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얀늑대 Jun 02. 2018

전쟁이 와야 인공지능의 세상도 오지 않을까?

4차 산업혁명은 허구다 (8)


바로 전에 쓴 글에 약간의 부연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아마도 세상이 돌아가는 것을 흑과 백의 논리 또는 선과 악의 논리로만 보는 성향이 있는 청소년들에게는 나름의 설명이 필요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세상의 변화에 대한 나름의 생각을 하다보면 꼭 부딛치는 문제가 전쟁의 문제이다. 이것은 무기를 들고 국가대 국가가 싸우는 문제만을 이야기 하지 않는다. 기업과 기업이 싸울 수도 있고, 종교와 종교, 집단과 집단, 심지어는 개인과 개인이 상대방을 굴복시키기 위해 폭력을 사용하는 행위를 필자는 넓은 의미에서의 전쟁이라고 본다.

예를 들어서 학교 안에서 학교 안의 주도권을 놓고 벌이는 갈등도 전쟁의 범주안에 필자는 넣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 전쟁이 벌어지는지... 필자의 짧은 식견으로 그것을 모두 논하기는 어렵다. 그것은 어쩌면 역사를 전공하는 사람들의 몫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역사를 통해서 현세의 사람들은 '지금 이 시점에서 과연 전쟁을 해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말아야 하는 것인지' 에 대한 지식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생각해 보면 군대를 가기 전에는 전쟁을 쉽게 생각했었던 것 같다. 우리나라를 깔보는 상대가 있다면 무력으로 한 건 보여주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무력을 통해 자존심을 지키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자존심을 낮추고 싸우지 않는 길을 택하는 것은 비겁한 일이라고 생각하던 경향이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군대생활을 해 보니... 전쟁을 겪지 않았더라도 전쟁은 해서는 안되는 것이더라. 당장에 헌인릉에 있는 병력을 우면산으로 이동한다는 아주 단순한 전술적 행위를 하는 중에도 그 명령을 따라야 하는 병사들의 수고는 이만저만이 아니다. 헌데 최전방에 있는 병력들은 오죽할까... 실제로 전쟁이 일어나게 되면 최전방에 주둔하는 병력들은 거의 살아날 수 없다는 것을 군대를 가서야 이해할 수 있었다. 밖에서 보는거랑 많이 틀리다.  

그리고 전쟁이 일어나면 그 때부터 윤리 도덕같은 개념은 모두 "그건 일단 이기고 난 다음에 얘기하자" 라는 식으로 뒷전으로 밀릴 수 밖에 없게된다. 이건 단순히 병사들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서 하지 말아야 할 일들을 수두룩하게 하게 된다.

하지만 인류 역사에서 전쟁이 없던 적은 거의 없다. 끊임없이 전쟁은 일어났고 아이러니 하게도 전쟁을 준비하고 전쟁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인간은 문명을 발전시켜 나갔다.

상대방을 이길 무기를 개발하기 위해서 과학이 발달했다. 사실 요즘의 암호체계같은 것들도 따지고 보면 2차대전에 만들어진 독일군 암호체계의 영향을 받았다. 기본 개념은 크게 틀리지 않는다. 알파벳의 문자를 다른 문자로 바꾸는 개념은 지금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독일의 암호체계를 깨기위해서 만들어진 것이 컴퓨터의 시초가 되는 튜링머신이다. 이것은 민간자본으로 만들어지지 않았다. 막대한 국가예산을 투입해서 만들어졌다.

적절한 보급을 위해서 물류개념이 만들어졌고, 다양한 운송수단이 개발되었다.  지금의 점보 제트기 같은 개념은 2차대전의 초대형 폭격기에서 그 기본이 완성되었다는 건 어렵지 않게 유추가 가능하지 않을까? 헌데 그것을 국가자본을 투입해서 개발했다는 것이다. 즉 무기를 만들기 위해 국가가 막대한 자금을 기업에 투자하고 그 자금을 바탕으로 새로운 무기를 개발했고, 그 기술은 종전이후에 새로운형태로 국가의 산업을 이끌어 갔다.

원자력도 마찬가지다. 실은 원자력이라는 개념이 과연 전쟁이 없었다면 만들어졌을른지도 솔직히 필자는 좀 의문이다. 실제로 미국의 원자폭탄 개발 ( 맨하탄 프로젝트로 불렸다 ) 비용은 어마어마해서 일개 연구소나 민간기업이 감당할 수 없는 규모의 자금을 소모했다.

여기서 어떤 패턴을 읽을 수 있지 않나? 즉 전쟁이라는 것은 엄청난 자금을 투입하여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요소가 된다는 것이다. 전쟁이 없었더라면 컴퓨터가 과연 개발되었을른지, 원자력이 개발되었을른지 알 수가 없다. 그리고 선박이나 항공기 제조 기술이 전쟁없이 비약적인 발전이 가능했을른지도 의문이다.

전쟁은 막대한 자금을 새로운 전쟁역량을 개발하는데 투입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또한 전쟁은 기존의 개념을 쉽게 폐기처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전쟁이 아니었다면 바뀌지 않을 개념들도 전쟁을 통해서는 쉽게 바꿀 수 있다. "그래서는 적과의 전쟁에서 이길 수 없습니다" 라는 한마디에 기존의 개념을 쉽게 폐기되어진다.

예를 들어서... 미국은 2차대전에 수백만에 달하는 병사를 전선에 투입했다. 그 병사들의 대부분은 남성들이었다. 당연히 그 병사의 숫자만큼 사회는 공백이 만들어진다. 특히 공장에서 일해야 하는 노동력의 문제가 생긴다. 남성들이 입대하면서 생긴 노동력의 공백을 메꾸어 넣은것은 여성들이었다. 아마도 전쟁이 아니었더라면 여성들에게 일하라는 얘기는 씨도 먹히지 않았을 것이고 ( 사실 당시의 여성들의 분위기는 결혼만 잘 하면 된다는 생각이 다분히 많았다고 한다. 그런 시대적 배경을 가진 영화도 만들어졌었다. 줄리아 로버츠 주연의 영화였는데 영화 이름은 지금 생각이 안난다 )

또한 흑인 병사들이 참전하면서 흑인의 인권문제가 급상승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물론 흑인의 참전은 제한적이었다. 주로 취사같은 비 전투분야를 중심으로 참전되었지만 그래도 그들이 백인들과 같은 군복을 입고 근무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그들의 자부심은 많이 올라갔다. 그리고 베트남전 참전을 통해 흑인병사들은 백인병사들과 '동등'의 위치에 서게된다. 아마도 전쟁이 없었더라면 이러한 변화가 가능했을까? 필자는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선각자들이 목청껏 외치더라도 사회가 그간 가지고 있던 편견과 고정관념과 강하게 결합하고 있는 이익집단의 힘은 새로운 관념을 쉽게 받아들일 수 없다. 해서 필자는 전쟁을 두려워하고 가능한 한 피하고 싶지만... 또한 인정하는 것은 전쟁을 통해서 인류는 발전했고 새로운 도약을 하게 되었다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다.

이것은 총칼들고 하는 전쟁만이 그러한 것이 아니다. 냉전시절 미국과 소련은 우주개발을 놓고 국가의 명예를 건 싸움을 했다. 사실 아폴로 계획도 단순히 인류의 꿈을 이루기 위해 그렇게 막대한 돈을 퍼 부분것은 아니다. 소련에게 질 수 없다는 자존심싸움. 그게 아폴로 계획의 커다란 부분이었다는 건 아마도 그 시대를 겪은 사람들은 다 안다. 오죽했으면 아폴로 계획과 상관없는 우리나라에서 달 착륙하던 날을 임시 공휴일로 삼았겠는가?...

4차 산업혁명... 이라는 단어를 가지고 사람들이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아마도 필자의 생각으로는 전쟁 또는 전쟁에 준하는 정도의 갈등양상이 한번 벌어지지 않으면 사회는 바꾸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뒤에 적겠지만... 사실 4차 산업혁명을 이야기 하려면 거기에 맞는 사람들이 필요하다. 아니 세상 사람들이 배우고 생각하고 표현하고 도전하는 모든 행위가 거기에 맞추어져서 바뀌어야 한다. 가장 시급하게 바꾸어야 하는 것이 교육이다. 헌데 우리나라는 입시제도 하나도 개혁하려고 하면 온갖 장애물이 많다.

그리고 사실... 머신러닝 같은 기술도 필자가 직접 간접으로 경험할 수록 상당히 위력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잠재성은 참으로 크다. 하지만 그 잠재력을 끄집어 내어서 사람들의 삶을 휘저어 버릴 정도의 동력이 과연 있을까? 필자는 어렵다고 본다.

이 글의 이전 글에서도 그 얘기를 했다. 사실 머신러닝은 대부분의 경제활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친다. 대다수의 지식산업 종사자들의 쪽박을 깰 수도 있다. 그러기에 쉽게 도입되기 어렵다. 그만큼 위력적이기에 그만큼 도입하기 어렵다. 사람들이 적응하기도 쉽지 않다. 지금껏 수십년에 걸쳐서 만들어지고 수정되어서 사회에 녹아들어 있는 패러다임을 쉽게 깨 부술 수 있을까...

필자는 전쟁 한번 나기 전에는 어렵다고 본다. 전쟁이 난다면 아마도 인공지능과 관련된 기술은 비약적으로 발전하게 될 것이다. 인공지능을 탑재한 스카이랩 같은 지휘체계가 적국의 군사활동을 완전히 무력화시키고, 인공지능을 탑재한 드론이 적의 공군력을 초토화시키고 또한 적의 지휘부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히지만 아군의 인명피해는 거의 발생하지 않는... 그러한 새로운 개념의 전쟁이 한번 터지지 않으면 인공지능이라는 것이 기존의 체계를 쉽게 밀어내지 못한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당장에 예를 들어 삼성그룹 같은데서 인공지능 회사원 시스템을 개발해서 기존의 직원들을 인공지능으로 대체시키는 연구를 진행한다고 하자. 그게 온전히 정착될 수 있을까? 아무리 무노조 경영을 하는 삼성이라고 하더라도? 쉽지 않을 일이다.

가장 먼저 머신러닝 기반으로 서비스를 하게 될 것으로 추정되는 분야는 법률과 의료로 추정된다. 왜냐하면 가장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분야가 이 분야이다. 여러모로 머신러닝/딥러닝 분야가 눈독을 들일만한 여지가 많이 있다.

하지만 머신러닝/딥러닝 쪽에서 눈독을 들일만한 분야는 그동안 사람쪽에서는 좋은 직장, 양질의 일자리라고 칭해온 지식산업 분야가 많다. 한마디로 고도로 훈련된 전문가들이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직장이 곧 머신러닝 분야가 눈독들이는 분야가 된다.

원래 밥그릇 싸움은 무서운 법이다. 필자는 그게 얼마나 피튀기는 갈등을 만들어내는지 사회생활 해 보면서 알았다. 밥그릇을 놓고는 거의 사생결단이 일어난다. 하나의 예로서 개인택시가 포화상태에 이르자 다른 지역 택시들이 와서 영업하는것을 발견하게 되면 그 지역 택시들이 가만히 있지를 않는다.

현재로서는 얼마나 염가에 이런 법률/의료 관련된 서비스가 개발이 될른지 모르겠지만 아직까지는 그렇게 싼 편은 아닐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이 시스템이 본격적으로 도입이 되고 인간과 기계의 밥그릇을 놓고 벌이는 전쟁아닌 전쟁이 펼쳐지게 되면 인간이 과연 순순히 기계에 자신의 밥그릇을 내어주게 될까?

아마도 이러한 새로운 기술이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전쟁 또는 전쟁에 준하는 사건이 존재하여서 "지금 현재의 방법으로는 외부의 그 무엇과의 전쟁에서 승산이 없으니 내부의 갈등은 그만하고 새로운 방법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라는 논리가 먹힐 수 있는 시점이 되어야만 그것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게 필자의 개인적인 생각이다.

필자는 아무쪼록 인간과 학습된 기계가 조용히 공존하는 쪽을 택하기를 바란다. 자율주행 시스템과 운전기사가 공존하고, 법률자문 시스템과 법률가가 공존하고, 의료판독 시스템과 의사가 공존하는 그러한 세상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하지만 그게 쉽지는 않을 것 같다.

아마도 고가의 시스템을 구입한 쪽에서는 "그 많은 돈을 들여서 구입을 했는데 어떻게 인건비를 이거 밖에 못 줄이나?" 라는 이야기를 할 것만 같다. 지치지도 않고 쉬지도 않으며 월급도 안받는 기계가 인간을 대체해서 월급으로 나갈 돈이 절약되는 모습을 아마도 경영진 쪽에서는 바랄 것만 같다. 그러려고 도입을 했을테니까...

결국에는 전쟁과 같은 상황이 발발하는 시점이 오게 되거든 그 시점이 아마도 인간이 자기의 밥그릇을 머신러닝에 빼앗기는 시점이 될 것이다. 그 시점이 언제 올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아니다. 머신러닝의 본고장 실리콘밸리에서도 아직은 그런 분위기는 감지되지 않는다.

작가의 이전글 혁명적인 변화는 없을거다. 동력이 한창 모자라거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