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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늑대 Jun 04. 2018

기술과 인간. 어느쪽이 이길까?

4차 산업혁명은 허구다 (9)

필자는 야구를 좋아한다. 야구에 인생이 담겨져 있다는 얘기도 있지만 야구에는 많은 과학이 담겨 있다. 의학 통계학 경영학 물리학 심리학 등등... 많은 학문의 영향을 받아가면서 발전시킨 스포츠가 야구이다. 그래서 야구는 정말 사랑받을 수 밖에 없는 스포츠라고 생각한다.


이해가 잘 안된다고? 실제로 투구의 기본은 사람의 팔 스윙으로 부터 운동에너지를 만들어 내서 공에 전달시키는 과정이다. 이건 물리학으로 설명되어야 하는 부분이다. 허리와 어깨와 팔과 손목의 회전운동을 공의 직선운동으로 전달시켜야 하는데 이는 명백한 물리학적인 소양이 필요한 부분이다. 실제로 많은 야구단의 투수코치들도 이런 기본적인 물리학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해서 투수들을 가르친다. 그냥 무턱대고 던지기만 해서 되는 운동이 아니다.


야구는 많은 사람이 열광한다. 그래서 야구를 어떻게 잘 할 수 있게 하는가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호기심을 가지고 접근한다. 데이터 분석을 통한 접근 또한 '어떻게 하면 야구를 좀 더 잘 할수 있게 할 것인가' 에 대한 접근방법의 하나이다.


지금 우리가 이야기하는 빅데이터를 통한 분석을 가장 먼저 시작한 것도 야구라고 생각하고 가장 활발하게 하는 분야도 야구라고 생각한다. 과거에는 그냥 투수는 방어율과 승리투수/패전투수 개념 정도, 그리고 타자는 홈런과 타율 안타수 타점수정도를 이야기 하던 시대였다고 하면 지금은 다양한 수치와 기법을 통해서 선수들을 분석하고 그 장단점을 이야기 하는 분야가 야구가 되었다.


헌데 말이다. 본질적으로 야구는 사람이 하는 것이다. 만일 프로야구단이라면 1위팀과 꼴지팀이 단 한번 맞붙는데 꼴지팀은 완벽한 데이터 분석이 되어 있고 1위팀은 꼴지팀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 상황이라면 꼴지팀이 이길 확률이 높다. 하지만 1년에 130게임 가까이 경기를 치루는 장기레이스이고 또한 이러한 일이 매년 반복되는 경우라면 꼴지팀이 1위팀을 계속해서 이겨낼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다고 본다. 1위팀이 데이터 분석을 크게 하지 않는 상황에서라도 말이다.


야구는 데이터가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하는 것이다. 제 아무리 데이터를 분석하고 또 분석하더라도 위력이 없는 공을 던지는 투수는 뛰어난 타자를 잡아낼 수 없다. 제 아무리 상대방 투수에 대한 분석이 되어 있더라도 상대방 투수의 공을 쳐낼 능력이 안되어 있다면 데이터 분석은 하나마나한 일이 되어질 것이다.


물론 거의 대등한 전력을 가지고 있는 팀과 팀이 맞붙었을 경우에는 뛰어난 데이터 분석가를 보유하고 있는 쪽이 유리하게 된다. 특히 가을에 볼 수 있는 프로야구의 챔피언 결정전 같은 경우를 보면 데이터 분석의 결정체를 볼 수 있다. 여기에 대해서는 관련 서적이 출판된 적도 있으니 데이터 분석가를 지망하는 사람이라면 한번 읽어보기를 권장한다.


아마도 우리 사회가 꾸준히 데이터를 축적하는 사회가 되어진다면 아마도 데이터를 분석하고 그것을 활용하여 인간의 행동을 최적화 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 되어질 것이다. 하지만 그 데이터라는 것이 가지는 한계도 명확하다. 제 아무리 데이터를 활용하더라도 시속 130킬로미터 밖에 나오지 않는 직구를 가진 투수를 갑자가 시속 150킬로미터를 던지는 투수로 만들어 낼 수는 없다. 가능성과 한계를 모두 가지고 있는 분야가 데이터 분석과 그를 활용하는 분야라고 하겠다.


야구는 사람이 하는 분야다. 그리고 사람의 역량이 명확하게 드러나는 분야이다. 하지만 다른 분야는 어떤지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서 당신이 회사원이라고 생각해 보면 "당신이 지금 하는 일은 사람의 역량을 필요로로 하는가 아니면 데이터의 흐름과 가공을 필요로 하는가" 라는 점이다.


예를 들어서 당신이 고객을 만나서 그와 공감하며 그가 필요로 하는 부분을 채워주고자 상담과 컨설팅을 하고 있는 업무에 종사하고 있다면 이 부분은 데이터만으로는 부족하다. 인간과 인간이 만나서 이루어지는 공감과 신뢰라는 영역 위에서 이루어지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일 당신이 하는 일이 자신의 부하직원들의 업무를 감독하고 실적을 집계하여 당신의 상사에게 보고하는 정도의 역할을 수행한다면 그러한 영역의 업무는 데이터를 흐름과 가공에 많은 영역의 일이 해당되어진다고 볼 수 있다.


전자의 영역은 기술의 혁신이 일어난다 하더라도 여전히 인간의 영역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인공지능은 판단을 할 수 있지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은 없다. 인간이기에 가지고 있는 내면의 영역은 분명히 존재한다. 그리고 그것은 인간의 행동의 대부분을 결정한다. 이른바 무의식의 세계라는 영역인데 실제 이러한 무의식의 세계는 인간의 행동의 98% 이상에 그 영향을 미친다고 심리학자들에 의해 판단되어지 고 있다. 헌데 인공지능은 이러한 내면세계-무의식의세계 에 대한 개념은 없다. 학습되어진 데이터에 의해 판단만 가능하지 이런 영역을 파악하고 그에 적절한 대응방안을 이야기 할 수 있는 능력은 인공지능에게는 없다.


예를 들어서 어떤 여성이 자신이 사랑하는 남성과 교제해야 할지 아닐지를 인공지능에게 물었다고 하자. 아마도 인공지능은 그 여성의 키와 몸무게 그리고 자신이 원하는 수입과 가치관 등등을 가지고 자신이 교제하는 남성과 맞추어 볼 수는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그녀 내면에 있는 '그에게 끌리는 마음' 또는 '그와 남은 생애를 같이하기에는 왜인지 불안한 느낌' 과 같은 영역에 대해서는 올바른 파악이 어렵다. 아마도 이러한 연애사건이야 말로 데이터 분석이 가장 어려운 분야일 것이다.


사실 사랑이야 말로 사람들이 가장 어처구니 없는 일을 할 수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어처구니 없음이 정말 위대한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경우도 부지기수이다. 인공지능이 결코 신이 될 수 없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예를 들어서 결혼 당시에는 선남선녀의 결합으로 온 사람들의 부러움을 독차지했던 부부가 서로 원수처럼 평생을 살아가는 모습도 흔하고, 별볼일 없어 보이는 연하의 2군 프로야구 선수와 결혼하면서 결혼 당시에는 '아니 네가 뭐가 부족해서 그런 선수와 결혼을 하냐' 라고 하는 소리를 들었던 결혼이 결국에는 주눅이 잔뜩 들어있던 그 2군 선수를 깨워서 우리나라 프로야구에서 가장 강력한 타자로 성장하게 된 넥센 히어로즈의 박병호선수의 경우도 있다. 이게 데이터 분석으로 과연 가능한 영역이겠는가 하는 얘기다.


데이터 분석도 만능이 아니고, 머신러닝/딥러닝도 만능이 아니다. 그러기에 과연 혁명이라는 개념이 어울릴만한 커다란 변화가 우리사회에서 가능할른지에 대한 질문을 필자 스스로에게 해 보면... 아마 불가능할 것 같다. 실제로 미국같은 이 분야의 최고 선두주자급 국가에서도 '4차 산업혁명' 과 같은 과격한 언조로 세상의 대 변혁을 이야기 하는 분위기는 절대 아니고 하니 말이다.


필자의 경우 미국에 있는 지인을 통해 물어보면 그런 혁명... 과 같은 단어를 이야기하면서 변화에 대해 집착하는 분위기는 절대 아니라고 한다. 다만 기존에 있었던 일을 조금 개선하는데 이러한 것이 있을 수 있다... 정도를 이야기 하는 분위기이지


결국 또한 선문답적인 얘기로 돌아온다. 지금 4차 산업혁명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필자의 경우에는 피식 웃고 넘기는 경우가 상당히 많은데 일단 구체적으로 어떤 어떤 일이 어떻게 어떻게 변할 것이고 그것을 위해서는 어떤 데이터가 수집되어야 하고 어떤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하는데 그것을 자신이 만들어 봤다고 이야기 하는 경우는 거의 보지를 못했다. 그냥 입만 살았다.


구체적으로 자신이 한번 직접 시스템을 만들고 운영하면서 거기에서 벌어지는 수 많은 트러블을 해결할 생각도 없고, 거기에 자신의 인생을 갈아넣을 생각도 없으면서 선동만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특히 자신을 학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서 그런 뉘앙스의 글을 자주 접했다. 솔직히 어이가 없고 가끔은 역겹다. 자신은 아무것도 희생하려고 들지 않으면서 사람들의 미래에 대한 불안함에 편승해서 명성과 돈만 얻으려고 하는 속내가 너무 적나라하게 보여져서 말이다.


그렇게 4차산업 혁명을 갈구하면 직접 시스템을 만들어서 기존의 시스템 보다 월등한 결과를 만들어 보여주면 될 것인데 자신은 아무것도 할 생각도 안하고 공부도 안하고 코드 한줄 안짜면서 뭐하는 짓인가... 하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화가 날 때가 많다.


실제로 딥러닝/머신러닝 관련된 시스템을 도입하여 인간사회에 적용시킬때 가장 커다란 문제는 기술의 문제가 아닐것이다. 인간과의 갈등이 가장 커다란 문제가 될 공산이 크다. 그리고 4차 산업혁명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가장 가볍게 넘기는 부분이 이 부분이다. "너희들은 그냥 잠자코 도퇴되면 되는거야." 라고 속으로 이야기 하고 있을 뿐이다.


만일 삼성같은 대기업에서 인건비를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해 직원의 수를 1/10 로 감축하고 인공지능 시스템으로 대체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다고 셈 친다면 아무리 노조가 없는 삼성이라고 하더라도 직원들이 순순히 사표를 써 줄까?


인간의 심리는 겉으로 보여지는 것 보다 훨씬 큰 내면세계를 이해하지 않고는 설명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다. 그리고 플로이트와 융 같은 심리학의 대가들은 그러한 내면세계를 다양한 용어와 이론으로 설명하고 있는데 그 대표적인 개념이 "불안" 이라는 개념이다.


아마도 이 부분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심리학적인 공부를 필요로 할 것 같은데 간단히 설명하자면 플로이트에 의해 설명되어지는 불안이라는 개념들 가운데서 가장 강력한 불안은 "존재불안" 이라고 불리워지는 개념이라고 한다.


이것은 자기 자신이 없어질것만 같은 불안을 회피하고자 하는 경향이 인간에게는 존재한다고 한다. 이것 때문에 어려서 부모에게 버림받은 경험을 한 아이들은 평생을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리고는 그 때의 경험에 고착되어 내면의 성장을 이루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만일 인공지능에 의해 자신의 경제적 기반이 무너지게 되는 상황에서 자신을 지탱해 줄 아무런 사회적인 복지가 이루어지지 않게 되어 사회의 전 구성원이 존재불안상황에 빠지게 되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인공지능을 도입하게 됨으로서 얻어지는 비용과 인공지능 때문에 심리적으로 붕괴된 사회를 치유하는 비용... 어느 쪽이 경제적인지를 따져보는 일이 가까운 미래에 일어날 수 있다고 본다. 그리고 필자의 경우는 아무리 생각해도 딥러닝/머신러닝을 이용한 인간 직업의 대체는 규제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본다.


아마도 과거 공상과학소설에서 볼 수 있었던 로봇헌장... 같은 이야기가 가능할 수 있을 것이다. "인공지능은 인간에게 해를 끼치지 않을 것을 선언한다." 와 같은 선언을 하고 그 규약에 맞는 기술만이 사회에서 받아들여지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머신러닝 시스템은 인간의 직장을 빼앗지 않는다. 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 시스템이 절감할 것으로 여겨지는 인력의 일정비율을 채용해야만 한다... 이런 식의 전 사회를 아우르는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 있을것이라고 필자는 본다.


왜냐하면 인간은 불안을 떨쳐버리기 위해서는 뭐든지 할 것이다. 그 인간에 대해 충분히 생각하지 않고 배려하지 않는 기술은 인간에게 있어서 존재불안을 일으키는 악의 원흉이 될 것이다. 그러면 인간과 기계는 그 유효성을 놓고 맞붙게 될 것인데 아마도 이건 인간이 이길것이다. 왜냐하면 기계는 참정권이 없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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