 수 있지만 필자같이 유연하고 업종의 경계와 직급의 경계를 넘나드는 사고를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정말 미치고 팔짝 뛸 일이지... 해서 어떻게든 여기에 필자의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끼워 맞추려고 요즘 고민이 많다 ㅎㅎ


더구나 4차 산업혁명같은 이야기를 해 가면서 "융합과 유연함. 그리고 인문학과 기술의 결합"과 같은 주제를 이야기 하는 현실에서 과연 "응용 SW 엔지니어링"과 같은 틀에 박힌 형태로 새로운 산업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사람들을 양성하겠다는게 필자는 좀 답답하다. 물론 기존의 잘 돌아가는 시스템에 들어가야 할 사람을 양성한다면 그런 형식미를 강조하는 교육이 적절하겠지만... 앞으로의 다양한 형태의 산업을 담아내지 못할 형식을 교육에서 강요당하는게 필자는 답답하기 이를데 없다. 물론 그 시스템에 맞춰야 밥벌이를 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어쩔 수 없이 적응하기 위해 애를 쓰겠지만... 시대에 맞지 않는다는 느낌은 지울 수 없다.


필자는 그렇게 생각한다. 어떤 시스템이든지 유일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사람이 만든 어떤 시스템도 결함없는 시스템은 없다. 나름의 장점과 단점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 장점과 시대의 요구사항이 맞물려 떨어졌을때 그 시스템은 "적절한"시스템이 된다.


만일 노동부에서 직업 교육을 실시할때 모든 교육을 NCS기준에 따르도록 하지 않고, NCS의 장점과 단점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교육을 신청하는 교육기관들에게 NCS뿐 아니라 다른 형태의 교육도 선택적으로 신청가능하게 만들었다면 필자는 박수를 쳤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NCS가 아니면 한푼도 못준다... 가 현실이니 참...


사람이 제 아무리 많이 배우고 공부했더라도 편견은 존재한다. 그 편견을 가지는 것은 잘못은 아니다. 하지만 그 편견이 수정될 수 있는 여지를 가지도록 사회 전반적인 시스템은 정비되어야 하고, 그 선택의 과정을 통해 전체 사회는 한걸음씩 더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과정에서 탈락한 시스템도 나중에 시대를 만나면 재 발탁될 여지가 있다.


예를 들어서 미국에서 자국에서 운영할 조금 저렴한 전투기를 지정할 때의 이야기다. 당시 제너럴다이나믹스의 F-16 과 맥도널더글라스의 F-17 전투기가 경합이 붙었다. 미국은 늘 이렇다. 뭔가 하나를 결정할 때 경쟁과 경합을 붙여서 선택의 여지를 만든다. 그 선택을 통해 국가 전체적으로는 긍정적인 효과를 얻는다.


미 공군이 선택은 F-16 이었다. 허나 경합에서 탈락한 F-17 전투기도 높은 평가를 얻었다. 해서 미 해군은 F-4 팬텀 전투기의 후속으로 항공모함에서 운영이 가능한 형태로 F-17 전투기를 개량할 것을 요청했고 그 결과 만들어진 전투기가 F-18 호네트 전투기이다.


물론 이런 일은 규모가 어느정도 있는 국가에서 가능한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NCS 같은 시스템은 우리나라 정도의 규모에서 2개 이상의 시스템이 서로 경쟁을 할 수 있는 여지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경쟁속에서 자신의 강점을 발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모든 직업교육은 NCS방식을 따른다고 못 박았을때 발견하지 못하는 장점들 말이다.


그러면서 시스템은 진화를 계속하고 사회의 변화상을 반영해야 한다. 독점적 시스템에서는 이런 건 불가능하다. 그냥 갖춰진 대로 강요하는 듯한... 그런 시스템 보다 시스템과 시스템의 경쟁을 통해 변화하고 적응하고 때로는 도태하는 과정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게 필자는 자본주의가 공산주의 보다 강해진 이유중 결정적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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