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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늑대 Mar 26. 2017

나는 갑질 안하는 정부를 원한다!!!

요즘이 시기가 시기라 그런지 정치와 제도 그리고 시스템에 대한 생각이 많아진다. 조금 자제해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 생각이 나는 김에 글로 남기는게 아무래도 필자의 스타일이기에 그냥 적는다.


사실 권력과 권한을 가진 사람이 시스템을 장악할 수 있다면 그건 굉장히 커다란 권한과 예산을 장악할 수 있다. 그것도 꽤 오랜기간 말이다.


예를 들어서... 컴퓨터 관련 국가 자격중에 정보처리기사 자격증이 있다. 사실 필자가 학교 다니던 시절에는 그다지 거들떠 보지도 않던 자격증이다. 그리고 그 시절에는 자격증이라는 것 자체에 별로 관심이 없었다. 필자가 가지고 있는 컴 관련 자격증은 딱 하나인데... 우리나라에 java 언어가 막 들어왔을 무렵... 우리나라에 몇명 자격증 가진 사람이 없고, 합격률도 매우 낮은시절의 SCJP 자격을 따긴 했다. ( 아마 필자가 우리나라에서 16번째인가 그럴거다. 필자 앞으로 15명 있다고 했으니 ) 솔직히 그 시절은 그 자격증 가지고 굉장히 잘 써먹었다. 따기도 어려웠을 뿐더러... 희소성도 있었으니까... 지금은 뭐... 그닥이다 ㅎㅎ


어차피 자격증을 가진 사람만 프로그램을 짤 수 있다... 라는 개념은 전 세계 어디에도 없고, 앞으로도 절대 나올 수 없는 개념이라고 생각했다. 그러기에 프로그램을 잘 짜면 장땡이지 자격증 따위로 자신의 실력을 증명받겠다는 것 자체가 좀 공돌이의 자존심을 건드린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할까?


헌데 이게 이명박정부 들어서 좀 의외의 방향으로 흐르기 시작했다. 정치가 개발자들의 세계에 까지 영향을 미치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는데... 그런 일이 벌어졌다. 뭐 당시 들리는 이야기도 상당히 많았다. 건설업의 논리로 IT를 이해하고 있다는 둥... 이전 정부의 색깔을 지우려고 한다는 둥... 대통령이 컴퓨터에 로그인도 제대로 못해서 컴플렉스 가지고 있다는 둥...  얘기는 많았지만 "정치논리로 무장한 공무원들이 개발자들의 코드까지 간여하기 시작한" 아주 골때리는 시절의 시작 되시겠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정보처리기사 자격증을 매개로 한 휘두룸이 있는데, 설명 하자면 정보처리기사 자격증을 가진 사람들만 국가가 발주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고, 정보처리기사 자격을 획득한 시점으로 부터 경력으로 인정하고, 그렇게 국가에 인정되고 등록된 자격에 의해서 프로젝트의 비용을 지급한다... 라는 개념이 들어서게 되면서 뜨악했다.


쉽게 얘기하자면 아직 정보처리기사 자격이 없는 필자같은 사람은 경력도 인정받을 수 없고 제 아무리 좋은 프로그램을 작성한다 하더라도 그것으로 국가가 비용을 산정하는 게 아니라 "정보처리기사 취득시점으로 부터 얼마가 지났는가" 라는 기간을 기준으로 비용을 계산한다는 이야기였으니까 ...


뭐 필자같은 사람들은 "정말 더럽고 치사하다. 차라리 국가 프로젝트 안 뛰고 말지. 어차피 공무원들에게 시달리면서 제 값도 못받을 바에야 딴거 하고 말겠다" 라는 이야기를 공공연히 하고 살았었다.


헌데... 한편 이렇게 시스템이 한번 장악이 되어 놓으면 거기에 밥줄을 걸고 있는 사람들은 안정적이고 확실한 직장이 평생 보장되는 셈이 된다. 덕에 정보처리기사 시험 관련된 교재와 교육은 활성화 되었고, 교육기관은 돈을 벌었고, 거기에 관련된 공무원들은 나름 과거에 비해서 커다란 영향력과 예산을 확보하는 셈이 되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보면 공무원들은 자신들이 시스템을 장악하고 싶어하는 경향이 상당히 많다. 시스템을 장악한다는 것은 세상을 움직일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된다는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그 시스템을 통해서 장악당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괴롭고 힘든 세상이 펼쳐지게 되는데... 프로그래밍으로 먹고 사는 사람들의 세상도 예외는 아니다.


거기에 우리나라에서는 아예 국가에서 개발에 사용되는 개발 프레임워크를 지정하는 지경에 까지 이르렀다. 해서 국가에서 발주하는 프로젝트는 이 프레임워크로만 작성해야 한다... 라는 얘긴데... 전 세계에 이런 제도를 사용하는 국가가 있는지 모르겠다. 


필자는 이걸 상당히 굴욕적으로 느끼는데... 안 그런 사람들도 있긴 하더라. 솔직히 업무를 분석하고 어떻게 개발하는 것이 가장 적절한지는 개발자가 결정하는 거지 일일히 그걸 비전문가인 공무원이 코치하는 환경은 솔직히 마음에 안들거든... 필자의 입장에서는 이게 말이 안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왜냐구? 내가 짜는 코드를 어떻게 짜고 어떤 기술을 이용해서 짤 지는 내가 분석하고 판단해서 내가 결정한다고 생각하니까!!


어떤 프로젝트를 어떤 개발 프레임워크로 개발했느가는 그 업체가 가진 고유의 역량을 의미한다. 프레임워크를 개발한 경험이 꽤 있는 필자의 입장에서는 프레임워크를 개발할때는 "무엇을 만드느냐" 와 "누가 만들고 유지하느냐" 의 두가지를 동시에 고려해야만 한다. 결과물과 함께 그것을 만들어내는 사람을 고려해서 중간에 가장 적절한 개발의 도구를 만드는 작업이 프레임워크인데... 그런거 싹 무시하고 국가에서 프레임워크를 정해서 내려오는 경우라면... 개발자의 입장에서는 참 어처구니가 없는 것이지.


헌데 이 모든걸 "돈 줄"을 쥐고서 "이 대로 해야 한다" 식으로 접근을 하고 있으니, 당장에 먹고 살아야 하는 개발자와 개발업체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이 따라야 한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개발하게 되면 과연 우리나라에서는 "고유의 업무분야와 자신의 직원들 및 개발환경에 가장 적합한 업무방법을 가지고 있는"  회사가 과연 클 수 있을른지... 가 의문 사항이 된다.


해서 필자가 만일 대통령이 된다? ㅎㅎ 일단 전자정부 프레임워크를 없애버리고, 정부가 발주하는 개발을 제대로 심사할 수 있는 개발경험과 검증역량을 가진 사람들을 배치하는 일을 할 것 같다.


그리고 돈을 좀 더 주더라도 "해당 분야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고유의 개발 역량을 가지고 있는 업체" 를 선정할 수 있도록 할 것이고, 그것을 심사할 수 있는 충분한 개발 경험과 개발에 대한 이해를 가지고 있는 사람을 그 위치에 앉힐 것이다. 고시 패스해서 올라온 사람은 거기에 맞는 자리로 보내고 말이다.


그래야 업체가 클 수 있다. 그리고 그렇게 해서 전문성을 갖추어야 해외의 프로젝트를 뛸 수 있는 역량을 가질 수 있다. 개발에 대한 이해가 떨어지는 공무원들의 날마다 변하는 요구사항에 휘둘려 누더기가 되어지는 결과를 만드는 그런 업체가 아닌 제대로 된 업무에 대한 전문성을 가진 업체를 키울 수 있다는 얘기....


정치에 있어서 "정부가 과연 얼마만큼의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라는 것은 대선에서도 커다란 이슈가 될 만한 내용이지만 법과 제도를 만들면서 가장 먼저 고민해야 할 만큼 중요한 명제이다. 또한 정답이 정해져 있지 않은, 많은 논쟁과 토론거리를 제공하는 명제이기도 하고.


작은 정부가 효율적인가 아니면 큰 정부가 효율적인가... 결과만 얘기하자면 둘 다 실패의 경험과 성공의 경험을 가지고 있다. 작은정부를 주창한 것이 신자유주의 이고 큰 정부를 주장한 것이 거시경제학이고. 이것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쉽게 이해하고 싶다면 이 동영상을 한번 보기를 바란다 ( EBS에서 방영한 다큐 5부작 "자본주의는 무엇인가?" 에서 5부 국가는 무엇을 하는가? https://www.youtube.com/watch?v=-E9nCQbHRPM&index=5&list=PL65ZHlNK52OM5oobU2EXDWuX1oRpU-lPA )


정답이 없다면 상황에 맞게 적절하게 운영하는게 바람직한 일이 된다. 해당 국가가 처한 상황, 그곳에서 살아가는 국민, 그리고 역사적인 상황, 주변국가와의 관계 등등... 여러 변수를 고려하여 "정답은 아니지만 상황에 비교적 적절한 제도" 를 고민하고, 상황에 맞게 변형해 가면서 "커다란 실패를 하지 않는 제도" 로 만들어 가는게 필요하지 않을까?


필자는 그렇게 생각한다. 수학문제를 풀듯이 정답이 존재한다면 그것을 따라가면 되지만, 정답이 존재하지 않는 일이라면 ( 거의 대부분의 일이 그렇다 ) 여러 사항을 고려하여 가장 적절한 방법을 찾되, 거기서 발생되어지는 여러 부작용과 잘못들을 수정할 수 있는 역량과 여지를 가지고 있는 제도를 만드는게 가장 적절하다... 라고 말이다.


너무 당연한 얘기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당연한 일이 되어진 경우가 잘 없다. 조금만 부작용이 생겨도 전체를 들어 엎으려 하는 시도가 있기도 했고, 아니면 조금의 부작용도 인정하지 않으려고 덮고자 했고... 그러한 갈등을 증폭시켜서 정치적인 이득을 챙기려는 "전업 정치인"들 까지 끼어들면 세상 참 시끄럽게 만드는 효과까지 만들어 냈고 말이다.


앞으로의 정부는 해당 정책이 가져올 긍정적인 효과와 부정적인 효과 모두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그에 따르는 부작용을 신고할 수 있는 "단순하지만 이해하고 지키기에 편리한" 제도를 만들어 나가는 정부이어야 한다... 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헌데 우리나라에서의 정부는 작은정부와 큰정부를 논할 여지조차 없었다. 호남출신 대통령이 이끄는 정부가 들어서느냐 아니면 영남출신 대통령이 이끄는 정부가 들어서느냐... 가 중요했고 북한을 혐오하는 정부가 들어서냐 아니면 북한과 교류하려는 정부가 들어서느냐... 가 중요했다. 그런 생각을 해 보면 "딱 국민의 수준에 맞는 정부가 들어서 왔던 거" 가 아닐까 한다.


필자가 사회생활을 하면서 경험한 바로는 작은정부와 큰정부... 그걸 논하기 전에 "국민에게 갑질하는 정부"를 걷어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국민을 우매한 대상으로 지정하여 "우리 엘리트들이 너희들이 나아갈 바를 가르쳐 줄테니, 우리가 이끄는대로 너희들은 따라라" 하는 태도는 정말 버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신 국가는 국민들에게 다양한 가치와 선택이 가능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주고, 상대적으로 취약한 중소기업과 스타트업 기업을 지원하면서 "그들이 알아서 자신들의 강점을 갈고 닦아서, 공정한 경쟁에 뛰어들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일일히 갑질하고 지적질 하면서 제대로 잘 알지도 못하면서 국민들 괴롭게 하는 정부는 솔직히 보고 싶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 필자는 전자정부 프레임워크는 정말 없어져야 할 걸로 본다. 대신 해당 분야의 전문성과 제대로 된 개발 역량을 평가할 수 있는 공무원. 제대로 된 개발을 이해하고 제대로 된 가격을 지불할 수 있는 공무원을 기대한다. 그리고 그 제대로 된 개발을 가지고 전 세계에 들고 나갈 수 있는 기업과 그것을 알아보고 지원하고 필요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공무원을 기대한다.


내가 너무 커다란 걸 바라는 건 아닌가 모르겠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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