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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늑대 May 21. 2018

소수를 위한 변화에 대한 인간의 반란은 무죄(1)

4차 산업혁명은 허구다(4)


필자가 대학다니던 때에 복수전공 때문에 학업에 대한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 당시 서강대는 부전공이 필수, 복수전공은 5년에 마치는게 원칙 ) 헌데 그런 상황에서 전혀 상관없는 경영학 과목 하나를 수강한 적이 있다. 그것이 비즈니스 리엔지니어링을 다룬 경영학 과목이었다.

필자는 그 과목을 수강하면서 소소한 충격을 받았었다. 그 이전까지는 최신의 기술, 그리고 혁신적인 개념은 당연히 세상에서 받아들여주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것을 거부하는 사람들은 좀 수구적인 성격이 짙은, 다소간의 문제를 안고 있는 사람이 아닌가 하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사실 젊은시절이었고 더구나 첨단기술을 공부하고 있던 시절이었으니 철없고 자신이 뭐라도 된 것 같은 착각속에서 살던 시절이었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젊은 친구들에게는 반드시 그런 시절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회생활을 하고 깨지고 다시 일어설 지언정 치기어린 용기를 가지고 도전하면서 뭔가 해 보려는 마음이 있는 쪽이 요령좋게 세상을 살아가려는 쪽 보다 필자의 마음에는 훨씬 더 든다.

비즈니스 리엔지니어링 과목을 들은 것이 90년대 초반의 일이다. 벌써 20년이 훨씬 더 지난 개념이다. 헌데 필자에게는 그 수업에서 들었던 내용들이 아직도 머리속에 어느정도 남아 있고, 사실 지금 이야기 하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얘기가 그 때의 내용과 별반 틀리게 느껴지지 않는다.

당시에는 경영대학원(MBA)에 들어가서 공부한 다음에 대기업의 요직에 들어가고자 하는 열망들이 강했던 시기다. 지금은 그 인기가 많이 떨어졌지만, 당시에는 그곳에서 선진 경영기법을 배워서 기업에 적용시키고, 기업 안에서 핵심 인재로 자리잡고, 그것을 가지고 사회적인 지위와 부를 움켜쥐고자 했던 것이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자리잡고 있었다. 지금 4차 산업혁명의 선두주자가 되어 사회의 핵심인재가 되어서 영향력과 부를 함께 가지고 싶어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들의 열망보다 그때의 열망이 더 강했으면 강했지 약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사실 필자도 그런 사람들 중의 한명이었다. 필자는 그 당시 한학기를 남겨두고 대기업에 입사하는 것이 결정되어 있던 시기라서 ( 그 당시에는 그런 일들이 아주 흔했다. 더구나 이공계열은 취직은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 앞으로 필자가 해야 할 일과 많은 연관이 있는 학문이라고 판단했기에 그 과목을 수강하기도 했다. ( 학점은 그다지 좋게 받지 못했던 기억이지만 그래도 재미있었다 )

미국의 학자. 마이클 해머가 주창한 비즈니스 리엔지니어링의 개념. 한마디로 정보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여 기업의 업무 프로세스를 혁신적으로 개혁하고자 하는 시도였다. 기존의 수백명이서 일주일 넘게 걸리던 일을 단 몇명의 직원이 몇시간에 해도 충분하다는 것을 실제와 학문적으로 보여주었던 개념 되겠다. 지금의 이야기가 아니다. 90년대 초반에 이미 이런 이야기가 있었고 그것이 MBA의 주요 학습목표이기도 했다. 그 연장선상에 있었던 것이 한때 우리나라 기업을 휩쓸고 지나갔던 식스시그마 같은 경영기법이었고... 헌데 지금은 그 때의 열풍을 찾아보기 어렵다. 결과적으로 부분적으로 성공했을른지 모르겠지만 당시의 MBA에서 이야기 했던 이런 '정보기술과 결합한 혁신적인 업무 시스템'은 대체로 실패한 것으로 필자는 생각한다.

아직도 기억나는 비즈니스 리엔지니어링 사례를 하나 적어보면 독자들도 이해가 될 것이다. 한번 적어보겠다.

포드 자동차회사에서 있었던 일이다. 미국은 자동차를 고객이 구입할때 일시불로 구입하는 경우보다 할부로 구입하는 경우들이 더 많다. 그 경우 자동차 구입 대금을 대신 내 주고 고객으로 부터 다달이 얼마간 상환을 받는 역할을 하는 서비스가 필요하다. 그런 역할을 수행하는 포드 자동차의 자회사에 에서 있었던 일이다. 그 회사를 (가)라고 하자.

(가) 회사는 다양한 부서가 존재하는데 예를 들어서 고객의 신용상태를 조사하는 부서, 차량에 대한 담보절차를 수행하는 부서, 재정에 대한 건전성을 확보하고 재정을 집행하는 부서,  자동차 사고 발생시의 상황에 대비하는 부서 등등... 각 상황에 따른 전문적인 지식으로 무장한 부서들이 다수 존재한다.

고객은 (가)회사에 자신이 어떤 차를 구입할 것이고 얼마의 자금이 필요하니 그 금액을 대출해 줄것을 요청하게 된다. 그러면 회사는 그 요청을 받고 복잡한 업무처리 절차를 거치게 된다.

제일 처음 접수를 받는 부서는 고객의 신상정보를 접수하고 서류 양식을 채워놓은 다음에 고객의 신용정보를 조회하는 부서로 넘겨진다.

해당 부서에 쌓인 서류들은 차례로 많은 조사원들에 의해 조사되어져서 해당 고객의 재정건전성에 대한 각종 내용을 양식에 기입한 다음에 고객에 대한 대출한도를 결정하는 부서로 넘겨진다.

그 부서에서는 해당 서류를 모았다가 어느 일정기간 단위로 '우리에게 지금 신청이 들어온 자금의 규모가 얼마인데 이것을 집행해 줄 것'을 재정담당 부서에게 요구한다.

재정담당 부서에서는 현재 회사의 재정운용상황을 감안하여 해당 금액에 대한 협상에 들어간다. 해서 필요한 경우 재정을 깎게 되고, 그러면 그 금액에 맞추어서 대출한도 결정 부서에서는 각 고객에 대한 대출한도의 구체적인 금액을 결정한다.

그러면 그 내용은 고객을 담당하는 부서로 넘겨져서 차례차례 전화를 통해서 고객과 상담하게 되고, 대출이 결정되게 되면 고객부서는 그 사실을 가지고 차량을 구입하는 부서에 통보하여 해당 차량을 주문하게 된다.

차랑 구입부서는 해당 차종의 차량을 구입하는 절차에 들어가고 그를 위해서 주문하는 차량에 대한 담보절차를 수행하는 부서에 해당 차량을 통보하고 또한 재정담당 부서에 해당 서류를 작성하여 넘김으로서 차량에 대한 구입자금을 받아서 포드 자동차 회사로 송금한다.

헌데 이 모든 할부 절차가 진행하게 되는 가운데에 자동차가 사고가 나서 운행이 불가능한 상황에 처하게 되었고 고객이 더 이상 자동차에 대한 할부금을 상환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면? ( 미국의 경우에는 담보물의 가치가 하락하게 되어서 상환을 못하게 되는 경우에는 고객이 모자라는 금액을 갚을 필요가 없다. 법이 대부분 그렇게 되어있다. ) 그 때를 대비한 업무프로세스가 필요하다. 그 부분은 보험으로 처리한다. 즉 출고되는 차량에 대한 적절한 보험상품을 선택하고 가입하는 절차를 수행하는 부서가 또 필요하다...

이런 복잡한 업무과정을 거치면서 고객이 실제로 차량에 대한 대출을 신청하고 그것을 승인받고 차량을 인도받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또한 회사의 막대한 인력이 여기에 매달리게 된다. 당시 포드에서는 이런 일을 담당하는 꽤 큰 규모의 회사가 존재했다. 그리고 아마 지금도 그럴것이다. ( 우리나라도 이러한 형태의 기업이 등장한지는 꽤 오래 되었다 )

헌데 80년대에 포드자동차가 일본의 마쯔다 자동차의 주주로 들어가는 일이 생겼다. 당시 일본의 버블경제가 꺼지면서 일본의 많은 기업들이 미국에 헐값으로 팔리고, 일본 기업이 미국에 투자한 부동산들도 그렇게 팔리던 시절이다. 미국의 포드자동차가 일본의 마쯔다 자동차에 투자를 결정하고 대주주로 참여하게 되면서 마쯔다 자동차의 내부를 훤히 들여다 볼 수 있게 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그들은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포드 안에서 이러한 차량구입을 위한 대출의 업무를 수행하는 일을 500명이 수행하는데 마쓰다에서는 이것을 단 5명의 직원이 수행하고 있고 업무처리 시간도 포드가 일주일 넘게 소요되는 일을 마쯔다는 단 3-4시간 안에 처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즉 포드가 500명이 일주일 걸리는 일을 마쯔다는 5명이서 반나절에 해치우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셈이라는 것이다.

어떻게 해서 그런 일이 가능했던 것인가? 그들은 업무프로세스에 주목했다. 포드가 각 부서에서 부서로 서류가 왔다 갔다 하는 것을 마쓰다는 한 사람 또는 두 사람 정도가 모든 일을 처리하고 있었다. 즉 혼자서 접수하고 조회하고 결정하고 신청하는 모든 일을 다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아니 한 사람이 그 모든일을 다 할 수 있다고? 그렇게 복잡하고 전문적인 소양이 요구되는 일을? 헌데 그들은 '아주 전문적인 소양이 요구되는 일은 그다지 많지 않다' 라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었다. 즉 사안이 꼬이고 복잡해서 현장의 인력이 파악하기 어려운 일은 전문부서에게 넘기는 걸로 일이 끝났다. 하지만 대부분의 평이한 일은 현장의 직원들이 직접 결정할 수 있다. 그들은 정보시스템의 도움을 얻어서 자신이 업무처리에 필요한 단말기에서 정보를 조회하고 거의 실시간으로 결정하여 그 사항을 입력하는 것으로 자신의 일을 마쳤다.

과거의 회사가 총부부 경리부 인사부 ... 이렇게 역할 중심으로 나누어져 있었다고 본다면 마쓰다는 영업1팀 영업2팀 ... 이런 식으로 나누어져서 하나의 팀 안에서 결과를 만들어 내기 위한 역할분담을 할 수 있도록 하고,  같은 공간에서 다른 역할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가치를 만들어 내는 것이 업무속도를 극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었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이 과정에서 정보시스템은 필수적인 사안이 되었다. 전문가의 노하우를 실시간으로 사용할 수 있고, 결정된 사안을 실시간으로 전송할 수 있는 정보시스템을 구축하여 기업의 업무를 극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는 개념이 대두되었다. 이것이 당시의 MBA를 휩쓸었던 경영정보시스템(MIS) 의 개념이기도 했다.

꽤 과거의 개념이지만 들어보시면 어떤가? 마치 지금의 인공지능과 유사한 느낌을 주지 않는가? 각 사람이 자신의 전문분야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자신에게 맡겨진 부분만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뛰어넘어서 인간의 모든 노하우를 집약한 인공지능을 가진 시스템 하나에서 데이터를 조회하고 활용하여 인간이 내릴 판단과 결정을 대신하는 ... 그런 그림과 일맥상통한 부분이 분명히 있다고 필자는 느껴진다.

해서 당시에는 이 경영정보시스템에 의한 비즈니스 리엔지니어링이야 말로 앞으로의 선진기업이 가야 할 이상이고 방향이라는 것을 모두가 이야기 했다. 해서 그에 대한 전문회사도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 삼성SDS 현대정보기술 엘지EDS SK C&C 등등 ... 거의 모든 재벌기업들이 전문 IT회사를 설립하여 이러한 비즈니스 리엔지니어링의 기반아래 회사를 혁신시키고자 하는 일에 뛰어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이러한 시도의 결과는? 거의 대부분의 관련프로젝트가 원하던 수준의 혁신에 이르지 못했다. 그리고 이것은 미국도 마찬가지였다. 비즈니스 리엔지니어링 관련 프로젝트의 8-9할이 구축에 실패했다. 우리나라는 더 성공률이 낮았다. 한마디로 모든 비즈니스 리엔지니어링이 실패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니 기업을 혁신하고 경쟁력을 극적으로 향상시킬수 있는 일이 그렇게 죄다 실패하다니?... 어떻게 해서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인지... 궁금한가? 그건 다음 글에서 이야기하겠다. 그 글이 필자가 이야기 하고 싶은 바로 그 글이 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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